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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과로사(過勞死)하는 집배원 이대로 두고 볼일 아니다

아침에 까치가 울면 오늘은 반가운 소식이 있을까라며 하루종일 우체부를 기다리는 촌노에게 늦은 오후 따르릉 자전거로 소식을 전하던 우체부의 모습은 이제 전설이다.

옛날의 우체부는 요즘말로 집배원이다. 당시 집배원들은 자전거로 우편물을 배달했지만, 수취인이 밭에 나가 있거나 논에 나가 있거나 어디던 찾아가 직접 전하면서 이동네 저동네 소식도 함께 전하는 소식통 역할을 했다. 

4~50년전만 해도 우체부를 하려는 사람이 없어 한자(漢子)등의 간단한 시험과 면접을 통해 채용했다. 그러나 지금은 젊은 세대들에게도 나름 인기가 있는 직업이 됐다. 

면접 채용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정규직(상시 집배원)으로 공무원이 되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특별한 일 없으면, 걱정없이 정년을 보장받고 노동자 최고 수준의 복지를 누리는 직업이다.

또 주 52시간 근무시간을 철저하게 보장받는 직업이 바로 공무원이다. 그러나 근무시간이 주 52시간을 훌쩍 넘어서고, 매일 사고 위험에 노출되며, 끼니조차 챙기기 어려운 공무원도 있다. 

바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 우정직군 공무원인 집배원이다.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기획추진단에 따르면 집배원(무기계약직 포함)의 연간 노동시간은 하루 평균 11시간 6분, 연평균 2,745시간에 달한다. 사실 집배원이 주로 다뤘던 우편 물량은 다소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불신사회로 인해 배달시 수취인의 서명을 받아야하는 '등기소포'의 경우는 지난 10년간 2배(2008년 1억2,672건, 2018년 2억7,130만4,000건 ) 이상 증가했다. 

우편함에 꽂아두기만 하면 됐던, 일반우편에 비해 가가호호 방문해 수취인 서명까지 받아야 하는 등기소포가 늘어나면서 집배원의 업무 강도가 더 높아진 것이다.또 동료가 병가나 휴가로 자리를 비우게 되면, 동료 집배원이 나눠서 배달하는 '겸배(兼配)'문화가 존재해 사실상 자리를 비우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동료에게 분담을 주지않겠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버티다 끝내 불미스런 결말을 맞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바쁜 것이 좋은 것이라는 자조 섞인 위안으로 바쁜 걸음으로 살았던 집배원들이 지난 2008년부터 10년간 166명이 사망했다. 지난해에는 25명, 올해는 9명이 과로사(過勞死) 했다. 2011년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집배원도 28명에 달한다. 

이는 화재현장에서 생사(生死)를 넘나드는 소방관 산재율 1.5배 수준이다. 우정노사협의회가 2019년 7월 1일부터 토요 집배를 폐지하고 집배원 2,000명을 정규직으로 증원할 것을 결의했지만, 국회에서는 집배원 1,000명 증원을 골자로 한 예산안을 제출해 소위원회의 깜깜이 심사로 흐지부지 처리됐다. 

이에 우체국 노동조합(전국우편지부)은 노조원 90% 이상의 찬성을 얻어 9일부터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양산에도 83명의 집배원들 매일매일 숨가쁜 걸음으로 소식을 전하고 있다. 연간 수십 명이 과로사(過勞死)하는 집배원들의 죽음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보자.

김종열 기자  ysnews09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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