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간의 외교에서 대화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일본은 상대국과의 대화를 매우 중요시하는 나라이다. 김영삼 정부 때 일본에게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는 말로 일본 여론을 유발시켜서 결국 IMF를 불렀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강경화 외무장관이 "일본이 보복하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 외무장관이란 사람이 자국(自國)의 이해득실(利害得失)은 고려하지 않고 외무장장관이 그 말을 하자마자 일본의 여론을 촉발시켰다. 일본이 급기야 수출규제 보복을 단행한 것이다.
한국 경제는 첨단 생산제품의 중요부품은 일본에 의지하고 있어 그 부품들을 거부하면 한국은 중요 전자제품을 완성품으로 만들지 못한다. 그런데 그런 부품은 공교롭게도 일본이 전세계 생산품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그 제품들 99%를 일본에서 수입하는 상황이며, 일본에 모든 제품의 수출입을 신고해야 한다.
이번 한일 갈등은 경제보복 카드를 들고 나온 일본 아베 정부에 직접적 책임이 있다고 하지만 원인을 제공한 측은 한국 정부다. 작년 한국 대법원이 '강제징용'에 대해 일본기업의 배상을 판결하면서 비롯됐다. 일본정부는 한국정부가 나서서 해결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일본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민간인을 포함한 포괄적 배상이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여기에서 일본인의 국민성을 알아야 한다. 일본인은 어느 나라 등 그 나라 정부와 한번 합의하여 결정한 사항에 대해 향후 그 나라 정부가 바뀌었다고 동일한 사안을 다시 거론하는 것을 수용하지 않는다. 즉 일본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서 이미 결정됐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아베 총리가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NHK에서 중계된 당수토론대회에서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국가에는 우대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한 발언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 등과는 무관하다고 부인했지만 현재 한일 간 신뢰관계 훼손이 과거사 문제가 아닌 또 다른 무엇이 있는지, 있으면 풀어야 한다. 일본 언론들도 한결같이 강제 징용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첫 대항 조치라고 해석했다. 징용 갈등은 한일 사법부의 판단과 국민 여론이 엇갈리고 피해자 치유까지 필요한 매우 복잡한 외교 문제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의 일본 수입의존도를 낮추는 등 특단의 대책 마련이 있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