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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은 '나만의 소신'지켜내는 힘을 기른다"[양산의 길을 찾다] <6> 유득원 전 양산향교 전교

"유학은 마음의 근육을 길러주는 힘
2천5백년 긴 역사 함께해온 문화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문화적 가치"

 

유득원 전 양산향교 전교.

양산시 교동 198-2번지.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205호인 양산향교가 있는 곳이다. 1406년부터 이 자리를 지키며 양산의 교육을 책임지던 이 곳은 현재 대성전과 청원재, 풍영루가 어우러져 주변의 랜드마크 노릇을 독톡히 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시민들은 향교를 먼 시대 적막한 건물로만 보고 있는 듯 하다. 향교에 다니는 사람이 누군지, 무엇을 하는 곳인지. 과연 향교는 그냥 오랜 건물로 적막감 속에 놓인 죽은 문화재인가? 아니다. 향교가 조선시대 지성과 문화예술의 요람이었고 그 시대 교육의 한 획을 담당했으며 현재 우리에겐 인문학 컨텐츠의 보고다. 

이 곳의 한 역사를 함께 했던 유득원 전 양산향교 전교를 만나 향교의 이야기 들어봤다. 그를 통해 현대 인간관계에 대한 본질과 이를 통해 양산의 문화·교육이 나아갈 길에 대한 방향성을 찾고자 한다.

 

◆ 양산 향교는 어떤 곳인가.

향교는 조선시대부터 유학을 학생들에게 가르쳐 인재를 양성하던 지방의 중등교육기관이다. 성균관이 대학에 해당하는 중앙 교육기관이라면 향교는 지방 최고의 중등 공교육기관이라 보면 된다.

오늘날 양산 향교는 크게 두 가지 역할을 한다. 첫째, 현재 학교에서 담당하지 못하는 인성교육을 유교를 통해 가르치는 교육의 역할이다. 둘째, 공자를 비롯한 유현(儒賢)들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제향기능을 담당한다. 

양산향교는 1년에 2번 향교 주관으로 공자와 유현들에 대한 제사를 지낸다. 또, 사립교육기관인 서원의 제사를 대행하기도 한다. 양산에는 세 곳의 서원이 있고, 향교에서는 서원의 임란공신(壬亂功臣) 추모 제사를 주관하고 있다.

오늘날 양산향교는 공자사상을 추구하는 양산의 유림들의 조직체라 보면 좋겠다.

◆ 향교에서 전교의 역할은 무엇인가.

전교는 향교의 운영을 책임지는 직책이다. 지금으로 치면 교육기관의 장, 즉 교장으로 보면된다. 전교는 유학 공부를 함께하는 유림들의 추대를 통해 선출되며 임기는 3년이다. 

◆ 양산향교에서 운영되는 프로그램은.

양산향교는 양산시민들을 만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현재 운영중인 프로그램은 △어린이 예절교육 △청소년(중·고등) 인성교육 △주부 다도(차)교육 △한글·한문 서예교실 △고전 교육- 통감·논어·맹자·명심보감·대학·중용·사자소학 △문인화 교육 등이 있다.

◆ 좋은 프로그램에 많은 시민들이 모르는 것 같다. 이유가 있나.

일단 공자사상에 대한 오해가 있는 것 같다. 공자를 성인으로 모시고 제사를 지낸다고 하니 종교단체로 생각하기도 한다. 향교는 특정 종교가 아니라 우리 선조들의 얼인 유교사상을 지켜나가고자 모인 사람들이다.

공자 사상이 우리 2천 5백년이라는 긴 역사를 함께한 만큼 그 문화를 우리가 계속 지켜야 할 가치라고 생각한다. 이는 내가 유학을 공부한 이유기도 하다.

유 전 전교와 유림들이 제사를 지내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 오랜 시간 공부한 유학의 매력은 무엇인가.

유학은 기본적으로 인(仁)에 대한 학문이다. 인간은 처음 태어났을 때 선한 성품으로 태어난다. 그러나 살아가다보면 선한행동을 하는 사람, 악한 행동을 하는 사람으로 행동결과가 달라진다. 유학에 대한 공부를 하다보면 악한 행동을 반성하고 억제할 수 있는 수양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최근 조직생활에서 이해심이 약해 조직과 충돌하거나, 남과 이해관계를 다툼을 하는 많은 사례들을 볼 수 있다. 유학을 공부한 사람들은 이럴 경우 남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를 통해 자기반성을 해 남들과 충돌할 일을 줄이게 된다. 이런 마음의 근육을 길러주는 것이 유학의 매력이다.

◆ 최근 인문학 열풍이 불어 논어를 비롯한 고전에 대한 공부가 인기다. 이유가 무엇이라 보는가. 

유학은 합법보다 합목적성을 논하는 학문이다. 인성교육을 통해 법 이전에 목적을 고민해보게 한다. 유학의 목적은 '일탈'을 막는 것이다. 작게는 마음속 악에 유혹으로 인한 일탈에서부터 가정생활로부터의 일탈, 사회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일탈, 법에 대한 일탈로부터 소신을 지켜나가는 힘을 기르게 해준다. 요즘 같은 복잡한 사회에서 '나만의 소신'을 지켜나갈 수 있는 마음의 힘을 길러주기에 현대인들이 다시 고전공부로 돌아오는 것 같다.    

◆ 유학을 오래 공부한 입장에서 왕따 문제, 학교 폭력 등 최근 더 잔혹해지고 있는 사회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나. 

나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편협한 사고가 최근 나타나는 사회문제의 원인으로 보인다. 예전에는 더불어사는 사회였다. 형제, 자매도 많고 마을사람도 하나의 가족처럼 모우 어울려 살아갔다. 그러나 점점 핵가족화되면서 더불어 산다는 개념보다는 '나'라는 개념이 강해졌다.

예를 들어 옛날 형제가 많았던 시절, 공 하나를 가지고 노는 아이들에게 그 공이 누구꺼냐 물으면 '우리 공'이라 답한다. 요새 애들한테 같은 질문을 하면 '나의 공'이라 답한다. 

나라는 의식이 강해 남을 배려할 여유와 기회를 많이 놓친다. 그러다보니 자기위주로 생각하고 이것이 심해지면 자기 생각에만 빠져 사회적 일탈로 나타난다. 

이를 막기 위해 향교에서는 인성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 향교 교육의 지향점은 무엇인가.  

유교사상의 핵심은 수기치인(修己治人), 즉 자기 자신의 수양에 힘쓰고 사람을 이상적으로 다스리는 것을 목표로 그것을 향한 실천하는 것이다. 나에 대한 수양을 통해 현 사회에서 보이는 모순점이나 부조리를 극복하는 것이 향교 교육의 지향점이다.

◆ 마지막으로 양산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향교에서는 시민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해 자기수양을 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었으면 한다. 

오랜 시간 향교에서 공부하면서 많은 분들을 만났다. 일단 유교공부를 하던 사람들은 앞뒤가 다른 사람, 즉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사람이 없다. 대부분 공부를 통해 수양해 거짓말 안하고 언행일치(言行一致)하는 사람들이다. 이는 공자의 충효사상에서 배운 것들이다.

각박한 세상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 나를 단련하는 것 만큼 행복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 유득원 전 전교 프로필

· 양산시 공무원 27년
· 하북면 면장 9년
· 환경분야 전문경영인 20년
· 양산향교 훈장 13년
· 제 31대 양산향교  전교 (2009.12.13~ 2012.9.30)

김진아 기자  ysnews09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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