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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도 뛰어드는 직업 됐으면…"■ 밧줄에 청춘을 매단 김찬양 씨
낮에는 외벽도장공, 밤에는 줌바댄스 강사
아버지, 삼형제 등 가족 모두 도장공 가업
▲ 김찬양씨가 아파트에서 외줄을 타고 있다.

"아버지와 형, 남동생도 외벽 도장공
힘들땐 우리 형제 서로가 '안전줄'
베트맨 이벤트 봉사 해보고 싶어요
외벽에서 만난 아주머니들
음료수 입에 넣어주면 일할 맛"

양산에 30대 청춘이 외줄을 타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엄지 손가락만한 밧줄에 몸을 의지한 채 세상을 바라보는 그는 "이제 아래를 내려다 봐도 두렵지 않다"고 했다.

그는 바로 외벽도장공 김찬양씨(34·물금)다. 그의 아버지와 형, 남동생도 외벽도장공이다. 찬양씨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에게 도장하는 것을 배웠다. 성년이 됐을 때 아버지는 "기술로 먹고 살아야 한다"며 그에게 외벽도장을 배우길 권했다.

삼형제는 부산 해운대에서 기술을 익혔다. "힘들고 어려울 때 우리 형제는 서로의 안전줄이 됐다"고 말하는 찬양씨다. 첫 외벽을 타던 날을 그는 아직도 기억한다. "42층 높이 트럼프월드에서 형과 나 둘이서 처음 줄을 탔습니다. 무서워도 다시 올라갈 수도 내려 올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몸이 중력 때문에 붕 뜨는 것 같았어요. 이제 트럼프월드보다 낮은 곳에서 작업할 때는 겁이 나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그는 외벽을 타는 것이 무섭지 않느냐는 질문에 "무섭지만 이제 몸이 적응을 해 버렸어요. 늘 고되지만 먹고살기 위해 또 일터로 향하는 것이지요"

일하는 즐거움이 뭐냐는 질문에는 “아파트 외벽을 타고 내려 오면서 베란다에 아주머니가 박카스도 주고 아이스크림도 주고 김치도 입에 넣어 주십니다. 이런 맛으로 일하는거 아닙니까” 라고 했다.

그의 꿈은 외벽도장공들이 일용직으로 일하는 현실을 바꾸는 것이다. 국내 외벽도장공들은 대부분 일용직 근로자로 일한다. "제가 회사를 차려서 직원들에게 고정급을 주면서 일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외벽도장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전문 교육장도 만들어 나가고 그들의 삶을 더 편안하고 안전하게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그는 또 "한 미국 뉴스를 봤습니다. 백혈병 투병 어린이 병원에서 스파이더맨, 베트맨 복장을 한 사람들이 외벽을 타고 내려오며 어린이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이벤트를 하더라고요. 저도 이런 봉사를 하는 것을 꿈 꿉니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에 있었던 웅상 외벽도장공의 사고에 대해서는 "안전줄과 보조작업자가 옥상에 있도록 더 노력했어야 했는데 안타깝습니다. 우리는 세월호를 겪었지만 우리 안의 세월호들은 아직도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차츰 고쳐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서 "안전줄과 안전모 등 기본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는 작업장이 대부분일 겁니다. 우리 근로자 스스로도 안전 의식을 키워야 겠지만 공사를 발주하는 아파트에서도 작업 속도만 생각하지 말고 안전 수칙 준수 여부를 지키는지 확인해야죠"라고 말했다.

그는 “청년들이 어렵고 힘든 일에 도전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니겠어요. 안전하고 체계적이라면 부모들이 말리지 않겠지요. 이런 체계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고 했다.

줌바댄스를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삼는 그는 상북면 석계리의 사설학원 피티박스에서 강사로도 활동한다. "작업하면서 허리도 아프고 통풍도 왔는데 춤을 추면서 다 극복하게 됐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잘 살거에요"

신정윤 기자  ysnews09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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