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꽃무릇이 빨간 왕관처럼 화려하게 피는 시기인데, 넓은 면적에 군식을 하면 장관을 이룬다. 양산에서 무리 지어 피는 곳은 내원사의 부속암자인 성불암인데, 매우 아름답다. 꽃무릇은 여러해살이 알뿌리 식물이다. 알뿌리는 넓은 타원 꼴이고 지름이 2.5~3.5cm이며 껍질은 검다. 꽃무릇은 상사화로 유명한데, 꽃과 잎이 서로 다른 시기에 피기 때문에 영원히 만나지 못한다. 꽃과 잎이 서로를 그리워해도 영원히 만나지 못할 숙명을 지녔기에 상사화라 부른다.

추석을 전후하여 땅 속에서 꽃대가 쑥 올라와 꽃을 피운다. 꽃은 열매를 맺지 못하며 꽃이 말라죽은 뒤 짙은 녹색 잎이 자라난다. 가을에 꽃이 시든 뒤 10월경 알뿌리에서 잎이 올라와 자란다. 잎은 겨울에도 푸른 색을 유지한 채 추위를 견딘다. 잎은 5~7월경에 시들어 없어진다. 꽃과 잎이 자라는 시기가 달라 영원히 상봉을 못하기에 상사화라고 불린다. 상사화란 '화엽불상견 상사화(花葉不相見 相思花)'에서 나온 말로 '꽃과 잎은 서로 만나지 못하지만 서로 끝없이 생각한다'는 뜻이다.

상사화 종류는 여러 가지인데, 8월경에 피는 상사화는 추석 전후에 피는 상사화와 모양도 다르다. 가을에 피는 상사화는 빨간색으로 모양이 마치 왕관처럼 화려하다. 무리 지어 피면 장관을 이루어 꽃무릇 축제를 연다. 꽃무릇을 석산이라고도 부른다. 석산은 뿌리가 마늘처럼 생겼다. 석산(石蒜)은 돌 석(石)에 마늘 산(蒜) 자를 쓰는데, 돌 틈에서 나는 마늘이라는 의미다. 석산은 서해안과 남부 지방의 사찰 근처에 주로 분포하고 가정에 흔히 심는 다년생 초본이다. 생육환경은 반그늘이나 양지 어디에서도 잘 자라고 물기가 많은 곳에서도 잘 자란다.

꽃무릇 축제는 함평 용천사, 영광 불갑사, 고창 선운사에서 거창하게 열리는데, 필자는 과거에 꽃무릇 축제를 여러 번 다녀왔다. 꽃무릇(석산) 최대 군락지는 함평 용천사로 무려 30만 평 면적을 자랑한다. 꽃무릇 축제가 열리면 용천사, 불갑사, 선운사는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어 주차하기가 힘들다. 석산이 절 주변에 많은 이유는 인경(鱗莖 : 비늘 줄기)에서 전분을 추출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스님들이 탱화를 그릴 때 상사화 꽃은 말려 물감을 만들고, 뿌리는 즙을 내어 칠을 하면 좀이 슬지 않고 색도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산팔경인 임경대 공원에 영남삿갓 이시일 시인이 꽃무릇을 심었는데 16일에 가보니 22 그루 정도가 꽃을 피우거나 올라오고 있었다. 집에 있는 알뿌리를 옮겨 심었는데 이번에 아름답게 개화를 하였다. 필자와 이시일 시인은 함께 자주 답사를 하며 임경대를 멋지게 가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양산시에서 관심을 갖고 꽃무릇을 식재해 명소를 만들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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