일본 도쿄 미쓰이 기념미술관에서 지난 9월 14일부터 ~ 12월 1일까지 개최된 고려다완 특별전에 다녀왔다. 이번「고려다완」 특별전은 「차세계의 名碗」이란 부제를 붙여 한반도에서 건너간 고려 다완의 명품들을 엄선하여 분류하고 기획 전시했다. 

본 전시에 출품된 고려다완 명품 123점 중에 미쓰이 미술관에서 언급하고 있는 양산 법기리 고도요지에서 만들었다고  추정되어 분류된 오기다완 10점, 이라보다완 11점, 판사다완 6점도 포함되었다. 

양산 법기리에서 제작되었다고 학술적으로 추정되는 양산 다완에 대한  형식과 양식적 특색을 소개한다.

대덕사 오기다완(大德寺 吳器茶碗) 이름: 개산(開山) - 높이 9.7, 구경 13.8. 굽지름 5.4, 16세기
 

오기를 바라보았을 때 새삼 조선시대 제사상에 올려진 탕기(湯器)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높은 굽다리, 둥근 기저부, 왜곡이 없는 구연, 그리고 경상도 남부지방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흙의 때깔, 너무나 낯익은 풍정들이다.

대덕사 오기는 16세기 말로 추정되는 오기의 초기 양식을 대표하는 다완이다. 대덕사는 일본 교토에 있는 임제종 계의 절로서 응안 원년(1368년) 대덕사 문서『대일본사료』에 천목다완 등 다도구에 관한 기술로 보아 무로마치 시대부터 서원차와 관계가 매우 깊으며, 일본의 모모야마 시대와 에도 시대 다도를 정립한 초암 차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센 리큐와 인연이 많은 절이다. 일본 문헌 『고금화한제도구견지초』(古今和漢諸道具見知抄)에 의하면 대덕사 오기는 조선에서 외교사절(조선 통신사)이 교토에 머물 때 대덕사에 묵으며 가지고 와서 사용하다가 기증한 다완으로 기록되어 있다.

조선에서 16세기에 조선 통신사 파견은 두 차례 있었으나 정황상 1590년에 파견된 정사 황윤길과 부사 김성일이 일본의 동정을 알기 위해서 조정에서 통신사로 파견 하면서 일행들이 교토의 대덕사에 머물었을 때로 유추할 수 있으나 확인된 사항은 아니다.

대덕사 오기는 몇 점밖에 전해지지 않지만 전시된 작품은 그 중에서도 제일 작은 다완이다. 태토는 잡물이 섞인 조질 회백색토로 수비하지 않았으며 산화 소성으로 인한 전면이 불규칙한 엷은 황색을 띄고 있으며 유면은 잿물의 시유로 인한 거품 현상과 기포가 생성되어 있다.

그 사이로 찻물이 쓰며 우루(빗물이 스며들어 얼룩진 현상)가 생겼으며 유약 표면에 잔 빙렬이 있다. 바깥으로 작게 열려진 높은 굽과 허리선의 당당함을 받쳐주는 물레 자국은 굽칼로 깎은 아랫 부분의 비례조화가 아름답다. 그리고 무심히 찍혀진 손자국들, 다도의 정적 정신과 같이 할만하다. 구연의 살풋한 내만함이 차를 마실 때 전하는 적멸을 떠올려 보며 기저부의 요란하지 않은 차고임자리의 어울림은 숙연하다.

굽다리 내면에 둥근 대나무 칼로 깎으면서 중심부를 뽀족하게 돌출시킨 오기 특유의 양식으로 마감하였다. 이 양식을 16세기 말부터 성행하는 양식으로 양산 법기리 도요지에서 다완을 만들 때 보편적으로 사용하였다. (아래 사진 참조)

양산법기리 출토 도편 (도예가 조국영 소장)


민예학자 야나기 무네요시는 한국의 도자기는 건강한 미와 때 묻지 않은 순진함과 당당함이 있다고 하였다. 이 다완을 보면서 느껴지는 아스라한 조선이 새롭게 다가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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