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개혁(改革)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사법처리를 이끌어낸 촛불 민심을 바탕으로 집권에 성공한 문재인 정부는 "공정한 사회"의 기치를 내걸고 개혁을 우선된 아젠다로 밀어올렸다. 이는 한 나라의 정부가 특정한 개인의 비정상적 위용에 의해 호도되고 방향을 상실한 채 표류하는 것을 지켜본 국민들의 원성을 풀어주기 위한 유일한 고육책이었음은 틀림이 없다. 하지만 최근 "조국 사태"로 대변되는 지도층의 도덕적 해이와 관련된 사회적 갈등은 우리 사회가 개혁을 통한 새로운 전진에 얼마나 미숙한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관행(慣行)의 사전적 의미는 "오래 전부터 해 오는 대로 하는 것"이다. "관례를 따르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 오래 전부터 해 오던 것이라면 그것은 잘한 일일 수도 있고 잘못된 일일 수도 있다. 법이나 규정을 무시한 것일 수도 있고 주변에 수범이 되는 우량한 사례일 수도 있다. 따라서 무조건 관행이 나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로 새로운 임지에 부임한 공직자라면 우선은 전임자가 해 오던 사무 관례를 좇아 일을 처리하게 마련이다. 그러다가 자신의 판단이 정립된 후에는 그것이 계속 따라야 할 모범인지 배척해야 할 과오인지 구분해 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작금의 우리 사회에서 이 "관행"이 등장하는 경우는 십중팔구 부정적인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현대사에서 군사 정부가 물러나고 문민정부의 출범 이후 많은 고위공직자들이 별처럼 등장했다가 사라져갔다. 이들에 대한 고위 공직자로서의 자질과 도덕성, 비전 등을 검증하기 위해 언제부턴가 국회 인사청문회가 운영되어 왔다. 국무총리와 장관 또는 주요 정부기관의 장에 임용될 예정인 자에 대하여 재산 형성 과정과 자녀 교육, 학업적 성취 등에 관한 자료를 제공받아 청문하고 소신과 비전을 따져 물어 적격 여부를 심사하는 것이 골자이다. 그런데 그동안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사 검증 단계에서 공통적으로 불거지는 비판의 대상이 있어왔다. 그것은 자녀 교육상 불가피했다는 '위장 전입'과 부동산 매매시 금액을 낮추어 탈세의 원인이 되는 '다운계약서 작성', 각종 학위 취득 과정에서의 '논문 표절 사례'가 대표적이다. 오죽하면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이러한 고질적 전례를 배척하는 것을 고위 공직자 인선에서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약속까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이러한 공약은 대부분 지켜지지 않았다. 고위 공직에 임용된 사람들 다수가 비록 시효는 지났지만 그런 법규 위반의 멍에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혹자는 현재까지도 그런 의혹의 중심에 서 있기도 했다. 그러나 청문회에 나온 후보자들의 답변은 대동소이하다. 잘못을 인정하지만 대체로 계속되어 온 관행이었다는 것이다. 너도나도 그렇게 해 왔기 때문에 별다른 죄의식 없이 그렇게 해서 재산을 모으고 자녀를 교육시키고 학위도 땄다는 것이다. 누가 그들에게 돌을 던지랴. 사회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데.

최근 양산 사회는 시의회가 실시한 체육회 행정사무감사 결과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2017년 9월에 양산에서 개최된 경남도 생활체육대축전에 지급된 시 보조금의 집행과 관련된 사무감사였는데, 여기서 각종 비리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던 것이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기념품 구입의 편법 수의계약이 적발되고, 자체 임원 운영 업체에 백서 발간을 자의적으로 맡기면서 납품 검수도 제대로 하지 않고 대부분을 폐기 처분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특히 제주도로 향한 평가 워크숍은 당초 계획과는 달리 예산도 15배 이상 증액되고 참여 인원도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시장 부인과 상임 부회장 부인 등 워크숍과는 무관한 인사가 시 보조금 사업 행사에 동행해서는 현지에서 별도 일정을 가졌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럼에도 관계자들은 전부터 그렇게 해 왔음을 변명으로 내세우곤 한다. 이른바 관행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체육회 내부의 부조리는 지자체 단체장이 체육회장을 맡는 제도하에서는 피할 수 없는 일이 되어 왔다. 시장이 체육회장이니만큼 산하 임직원 임용에 전권을 행사하기 마련이며 이는 애시당초 일부 인사가 호가호위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폐단을 근절하고자 정치-체육의 분리라는 취지로 국민체육진흥법이 지난 해 개정되어 머지않아 새 민간 체육회장 선거가 실시된다. 그 때가 되면 옳지 못한 관행들이 사라질까. 새로운 형태의 체육회 운영이 또다시 현직 단체장의 지지 세력으로 이용된다면 그런 기대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모두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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