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거리에 나가보면 싸야만 잘 팔린다는 이유로 업자끼리 가격 인하 경쟁을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 필자는 웃음이 나온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모르기 때문이다.

필자는 한국소비자신문에서 몇 년간 편집장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소비자 문제에 대해 상당히 많은 전문지식을 쌓았다. 가격을 내리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이런 사람을 영업부장 자리에 앉혀 놓으면 회사를 말아 먹는다.

예를 들어보자. 20% 할인 - 50% 할인이 엄청난 차이로 보이겠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별로 달갑지 않다. 이것은 경영자로서 머리를 쓰지 않고, 가장 쉽게 흉내 낼 수 있는 방법이라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다.

이런 파격적인 세일 행사를 하지 않아도 없어서 못파는 상품이 있다. 서울의 y 백화점 1층은 해외 유명 브랜드 고가의 화장품, 의류, 손목시계, 반지, 보석 매장이 넘친다. 샤넬, 불가리, 구찌, 프라더, 크리스챤디올 등 화장품 하나 가격이 수십만 원을 넘고 손목시계 한 개 가격이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뛰어 넘는다. 고가의 와인이 불띠나게 팔리고, 해외 여행객 숫자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런 일들이 일부 돈 많은 재력가들에게나 해당되는 경우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세상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 가운데 상당수는 보통 직장인들이다.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하지만 백화점의 명품 매장은 언제나 고객들이 북적거린다. 물론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상품이 팔리지 않는 기업이 더 많은 것은 맞다.

상품을 만들어도 팔리지 않으며 아무리 싸게 팔아도 남는 이익이 없다. 이렇게 보면 대한민국은 불황인 것은 분명하다. 이는 경제지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최악의 불경기 속에서 비싸도 없어서 못파는 상품이 있고, 아무리 싸도 팔리지 않는 상품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먼저 그 상품에 대한 가치를 생각한다. 하지만 동일한 상품이 홍수를 이루는 세상에서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상품의 가치를 쉽게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영특한 소비자는 인터넷을 통해 상품 정보를 얻는다. 

예를 들어보자. 모처럼 대학동창이나 지인을 만나게 되어 이야기를 나누며 커피라도 한 잔 마셔야 하겠는데, 어디에 갈까? 스마트폰에서 확인해 보니 인근에 까페가 두 곳이다. A 까페는 아메리카노 한 잔에 3000원이고, B 까페는 6000원이다. 그런데 B 까페는 여럿이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책을 보거나 공부도 할 수 있다. 이때 고객은 '커피 한 잔'이라는 상품을 놓고 가치를 생각하게 된다. B 까페는 A 까페보다 3000원이 비싸다. 하지만 여기엔 지인과 조용히 대화할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이 제공되고, 책도 보고 공부도 할 수 있다. 가치를 따져보니 3000원을 더 지불해도 B 까페가 낫다고 생각하게 된다.

상품 가치가 고객에게 전달되지 못한다면 가치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명품(고가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은 그 상품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일 없어서 못파는 상품이 있다면 그것은 그 상품에 대한 가치를 쉽게 고객에게 전달하고 있는 상품이며, 이런 상품은 고객이 가치를 알기 쉽다는 특징이 있다. 구매하려고 하는 상품이 돈을 지불하더라도 구매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 바로 이점을 소비자는 본능적로 감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바보가 아닌 소비자라면 가격이 싸다고 넙죽 대들지 않는다.  

거듭 말하지만 소비자에게 가치가 잘 전달되는 상품은 팔린다. 로버트 라이시의 「부유한 노예」에서 풍요로운 현대인의 뒷면을 잘 말해주는 귀절 중에서 "더 빠르고 더 좋고, 더 값싼 상품과 서비스를 위해 필사적으로 더 불안해하며 더 많은 시간 일을 해야 하는 현대인은 이제 쓰레기 하나는 버리더라도 전문가의 조언을 요구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고 말한다. 좋은 상품이라고 반드시 잘 팔리는 것이 아니며, 잘 팔리는 상품이 좋은 상품이며, 가치가 높은 상품이 잘 팔린다고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소비자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하는 상품은 비싸도 팔린다. 따라서 상품의 품질을 개선하고, 보다 좋은 상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과, 좋은 상품을 찾는 일에 열정을 쏟는 것보다는 항상 「어떻게 하면 상품의 가치를 충분히 소비자에게 전달할 것인가」를 연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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