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한 고을에 원님이 부임해 왔는데 호랑이 그리기를 무척 즐겼다. 

그런데 원님이 그린 호랑이는 어느 것이나 할 것이 없이 다 고양이를 방불케 했다. 

어느 날 원님은 또 호랑이를 그려서 벽에 붙여 놓고 하인을 불러 물었다. "네가 보기엔 이 그림이 무엇과 같으냐?" 하인은 그림을 보더니 "고양이 같습니다요 나으리!" 하고 본 대로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화가 난 원님은 "이런 우라질 놈을 봤나! 눈깔에 똥물을 끼얹었나 호랑이를 보고도 고양이라고 하다니 네가 제 정신이냐" 하고 욕설을 퍼붓고 나서 그 하인에게 곧장 삼십대를 치라고 호령했다. 

그리고 나서 원님은 또 다른 하인을 불러 물어 보았다. "네가 말해 봐라! 이 그림이 무엇 같은가?" "나으리! 감히 말씀을 올리지 못하겠습니다." "두려운 게 뭐냐? 어서 솔직히 말해 보아라!" "소인은 나으리님이 두렵습니다." 

원님은 화가 났다. "뭣이라? 내가 두렵다구?" "예." "그렇다면 나는 누구를 겁낼 것 같으냐?" 원님이 따지고 물었다. 

"나으리께서는 임금님을 무서워 하시지요" "그러면 임금은 누구를 무서워 하느냐?" "하늘을 무서워 하시나이다" "그렇다면 하늘은 무엇을 겁내느냐?" 원님은 더욱 더 다그쳐 물었다. "하늘은 구름을 겁내지요" "구름은 뭘 무서워 하느냐?" "구름은 바람을 무서워 하지요" "바람은 뭘 무서워 하느냐?" "바람은 담벽을 두려워 합니다" "담벽은 뭘 겁내느냐?" "담벽은 쥐를 겁내지요" "쥐는 뭘 무서워 하느냐?" 하인은 벽에 붙은 그림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쥐는 아무것도 무서워 하지 않지만 유독 나으리님께서 그리신 이 그림을 무서워 합니다" "어엉?!" 원님은 하인을 뚫어지게 쏘아볼 뿐 뒷말을 하지 못했다. 

첫번 째 하인은 "고양이 같습니다 나으리!" 하고 대답했는데 이 말은 나으리께서 그린 것은 고양입니다" 라는 판단을 표현한 것이다. 

그리하여 하인은 호되게 곤장을 맞았다. 그런데 두 번째 하인은 원님의 물음에 직접 대답하지 않고 화제를 다른 데로 끌고 가다가 나중에야 "쥐는 아무것도 무서워 하지 않지만 유독 나으리님이 그리신 그림을 무서워 합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면 판단과 문장의 관계는 어떠한가? 판단은 언제나 문장 형태의 언어를 통해서 표현되며 전달된다. 즉 문장은 판단의 표현 형식이며, 판단은 문장속에 담긴 내용이다. 

그러므로 판단과 문장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러나 문장과 그것에 의하여 표현되는 사고 형식으로서의 판단은 동일하지 않다. 판단과 문장의 다른 점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첫째, 다른 문장의 동일한 판단을 표현할 수 있다. 위에서 예로 든 이야기가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된다. 

그리고 또 하나 예를 들면 '모든 사물은 변화 한다' '변화하지 않는 사물은 없다' '변화하지 않는 사물은 어디에 있는가' 하는 이 세 가지 다른 문장은 모두 동일한 판단을 표현하고 있다. 

둘째, 동일한 문장이 다른 판단을 표현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그는 이제야 눈을 떴다'는 문장은 '그는 지금까지 감았던 눈을 떴다'는 판단을 표현할 수 있고, 또 '그는 이제야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되었다'는 판단을 표현할 수도 있다. 

셋째, 어떤 판단이든 모두 문장에 의해 표현되지만 모든 문장이 모두 다 판단을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우리의 앞날은 얼마나 밝은가!'라는 감탄문의 실제 뜻은 '우리의 앞날은 아주 밝다'는 것이므로 대사에 대한 긍정을 표시하는 판단이다. 

그러므로 판단과 그의 언어 표현 형식과의 차이를 명확하게 알아야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의사를 잘 이해할 수 있어서 서로 정확히 의사를 전달하면서 교류를 원활하게 할 수 있다. 말과 글을 아울러서 언어라고 하는데 언어를 써서 예술로 표현하는 것을 문학이라고 한다. 하지만 언어라고 해서 다 문학은 아니다. 문학은 언어를 표현 수단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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