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근 교수의 재미있는 약초 이야기
<1> 보고 먹지 않으면 늙는 약초 - 대추

백약과 백약의 독을 조화롭게 하는 대추
비타민C가 감귤의 7배, 사과의50배 함유

대추나무 꽃이 핀 자리에는 반드시 열매가 맺히고 그 뒤 꽃이 떨어져 헛꽃이 없기에 우리에게'사람으로 태어나면 반드시 자식을 낳고 죽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는 과일이다. 사진제공=강신근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

중국 진나라 때 신안군 석실산 고을에 왕질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어느날 왕질이 깊은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갔다. 한참을 걸어가고 있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무슨 소린가?" 조그만 돌멩이가 떨어지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계속 들려왔다. 바둑을 두는 소리 같았다. 왕질은 바둑 소리가 나는 곳으로 한 발짝씩 다가갔다. 눈앞에 천년 묵은 고목나무 밑에서 동자 둘이 바둑을 두고 있었는데 너무도 진지하게 보였다. 왕질은 바둑을 두는 동자들의 곁으로 다가가 말없이 도끼를 옆에 세워놓고 바둑 두는 것을 구경했다.

흑을 쥔 동자도 백을 쥔 동자도 나무꾼이 온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거들떠보지도 않고 바둑판에만 정신을 쏟고 있었다. 동자 하나가 궁지에 몰렸는지 생각에 골몰하고 있을 때, 다른 동자가 여유 있는 태도로 바둑판을 내려다보고 있다 호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뭔가를 꺼내 먹기 시작했다.

그제야 동자는 옆에 누가 와서 관전 하는 것을 알고 호주머니에서 한 알을 더 꺼내 왕질에게도 주었다. 왕질이 받아 보니 마른 대추 열매였다. 무심코 그 대추 한 알을 받아먹고 나니까 시장기도 가시고 목도 마르지 않아 왕질은 나무를 할 생각도 않고 계속 바둑구경을 하였다. 백을 쥔 동자가 고개를 들며 말했다. "아직도 안 갔군." 그러자 백을 쥔 동자도 왕질을 쳐다보았다. "이 사람 언제부터 와 있었지? 바둑이 끝나려면 한참 걸릴 텐데."하며 기울어진 해를 가리켰다. "아차!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집에 가야지." 어둡기 전에 가려면 서둘러야 할 것 같았다. 왕질이 도끼를 들고 일어나려 했는데 도끼자루가 푸석 하고 썩어 나갔다. "어! 아침에 집에서 새로 갈아 가지고 왔는데, 도끼날이 녹슬어 있네!"

왕질은 어찌된 영문인지 모른 채 걸음을 재촉해 해가 저물어서야 가까스로 마을에 당도하였다. 그런데 마을 어귀까지 와서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마을이 변했다!" 왕질은 속으로 의아해 하며 귀가 하는데 마을로 통하는 길과 집들이 모두 변해 있었다. 마침내 집에 도착하니 집은 황폐한 헛간이 되어 있었다. 마침 지나가는 사람이 있어 붙들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이 집이 왜 이렇게 됐죠?" "저는 잘 모르나 200년 전에 이 집 주인이 산에 나무하려 간 뒤로 돌아오지 않아 그 아들이 집을 옮겼다고 하더군요."  "그 때 그 산에서 돌아오지 않은 사람이 누구라 합디까?" "이름은 잘 생각나지 않는데,  아마 7대조였다고 하더군요." "혹시 왕질이라고 하지 않던가요?" "맞아요. 헌데 어디서 오시는 분이기에 그 분의 존함을 아시죠?" "바로 내가 왕질이오. 지금 산에서 내려오는 길입니다. 이 도끼를 보시오." 왕질은 자루가 썩은 도끼를 보여주었다.
 
'본초강목'에서 발췌
 

대추는 많은 열매를 맺어 다산을 의미한다. 또한 제사상에서 대추의 붉은 색은 임금님 용포를 상징하고, 열매에 비해 씨가 큰 것은 왕을 뜻해 자손 중 왕이나 성현이 나오기를 기대하면서 제물로 바쳤던 것이다. 사진제공=강신근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라는 말이 이때부터 나왔다. 왕질이 신선이 준 대추 한 알을 먹고 배고픔을 잊은 것은 대추는 위기(胃氣)를 편안하게 하며 위장을 튼튼히 해주기 때문이다.

대추는 우리 민족이 애용하는 건강보조 식품

대추는 갈매나무과 활엽교목으로 대추나무 열매로서 원산지는 유럽남부와 아시아 서부다. 대추는 붉은 색을 띠고 있어 홍조라고 부르며 또 다른 이름으로는 대조(大棗), 목밀(木蜜), 미조(美棗)로도 불린다. 양반나무로 불리는 대추나무는 늦봄이나 초여름에 느긋하게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데 꽃이 핀 곳에는 반드시 열매가 맺히고 나서 꽃이 떨어져 헛꽃이 없기에 우리에게 '사람으로 태어나면 반드시 자식을 낳고 죽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는 과일이다. 그리고 많은 열매를 맺어 다산을 의미하기도 해 결혼식 폐백에서 시어머니가 며느리 치마폭에 던져주는 대추는 자손을 많이 생산해 가문을 번성하게 하라는 무언의 압력(?)이 아닐지 싶다. 그 외에도 제사상에서 대추의 붉은 색은 임금님의 용포를 상징하고 열매에 비해 씨가 큰 것은 왕을 뜻해 자손 중 왕이나 성현이 나오기를 기대하면서 제물로 바쳤던 것이다.

대추는 우리 민족이 즐겨 이용하는 건강보조 식품이며, 한방에서는 생강과 함께 삼강이조(三薑二棗 - 생강 3쪽, 대추 2개)라는 이름으로 처방된다. 또한 우리의 미풍양속인 관혼상제에 필수 과일로 사랑받는 대추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단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러한 대추를 '동의보감'에선 '췌장을 보하고 오장을 튼튼하게 하면서 의지를 강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대추의 효능을 보면 첫째, 백가지 약을 조화롭게 하고 독성을 없앤다는 것이다. '신농본초경'과 '동의보감'에 따르면 대추는 '백약을 조화롭게 한다(和百藥)'고 했고, '식료본초'에도 '백약의 독을 조화롭게 한다(和百毒藥)'고 나와 있다.

두 번째, 대추는 비타민이 풍부하다. 예컨대 생대추에는 비타민 C가 감귤의 7배, 사과의 50배 많이 들어 있다고 전한다. 비타민 C는 감염을 예방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조직들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대표적인 항산화제 역할을 한다.

세 번째는 활성산소 제거와 노화방지 예방 효과다. 속담에 '대추를 보고 먹지 않으면 늙는다'라 했듯 대추에는 베타카로틴 성분이 풍부해 몸속에 있는 유해 활성산소를 해독하도록 도와준다.

이 외에도 대추에는 신경안정과 스트레스 완화 효과, 냉증완화와 붓기 빼는 효과, 소염진통 효과와 관절염 증상 완화 효과, 내장기능 강화와 비염증상 완화, 항암작용 등이 있다.

참고로 대추의 효능을 100% 누리는 방법은 한 번만 쪼개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대추의 단단한 섬유질 껍질 때문에 유효성분이 빠져 나올 수 없어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칼집을 내는 방법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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