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 ‘돌창고’ 개조해 카페 만들어
선홍빛 남해대교 노을, 이순신 장군 심장 같아
흑마늘·유자 맛 ‘남해 오시다 수제맥주’ 일품

남해의 가을은 싱그럽다. 벼농사를 짓고 난 뒤 남해사람들은 시금치와 마늘을 심는다. 우리가 추위에 옷매무새를 가다듬을 때 남해의 밭에는 푸른색 시금치가 해풍을 맞으며 익어간다. 사철동안 농한기 없이 억척스럽게 일하는 남해사람들이다.

11월 남해에서는 노란빛깔의 유자 열매가 탐스럽게 달려있다. 군목인 비자나무의 늠름한 자태도 볼거리다. 치자가 열매를 맺는 때도 이때다. 그래서 남해는 삼자의 고향이라고 한다.

석양빛이 질 때 남해대교를 지난다. 선홍빛 다리는 연장 660m로 한 때 동양 최대의 현수교 였다. 푸른 바다가 석양에 붉게 물들 때 점점이 아로박힌 작은 섬들은 감히 아름다움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저 붉은 바다에서 노량대첩이 이뤄졌다. 이 바다에서 조명연합군은 왜병을 궤멸시켰다. 민족의 성웅 이순신 장군은 승리의 목전에서 왜군의 총탄에 맞아 조국의 바다를 지키는 용이 됐다. 남해군은 이곳 관음포에 이순신호국공원을 조성해 장군을 기리고 있다.

남해 바다의 역사를 생각하며 섬 가장자리를 따라 이어진 도로를 일주한다. 젊은이들이 이색적 카페를 열고 관광객들을 손짓한다. 남해인의 곡물 저장소 였던 돌창고는 카페와 전시장으로 변했다. 세련된 외모의 20대 젊은이가 시골 가게에서 보던 꽃무늬 양철 쟁반에 미숫가루를 담아 준다. “가게에는 시골살이를 추구하는 젊은이들도 많습니다”는 글귀가 붙어있다.

남면에 ‘헐스밴드’라는 피자집도 유명하다. 바닷가 방풍림을 뒤로하고 현대식 창을 크게 낸 카페에서 뒤로는 시금치 밭, 앞으로는 바다를 보면서 남해수제맥주와 피자를 맛본다. 남해 오시다 맥주라는 이 음료는 흑마늘맛, 유자맛을 선택할 수 있다. 330ml로 다소 작은 병이 앙증맞다.

남해유배문학관도 볼거리다. 남해읍 근방의 이곳 문학관에서 중종 임금에게 인현왕후를 다시 복위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유배됐던 서포 김만중을 만난다. 그리고 유배지에서 눈물로 붓을 씻으며 저술을 남겼던 문인들의 슬픈 역사를 곱씹는다. 왜 이들은 권력의 중심에서 멀어질 수 밖에 없었던가. 문학관은 한국의 유배문학을 넘어 세계의 유배문학관으로 전시 폭을 넓히기 위한 준비를 한다.

설천면에는 양떼목장이 자리한다. 남해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산 중턱에 있다. 사람 허벅지까지오는 서양식 흰색 나무 울타리 안에 양 수백마리에게 먹이를 주는 관광객들. 입장료는 1인당 9천원이며 유치원 이하 어린이는 무료다.

남면 섬 끝트머리에서 남쪽바다를 바라보며 잠자리에 든다. 바다가 시선에 쏟아져 들어온다. “그냥 멍때리고 있고 싶다”고 중얼거렸다. 온통 암흑 천지인 밤바다에는 별이 떴다. 새까만 하늘에 점점히 아로박힌 별들이 다도해의 작은 섬 같다. 이 섬에는 사람을 묘하게 만드는 무엇인가 있다.

저작권자 © 양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