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추수가 끝나고, 입동(立冬) 절기를 전후하여 음력 10월 초, 각 씨족의 종친들은 조상의 산소를 찾아 묘사(墓祭)를 지낸다. 각 문중별로 선조(先祖)가 있고, 국가는 국가대로 국조(國祖)를 받들어 모시는 것이 인간 세상에 기본 도리다.

아무리 세상살이가 바뀌고 기본도리가 무너진 세상이라도 조상숭배에 대한 기본 예절만은 그래도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다.

어제가 있으니 오늘이 있고, 오늘이 있으니 내일이 있는 것이다.

할아버지 없는 손자 없고, 부모 없는 자식 없다. 과거가 있으니 현재가 있고, 지금이 있으니 미래가 있는 것이다.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자기 아버지 어머니 제사를 지내고 자기 씨족의 조상에 대해 묘사를 지내는 것은 미신도 아니고 허례허식도 아니다.

같은 혈육인 종친들이 만나 조상의 음덕을 기리는 것은 아주 좋은 풍습이다.

그런데 세상 인심이 아무리 야박하고 인정이 매마른 세상이라 해도 그렇지, 지난 7일 충북 진천에서 A모 종친들이 종중선산에서 묘사를 지내다 문중재산문제로 논쟁을 벌이던 80대가 산소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러 1명이 사망하고 10여명이 부상을 입는 사건으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돈만 아는 황금만능 세상, 물질만능 세상이 되어 같은 피를 나눈 종친들이 문중재산으로 서로 싸워 결국 사람을 죽이는 사태까지 벌어진 것은 참으로 안따까운 일이다.

너무도 부끄럽고 너무도 패륜적인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에 마음을 아프게 했다. 한마을에 같은 핏줄들이 함께 모여 살던 씨족 사회가 무너지고, 황금만능, 물질만능 세상이 되면서 종친들이 만나는 문중사회가 이렇게 살벌하게 변해버린 것은 참으로 안따까운 일이다.

오늘날 나를 있게해준 조상을 숭배하고, 종친들이 서로 화목을 도모하는 일은 일백번을 권유해도 나쁜일이 아닐 것이다. 조상과 부모의 음덕을 잊어버리면 짐승과 다를바가 없을 것이다.

옛날에 물질이 풍부하여 잘먹고 잘사는 세상이 아니였지만, 그래도 우리들의 부모들은 조상을 숭배하고 부모를 공경하였다. 그증표로 해마다 봄이나 가을철에 좋을 날을 택하여 묘사를 지내왔다.

만약 우리 선조들이 가난하고, 살기 힘들다고 조상을 섬기지 않고, 부모님을 공경하지 않았다면 과연 지금에 우리가 있을까? 참으로 상상하기 조차 싫은 일이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다. 사람 살기가 점점 더 편해지고 있지만 모두가 바쁘다.

이핑계 저핑계로 묘사에 참석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종교를 벗어나 조상숭배 의식에 대해 한번쯤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기를 바란다.

충북 진천 휘발유 테러 사건의 부끄러움을 우리는 다시금 되새겨 보고, 각 문중 종친들이 서로 인간적인 정을 나누며 사는 일에 더욱 충실하기 바란다. 아무리 바빠도 결국은 사람 사는 일이다. 조상숭배의 끈을 놓아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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