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하나 때문에 7명이 사망하다니...' '손가락 하나가 큰 사고 쳤네'

최근 독도에서 추락한 헬기 사고 기사에 달린 저주의 댓글이다. 그날 홍게 잡이 작업을 하던 한 선원이 엄지손가락 첫 마디가 절단되는 사고가 나자 구조 헬기가 출동했다. 선원 보호자와 헬기 조종사 등 7명이 생때같은 목숨을 잃었다.

픔을 함께하지는 못할망정 저주의 댓글을 달다니 저주를 되돌려주고 싶다. 지난달 25일 악성 댓글(악플)에 시달리던 가수 겸 배우 설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보에도 악플을 달아 죽은 자를 모욕했다.

큰 죄의식 없이 올린 댓글이 피해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줄뿐 아니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고로 이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악성 댓글로 타인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인격을 모독하는 행위는 해마다 늘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지 오래다. 2014년 8880건이던 사이버 명예훼손 및 모욕 범죄 발생 건수는 2018년 1만 5926건으로 4년간 배로 늘었다.

악플에 대한 사회적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 다음은 연예 분야 뉴스 댓글을 잠정 폐지하고 인물 키워드에 대한 관련 검색어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사회적 책임을 지겠다는 선제적 조치는 환영할만하지만 워낙 심각한 악플 근절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한다.

사이버 모욕죄는 피해자가 신고를 해야 수사가 이루어지는 '친고죄'다. 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 원 벌금을 물면 되는 솜방망이 처벌이다. 사이버 명예훼손은 신고가 없이도 수사가 이루어지나 피해자가 선처를 요구하면 죄를 묻지 않는 '반의사불법죄다. 형량을 높여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익명 뒤에 숨은 악플을 없애려면 인터넷 실명제 재도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힘을 얻는다. 국민 10명 중 7명이 인터넷 실명제 도입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댓글 아이디의 풀 네임과 IP를 공개하면 댓글을 달 때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다. 인터넷 실명제는 2007년 전면 도입했으나 2012년 폐지됐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위헌 판결을 받고서다. 표현의 자유를 지키려다 언어폭력의 자유, 간접 살인의 자유를 허용한 꼴이 됐으니 아이러니하다.

규제보다는 시민 스스로 성숙한 댓글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자체마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인터넷 예절인 네티켓(네트워크(Network)·에티켓(Etiquette) 합성어)교육을 도입할 것을 제의한다.

또한 민병철 선플달기운동본부 이사장이 초등학교 대상 '선플 인성교육' 의무화 제안에 공감한다. 그는 "12년 동안 선플 운동을 했으나 악플은 줄지 않았다"며 "어렸을 때부터 내가 단 악플이 한 사람의 생명까지 뺏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도록 한 학기에 한 번씩이라도 '선플 인성 교육'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올해부터 초등학교 의무교육으로 도입한 '코딩' 교육 때 네티켓 강좌를 곁들이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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