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연스님이 쓴 삼국유사 제5권 피은 제8(三國遺事 卷第五 避隱 第八)에 영취산에서 도를 닦던 낭지스님 이야기가 나온다. 삽량주 아곡현(阿曲縣)의 영취산(靈鷲山) [삽량은 지금의 양주(梁州)인데 아곡은 서(西)라고도 되어 있다. 구불(求佛) 또는 굴불(屈弗)이라고도 부른다. 지금의 울주(蔚州)에 굴불역을 두었으니 지금까지 그 이름이 남아 있다.]에 이상한 스님이 있었다. 암자에서 수십 년을 살았으나 고을에서는 아무도 그를 알지 못하였고, 스님도 자기의 성명을 말하지 않았다. 늘 『법화경(法華經)』을 강론하였는데 신통력이 있었다.

용삭(龍朔, 서기 661~663) 초기에 지통(智通)이라는 어린 스님이 있었는데 본래 이량공(伊亮公) 집안의 노비였다. 일곱 살 나이에 스님이 되었는데 그때 까마귀가 날아와 울면서 "영취산에 들어가 낭지(朗智)의 제자가 되어라."고 말하였다. 지통은 이 말을 듣고 영취산으로 찾아가서 골짜기의 나무 밑에서 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상한 사람이 나타나 말하였다. "나는 보현보살(普賢菩薩)인데 너에게 계품(戒品)을 주려고 왔다." 그리고는 계(戒)를 베푼 후 사라져 버렸다. 그때 지통은 마음이 확 넓어지고 진실한 지혜가 열렸다. 

그런 후에 다시 길을 가다가 어떤 스님을 만나 낭지스님이 어디 계시는지 물었다. 그러자 스님이 말하였다. "어째서 낭지를 묻느냐?" 지통이 신기한 까마귀의 일을 자세히 말하였다. 그러자 스님은 빙그레 웃으면서 말하였다. "내가 바로 낭지인데 지금 집 앞에도 까마귀가 날아와, 거룩한 아이가 스님께로 오고 있으니 당연히 나가시어 맞이하라고 하여 이렇게 나와 맞이하는 것이다." 그리고 손을 잡고 감탄하며 말하였다. "신령스런 까마귀가 너를 깨우쳐 내게로 오게 했고, 내게 알려 너를 맞이하게 하였으니 이 얼마나 상서로운 일이더냐? 

아마 산신령께서 몰래 도움을 주신 것 같구나!" 전해오는 말에 산신령은 변재천녀(辯才天女)라고 한다. 지통이 이 말을 듣고 울먹이며 감사하고 스님에게 예를 올렸다. 이윽고 계를 주려 하니 지통이 말하였다. "저는 동구 밖 나무 밑에서 보현보살에게 이미 정계(正戒)를 받았습니다." 낭지가 감탄하며 말하였다. "잘했구나! 너는 이미 보살의 만분지계(滿分之戒)를 친히 받았구나. 나는 태어난 후 아침저녁으로 조심하고 은근히 보현보살을 만나기를 염원했지만 오히려 정성이 감동시키지 못했는데, 이제 너는 벌써 계를 받았으니 내가 네게 아득히 미치지 못하겠구나!" 그리고는 지통에게 예를 올렸다. 이로 인해 그 나무를 보현수라 하였다. 삼국유사의 삽량주, 양주는 현재의 양산이고, 영취산은 통도사에서 영축산으로 바꿔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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