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년 7월, 스티비 원더는 모타운의 수장 베리 고디로부터 완전한 창작의 자유를 보장 받는다. 이듬해 이 앨범 [Talking Book]이 나왔고 스티비는 세계 최고가 된다. 전작 [Music Of My Mind]엔 모타운과 미계약 곡도 포함돼 있어 모타운과 합리적 재계약 이후 나온 최초의 스티비 원더 앨범은 [Talking Book]이라고 해야 한다.

71년 당시 스티비는 일렉트로닉 음악에 빠져 있었다. 더 정확히는 말콤 세실(Malcolm Cecil)과 밥 마굴레프(Bob Margouleff)로 구성된 영미권 듀오 톤토스 익스팬딩 헤드 밴드(Tonto's Expanding Head Band)의 신시사이저에 원더는 마음을 빼앗긴 상태였다. 그에게는 이미 많은 아이디어가 있었다. 단지 표현할 일만 남았을 뿐이었다. 71년 메모리얼 데이. 세 사람은 그렇게 역사를 쓰기 위해 뭉쳤다.

물론 그렇다고 말콤과 밥이 직접 악기를 연주한 것은 아니었다. 둘은 엔지니어링과 프로듀싱, 그리고 스티비에게 영감을 준 것으로 [Talking Book]에 기여했다. 악기는 온전히 스티비의 몫이었다. 그는 기타와 브라스 파트를 뺀 거의 모든 악기들을 직접 다뤘다. 당시 음악적 자유를 얻은 스티비에겐 거칠 것이 없었다. 스티비는 결심했고 또 보여주었다.

사랑을 주제로 한 [Talking Book]에서 가장 유명한 곡은 'Superstition'이다. 유명한 곡을 따질 수 없다는 것으로 유명한 이 앨범에서 특정 곡을 꼽는다는 게 민망하지만 그래도 이 앨범 하면 역시 스티비가 제프 벡을 위해 쓴 이 곡이다. 테너 색소폰과 트럼펫만 빼고 모든 걸 혼자 해낸 스티비는 걸쭉한 클라비넷 리프에 뭉툭한 무그 베이스를 묻히며 아프리칸 훵키 리듬을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었다. 훵크(Funk) 소울 음악의 기준이 확립된 순간이다.

[Talking Book] 하면 첫 곡 'You Are the Sunshine of My Life'도 뺄 수 없다. 지금도 많은 알앤비 뮤지션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펜더 로즈 건반의 순수한 영역은 이 노래가 가진 영적인 측면을 더욱 부각시킨다. 교체되는 리드 보컬, 풍성한 화음, 날뛰는 콩가(Congas)가 고독에 담금질 한 스티비의 사랑 노래를 한층 신비롭게 만든다.

하지만 역시 이 앨범의 백미는 두 번째 곡 'Maybe Your Baby'다. 7분에 가까운 러닝 타임 동안 스티비는 클라비넷과 무그 베이스의 전쟁 속에서 노래한다. 소리는 지속적으로 터지고 뭉개지며 또한 질척인다. 그 사이를 레이 파커 주니어의 길고 힘 있는 일렉트릭 기타 솔로가 파고드는데 이게 또 별미다. 이 작품에선 당연히 'You and I (We Can Conquer the World)'를 지배하는 톤토 신시사이저(T.O.N.T.O. Synthesizer)가 주인공이 되어야 하지만 연주와 구성에 있어선 단연 'Maybe Your Baby'가 거론돼야 한다. 이건 'Lookin' for Another Pure Love'에 제아무리 제프 벡이 등장해도 바꾸기 힘든 가치다. 'You've Got It Bad Girl' 정도라면 상대가 될 지도 모르지만. 이처럼 클라비넷과 무그 베이스, 톤토 신시사이저의 궁합은 이후 스티비 원더 음악의 색깔이 되고 생명이 된다.

11세 때 데뷔한 스티비가 22세 때 내놓은 15집 [Talking Book]의 초도 판매고는 70년대 초 당시로선 경이적이었다. 비록 210만장이 팔린 [Innervisions]보단 적었지만 150만장이 나간 [Fulfillingness' First Finale]보다는 10만장이 많았다. 믿기 힘든 노래와 연주, 송라이팅과 편곡 실력을 담은 본작을 통해 그는 혹자의 말처럼 '음악적 세계 헤비급 챔피언'이 되었다. 같은 해 스티비는 롤링 스톤스와 여름 북미투어에서 50회 공연을 함께 펼치며 명실공히 미국 대중음악의 얼굴, 세계적 슈퍼스타 반열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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