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 덥다.

여름이니 더운게 당연하다. 당연함은 자연스러움이고 자연은 늘 우리 곁에 있기에 소란스럽게 맞이하는게 아니지 않는가. '삼복더위에 덥지 않으면 가을농사 버린다.'고 우리네 부모님들은 우주의 이치와 삶의 지혜를 가르쳤는데 믿는 구석이 없는가, 참을성이 모자라는가. 그러고 보니 더운걸 덥다고 하는게 어쩐지 부자연스럽다. 절기로는 대서-입추-삼복이 지났고 열흘 뒤면 모기의 입이 돌아간다는 처서이니 조금만 참으면 더위가 수그러들 텐데 우리네 마음이 급하여 그걸 못 참고 부산을 떨고 있다.

연전에는 언론들이 여름철 실내 적정 온도를 28도로 하면 건강에도 좋다며 절전 캠페인을 하고, 관공서나 금융기관이 앞장서는 모습이었으나 요사이 그런 소리를 듣도 보도 못하였다.
근래 전기 사정이 좋아졌는지, 다들 알아서 잘 하고 있는 건지 또, 원자력 대신 태양열이 충분히 감내하고 있다는 얘기도 듣지 못하였다. 혹, 주 52시간 근무제로 사무·생산 현장에서 전기 사용량이 많이 줄어들 수도 있겠다.

그러한 연유로 전기 사용을 자제 하지 않아도 된다면 그 또한 걱정이다. 그 많은 전기 사용량이 줄어든 만큼의 우리네 일감이 줄었거나,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하여 할 일을 뒤로 미루기라도 했다면 언젠가, 누군가 그 일을 해야 하는게 아닌지…

이 걱정 저 걱정 심산한 걱정거리에 머릿속이 복잡하니 체열이 오른다. 체열을 내리는 데는 시원한 수박 한 조각에 부채 바람이 최고다. 아참, 그건 툇마루에 앉아서 할 소리이고 지금 아파트에 있는 나로서는 아이스크림에 TV를 시청하며 에어컨을 28도로 맞추고 보조로 선풍기를 틀어야지, 두 달간은 전기료 혜택도 있다고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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