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에는 우리의 역사가 담겨 있고 영혼이 있다. 한글을 잃어버리는 것은 곧 나라와 민족정신을 잃는 것과 같다. 하지만 정작 우리 국민의 한글 사용 실태를 살펴보면 한글멸시 현상과 무분별한 외래어 남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자는 해당 국가나 집단의 정신문화를 반영하는 사회적 약속이다. 아름다운 언어는 사회를 밝고 긍정적이며 배려하는 바람직한 사회로 이끌지만 일부 계층만 이해할 수 있는 신조어는 왜곡된 사회가 낳은 산물로 거부감을 일으키고 있다. 자기의 생각을 전달하는 방법 중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글이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획수가 적은 글자를 연구하고 획수가 적은 글로 쓸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한글'은 쓰기 쉽고 읽고 쉬운 글이라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한글'을 부러워하고 있다. 그런데도 굳이 영어나 외국어를 쓸려고 하는 것은 공부를 했다는 것을 자랑삼아 잘난척 하는 것이다. 

말과 글은 역사와 문화를 가꾸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폴란드 출신으로 노벨상을 받은 소설가 헨리크 시엔키에비치의 명작 중에 '등대지기'라는 단편소설이 있다. 

조국을 잃고 평생을 타국에서 방랑하다가 귀국하던 한 폴란드 노인이 파나마의 외딴섬의 등대지기가 되어 정착한다. 노인은 식량과 식수, 신문을 전해주러 한 달에 한번씩 오는 보급선을 늘 기다린다. 어느 날 섬으로 온 보급선은 나타나 뜻밖의 소포 하나를 전해 준다. 신문에서 뉴욕에 있는 '폴란드작가협회'에 관한 기사를 읽고 다달이 성금을 보냈는데 협회가 고마움의 표시로 노인에게 모국어로 된 시집을 보내준 것이다. 

모국어로 된 시집을 받은 노인은 형언 할 수 없는 감동에 휩싸인다.고향조차 잊은 채 살아온 노인의 영혼은 모국어로 인해 흔들리고 만다. 결국 노인은 그날 밤 등대에 불을 밝히는 일을 잊어버렸고, 그로 인해 배가 난파되는 바람에 노인은 해고를 당한다. 그러나 노인은 모국어 시집을 가슴에 안고 새로운 방랑의 길을 나서는 것이 소설의 줄거리다. '등대지기'는 러시아의 지배를 받던 폴란드의 통곡이라고 할 수 있다. 국어에 대한 사랑은 조국에 대한 애정이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지 올해로 573돌을 맞았다. 유일하게 세계 최고의 우수성 높은 한글, 제대로 알고 사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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