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근 교수의 재미있는 약초 이야기 <16> 백작약(白灼藥)

백작약 다른이름은 '함박꽃'
중앙아시아,남유럽에도 자라
쌍화탕에도 쓰이는 백작약

작약의 속명은 페오니아(paeonia)다. 페오니아는 그리스 신화에서 만물을 지배하는 여러 신들이 서로 싸울 때 받는 상처를 의사 패온이 약초로 치료해주었던 것에서 유래했다. 사진제공=강신근.

중국 삼국시대 이야기이다. 의성(醫聖) 화타(*화타는 마치약인 마치산을 개발하여 외과 수술을 했던 전설의 인물)의 집 주위는 온통 약초나무로 둘러 싸여 있었다. 그는 모든 약초를 맛보아 약의 성질을 파악한 다음 환자에게 사용함으로써 결코 약을 잘못 쓴 일이 없었다. 

어느 날, 한 사람이 백작(白灼) 한 그루를 보내 왔다. 화타는 백작을 정원 창 앞에 심었다. 그는 백작의 잎을 뜯어 맛을 보았다. 그리고 줄기와 꽃도 맛을 보았지만, 맛이 평범하고 약의 성질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는 백작을 약초로는 쓸 수가 없다고 생각해 백작에 대하여 별다른 관리를 않고 신경도 쓰지 않았다.

어느 날 밤이 깊어서까지 화타는 등잔불을 밝히고 책을 읽고 있는데, 홀연히 여자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가 창문을 내다보니 달빛에 아름다운 여인이 서 있는데, 마치 뭔가 안타까워하는 눈치였다. 화타가 창밖을 향해 말했다.

"할 이야기가 있으면 울고만 있지 말고 말해 보아라."

그러나 아무 대답이 없었다. 화타는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보았으나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창문에서 본 여자가 서 있던 곳에는 백작약이 전처럼 서 있었다. 화타는 마음이 흔들렸다.

"도대체 백작약이 그 여자란 말인가?" 머리를 흔들고 웃으며 백작약을 향해 말했다.
"네가 정말 약효가 있는 영험한 약초라면 마음 아파 울지 않아도 되는데……,  약효가 없는데 어찌 약으로 쓴단 말인가?"

그는 다시 방안으로 들어와 책을 보려고 막 앉는데 또다시 여자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밖으로 나가 보니 마찬가지로 백작약만 서 있을 뿐이었다. 이렇게 몇 번을 반복하다가 화타는 어떤 느낌이 들었다.

그는 옆에서 자는 부인을 깨워 자초지종을 이야기 했다. 부인은 창밖에 있는 백작약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이곳에 있는 한 그루 풀과 나무가 당신의 수중에서는 좋은 약이 되지 않습니까? 잘 조사해 본다면 어떤 하잘 것 없는 풀 한포기라도 효험을 찾아내면 많은 환자의 생명을 구 할 것 아닙니까? 단 그루의 백작약에게만 쌀쌀하게 대하지 말고 당신이 잘 생각하여 용도를 찾아 보셔요. 백작약이 오죽 안타까웠으면……, "

"여보, 꽃과 잎, 줄기는 밖에서 자라지만 땅 속에 있는 뿌리가 있지 않아요. 다시 한 번 조사해 보셔요."

화타는 귀찮다는 듯 대꾸를 않고 그냥 드러누워 잠이 들었다. 

이튿날 아침, 그녀는 마음을 크게 먹고 부엌에 가서 칼을 가지고 와 허벅지살을 도려냈다. 그러자 선홍색의 피가 바닥에 낭자했다. 화타가 그것을 보고 각종 약초를 가져다 상처에 붙였지만 피는 계속 나왔다. 그는 손으로 귀를 잡고 생각했지만 어떤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부인이 그에게 말했다. 

"백작약의 뿌리를 캐서 시험하여 봅시다."

화타는 부인 말대로 백작약의 뿌리를 상처에 붙여보았다. 그랬더니 즉시 피가 멎었고 통증도 가셨다. 상처는 며칠 뒤 아물었다. 화타는 여태껏 이렇게 효과가 좋은 약초를 보지 못했다. 이리하여 화타는 백작약의 효능을 절실하게 체험했고, 약초는 귀중한 약재로 지금도 한방에서 많이 쓰고 있다.  
 

5~6월에 피는 백작약 꽃 색깔은 흰 빛이며, 붉게 피는 것도 있다. 줄기 끝에 피는 꽃 한 송이는 5~7매 정도 꽃잎을 갖고 있다. 사진제공=강신근

백작약은 전국적으로 분포하며 깊은 산속 수풀 밑에 자란다. 꽃의 색은 흰 빛이며, 붉게 피는 것도 있다. 꽃은 5~6월에 피며 줄기 끝에 한 송이의 꽃이 피어나는데 5~7매 정도의 꽃잎을 가지고 있다. 꽃은 활짝 피지 못하고 반 정도 벌어진 상태에 머무는데 그 지름은 4~5센티미터 크기이다.

꽃이 희고 뿌리가 굵으며 살진 것을 백작약(금작약)이라고 하며, 붉은색 또는 가지색 꽃이 피고 뿌리가 가늘며 힘줄이 많은 것을 적작약(목작약)이라고 한다. 또는 집에서 기르는 함박꽃과 산 작약 뿌리를 백작약이라 하고, 메함박꽃 뿌리를 적작약이라고 한다. 꽃 색에 따르지 않고 뿌리 모양에 따라 메함박꽃 뿌리는 가늘고 힘줄이 있으며, 함박꽃과 산 작약 뿌리는 살찌고 굵다. 생약명은 백작, 백작약, 산 함박꽃, 메함박꽃이라고 부른다. 집에서 기르는 작약보다 산 작약이 효과는 훨씬 우수하다.

백작약을 옛날에는 함박꽃이라 했다. 여기서 함박은 함지박을 말하는 것으로 꽃모양이 함지박처럼 크다 하여 그렇게 부른 모양이다. 

백작약은 중국을 비롯해 중앙아시아, 남유럽에서까지 자란다. 꽃이 아름답고 약용으로 뛰어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는데 중국에서는 모란을 '꽃의 왕'이라 하여 화왕(花王)이라 했고, 작약을 '꽃의 재상'이라 하여 화상(花相)이라 했다. 약재로 뛰어났던 것은 서양에서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작약의 속명이 페오니아(paeonia)이다. 페오니아라는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 만물을 지배하는 여러 신들이 서로 싸울 때 받는 상처를 의사 패온이 약초를 가지고 치료해주었던 것에서 유래했다.

작약과 모란을 구별해보면 작약은 다년생초이고, 함박꽃이라 부르며 뿌리를 약재로 이용하고, 모란은 낙엽관목으로 목단 꽃이라 부르며 껍질 즉 목단피를 약재로 쓴다.

<동의보감> 탕액편에 '백작약은 성질은 평하면서 차고, 맛은 시고 쓰다. 피가 막혀서 저리는 것을 없애주고, 혈맥을 잘 통하게 하며, 배속을 한화시키고, 나쁜 피를 흩어주며 옹종(擁腫)을 삭게 하고 복통을 멎게 하며, 어혈을 삭게 하고, 고름을 없어지게 한다. 여자의 모든 병과 산전산후의 여러 가지 병에 쓰며 월경을 잘 통하게 한다'고 돼있다.

안덕균씨가 쓴 <한국본초도감>에서는 백작약에 관해서 '맛은 쓰고 시며 성질은 약간 차다. 간혈(간에 피가 부족한 상태)로 얼굴이 희고 광택이 없으며 어지럽고, 이명(귀에 소리가 나는 증상), 손톱과 발톱의 색이 퇴색되어 가는 증상에 보혈 및 화혈 작용을 보인다'고 썼다.

백작약의 성분은 페오니플로닌, 정유, 탄닌 등이 알려져 있고, 약리작용으로는 중추신경 억제 작용이 있어서 진정, 진통 작용을 나타내고, 위장과 평활 근의 억제작용과 위산 분비 억제 작용을 나타낸다. 혈소판의 혈전 억제 효과가 있고, 간(肝) 기능 보호 효과와 혈관 확장 작용이 있어서 가벼운 혈압 강화 작용을 보인다.

임상보고에서는 습관성 변비, 위 십이장 궤양에 유효하였고, 비장근 경련을 완화시켰다. 약침 제제로는 진통 효과가 입증 되었다. 백일해에도 임상 효과가 밝혀졌고, 기관지 천식에 유효 시간을 단축 시켰다. 당뇨병에도 혈당 강하 반응을 나타내었다. 

백작약을 이용한 처방에는 대표적인 여성의 약인 사물탕(四物湯 - 백작약, 숙지황, 당귀, 천궁) 그리고 우리 몸의 음과 양을 잘 조화 시켜 면역력을 키워주는 쌍화탕(雙和湯 - 백작약, 숙지황, 황기, 당귀, 천궁, 계지, 자감초)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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