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선이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남하한 사건은 군 당국의 경계태세가 얼마나 허술한 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북한 어선은 지난 6월 9일 함경북도 집삼 포구에서 출항, 어선에 탑승한 북한 인원 4명 중 2명은 처음부터 귀순 의도를 갖고 출발했으며, 다음 날 10일 NLL 북방 어선군에 합류해 11일부터 12일까지 위장 조업을 한 뒤 오후 9시 야간을 틈타 NLL을 남하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어선은 울릉도 동북방 약 30노티클마일 해상에서 기상 악화로 엔진을 일시 정지, 기상 상황이 나아지자 최단거리 육지를 목표로 다시 항해하다가 15일 오전 6시 22분 자체 동력으로 삼척항 방파제에 들어와 배를 밧줄로 정박시킨 후 해가 뜰 때까지 구조를 기다렸지만 인지하지 못했다.

문제는 산책을 나온 주민이 112에 최초 신고할 때까지 군 당국이 몰랐다는 점이다. 공개된 북한 선원들의 폐쇄회로(CC)TV 영상과 사진, 주민 증언 등에 위하면 이들은 삼척항에서 흰색 홋줄(정박용 밧줄)을 배 앞부분과 방파제 벽에 직접 묶어 정박, 배 안에는 옷가지를 담아 놓은 듯한 여러 개의 봉지와 물고기를 잡을 때 쓰는 도구들이 있고, 한 명은 인민복 차림이었으며 다른 한 명은 얼룩무늬 전투복, 나머지 두 명은 작업복을 착용하고 있었는데, 선원 4명 중 2명은 배를 정박하는 과정에서 방파제 위로 걸어 올라오는 과정에서 한 선원을 발견한 주민이 어디서 왔는지를 묻자 "북한에서 왔다"며 "서울에 사는 이모와 통화할 수 있게 휴대폰을 빌려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탈북한 사람과 접촉하기 위한 의도로 보이며, 2명 중 선장 남모씨는 "가정불화, 선원 김모씨는 한국 영화를 시청한 혐의로 처벌을 두려워해 탈북을 결심했다"며 "나머지 두 명은 선장을 따라 휩쓸려 왔다"고 했다.

송환확인서 작성 과정에서 모두 귀순 의사를 표시했지만 남씨와 김씨가 "'북으로 가면 죽거나 교화소에 간다'며 귀순 의사를 표명했다"고 알려졌지만 이들이 방파제에 접안해 육상으로 올라오기까지 군과 해경은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해상경계 작전에 심각한 헛점을 드러냈다. 따라서 경계 근무병과 책임자에 대한 문책이 불가피하다. 특히 동해상에는 평상시보다 더 많은 해양 감시 자산이 운용되고 있었음에도 북한 어선을 발견하지 못해 총체적 무능을 보여 줬기 때문에 군(軍) 수뇌부에 대한 엄중한 문책도 이뤄져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상경계시스템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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