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산신도시 택지 신생마을…물금·아파트 위주 '역차별'
예정된 공공시설 아직도 미정, 학교부지 여전히 논란

열병합발전소·수질정화공원·송전탑 등 주거환경 불만
유수지 '우범지대'…공원화·주차장 활용 등 개선책 요구
마을회관 건립 찬반논란에는 양산시의 적극 행정 주문
지역구 의원 소통 촉구…통합공공시설 등 대안 제시도

▲ 금빛마을 유수지. 풀밭 바닥에 물이 고여 있고 주위에 수풀이 무성하다.


#5년 전 석산신도시 택지 지역으로 이사 온 A씨. 분양 광고를 보고 신도시에 공공시설과 학교부지가 갖춰진 공기 좋은 쾌적한 환경을 기대했던 A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직까지 공공시설이 들어온 곳은 한 군데도 없고 심지어 예정조차 없는 상황. 초등학교는 사실상 무산 분위기고 특성화고가 들어오니 중학교가 들어오니 하며 논란이 되고 있다. 명색이 신도시 마을인데 번듯한 마을회관 하나 없다. 석산교차로는 출퇴근 시간만 되면 극심한 정체로 교통지옥이고, 주위는 온통 송전탑에 수질정화공원과 유수지에서 나오는 악취로 창문을 열 수가 없는 환경. 여기에 설상가상 열병합발전소가 들어선다는 소식마저 들려온다. 적어도 자신이 꿈꿨던 건 이런 게 아니라며 요즘들어 한숨이 늘어난 A씨. 이는 한 금빛마을 주민이 처한 현실이다.

"금빛마을이 양산에서 제일 아픈 손가락이다."
"신생마을인데도 환경은 최악이고 혜택은 최하다."

석·금산신도시 택지 주민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신도시·아파트 위주의 시정에 홀대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금산금빛마을 주민들이 느끼는 소외감이 심상치 않다.

금빛마을은 지난 2016년 동면 금산마을에서 분리해 나와 공모를 통해 마을이름을 지은 석산신도시 마을이다. 마을 대부분은 택지 당시 1,002세대 2,170명이었던 인구가 올해 5월 31일 현재 1,149세대 2,747명으로 늘었다. 한 마을 인구치고는 상당히 많은 편이다. 뿐만 아니라 이는 등록된 인구일 뿐이며 상가가 밀집된 지역 특성 상 실제 유동인구는 이 두 배에 달할 것이라는 게 마을주민들 의견이다. 이렇게 규모가 큰 마을임에도 양산시에서 홀대를 받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 마음이다.

서부광 금빛마을 이장은 "동사무소, 파출소, 119 등 원래 택지 분양할 때 들어오기로 했던 공공시설들이 현재까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면서 "양산시 정책이 물금·증산신도시나 석산신도시도 인구가 많은 대단지 아파트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금빛마을 주민들은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다고 느낀다"고 전했다. 지난해 증산신도시에 양산세무서가 들어서고 택지에 증산파출소가 개소한 것과도 비교가 된다는 것이다. 현재 공공청사 부지는 시에서 임시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금오로를 경계로 택지지역 바로 맞은편에 있는 석산신도시 대단지 아파트 8곳에는 5월말 현재 6,634세대 19,386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양산시나 민의를 대변해야 할 지역구 의원들의 관심이 아파트 지역으로 쏠린다는 것이다.
 

금빛마을 학교부지.

■ 학교부지·국도35호선진출입로…금빛마을 '역차별'

최근 불거진 학교 부지 논란만 해도 그렇다. 금빛마을에 초등학교·고등학교 부지 27,104㎡, 약 8천 평이 있다. 하지만 지난해 초등학교 과밀학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석산신도시 아파트 지역 중학교 부지에 석산2초·석산중 통합학교 설립이 결정되면서 이곳 초등학교 신설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여기에 양산교육지원청은 이곳 고등학교 부지에 특성화고 설립 검토에 나섰고, 지역구 시의원인 최선호 의원(더불어민주당, 동면·양주)이 시의회에서 석·금산신도시에 중학교를 신설해야 한다는 5분자유발언을 하면서 그 대상지로 이곳 학교부지가 오르내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작 초등학교와 고등학교가 필요한 지역주민들 의견은 쏙 빠졌다.

"이쪽도 학교 신설이 급한데 아파트 지역 학교가 나중에 과밀할 것을 대비해 이쪽 부지를 중학교 부지로 비워놔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면서 "인구가 많은 아파트 지역만 배려하는 정책으로 인해 택지 주민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양상은 석산신도시 출·퇴근길 극심한 정체 문제 해결을 위한 국도 35호선 진출입로 신설에서도 반복됐다.

양산시는 최근 도시계획ㆍ건축심의위원회를 열고 ‘물금택지개발사업 지구단위계획 변경안’ 승인을 통해 석ㆍ금산신도시 도로 신설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반도유보라6차 아파트 앞 금오16길에서 보행자전용도로와 완충녹지대를 터서 올해 안으로 진출입로를 낼 계획이다.

하지만 같이 신청했던 석산 택지 지역 3곳 진출입로는 불발됐다. 양산시 관계자는 "부산지방국토관리청과의 협의 과정에서 국도 35호선 진출입로 신설이 많아질 경우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에 따라 우선 아파트 지역 한 곳만 올해 신설하기로 했다"면서 "추후 이곳 운영상황을 보면서 택지 지역도 추가로 다시 신설 건의를 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수질정화공원

■ 열병합·수질정화공원·송전탑…오염시설 '트라이앵글'

금빛마을이 안고 있는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김홍렬 금빛마을 새마을지도자는 "양산의 오염시설은 이쪽에 다 갖다놨다"고 지적했다. 위로는 열병합발전소 건설 논란, 아래로는 수질정화공원과 송전탑으로 둘러싸인 곳이 금빛마을이다. 이른바 '양산 오염시설의 트라이앵글'이라는 것.

특히 수질정화공원 악취 문제는 금빛마을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창문을 열고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질 수록 악취 문제는 더 심각하다. 해묵은 문제인 만큼 해결책도 쉽지 않아 보인다.

양산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 현장 확인, 기술진단 등을 통해 악취 발생원인을 파악해 악취개선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면서 "사업비 10억 원을 반영해 악취방지시설 추가설치를 추진 중에 있으며 수질정화공원에서 발생되는 악취로 인한 주민들의 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시설관리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유수지 활용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최창집 금빛마을 개발위원은 "폐수가 흘러들어 악취가 나고 벌레가 들끓고 못쓰는 나무를 심어다 방치해놓고 있는데다, 주민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고 태양광만 설치해 시야만 다 가리고 있다. 벤치도 오래됐고 얼마 전까지는 가로등도 없어서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는 등 우범지역이 돼버렸다"면서 "어느 지자체도 주민이 밀집된 곳에 있는 유수지를 이렇게 관리하는 곳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양산시 관계자는 "공원화 등 유수지 활용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컨테이너 박스 2대에 운영 중인 금빛마을 마을회관과 경로당.

■ 찬반논란에 표류하는 마을회관·경로당 건립…양산시 적극행정 촉구

예산까지 확보해 놓고도 2년째 표류하고 있는 마을회관·경로당 설립 문제도 있다.

양산시는 금빛마을의 요청에 따라 현재 금산공원이 들어선 금산리 17-2번지 일대 4천여㎡ 중 일부인 165㎡를 공원부지에서 용도변경해 마을회관 및 경로당을 건립할 계획을 세우고 지난해 1억8천만 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임시로 컨테이너 2대에 마을회관과 경로당을 설치해 운영해오던 금빛마을에 제대로 번듯한 마을회관이 들어서는가 했다.

하지만 금산공원 인근 주민들이 마을회관 건립에 반대했다. 정해진 공원 공간을 줄일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주민은 "택지는 아파트와 달리 쉴 수 있는 공간이 공원 뿐이고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도 여기 밖에 없는데 경로당 같은 시설이 들어어 공원이 축소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애초에 도시계획 당시에 아파트처럼 마을회관과 경로당 부지를 확보해야 했는데 이제 와서 공원을 줄이는 것은 주민들의 신의를 저버리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처럼 마을회관 건립에 주민 찬반이 갈리자 입장이 난처해진 양산시는 "마을간의 갈등이라면 시가 중재에 나서야겠지만 마을 내부의 일까지 시가 간섭할 수는 없다"면서 "총회 등을 통해 마을의 총의를 모아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며 사업을 일시 보류했다.

이에 대해 서 이장은 "이렇게 되면 마을회관 건립에 찬성했던 다수의 입장들은 무엇이 되나"면서 "주민들을 설득해 사업을 진행해야 할 양산시가 오히려 일을 주민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 이장은 "애초에 도시계획 때 마을회관 부지를 미리 마련하지 못한 양산시의 잘못인 만큼 반대의견도 이해는 간다"면서도 "우리가 파악하기로 실제 반대자 수는 그리 많지 않은 만큼 시가 적극적인 행정을 펼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마을회관과 경로당 건립이 예정된 금산공원.

■ 문제제기·관심, 그리고 소통…지역구 의원 역할 중요

그렇다고 금빛마을 현안들이 진전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국도 35호선 진출입로는 불발됐지만, 택지 내부도로 4곳은 올해 말까지 신설한다. 곳곳이 막혀 있는 내부도로가 상권 침체를 유발한다는 지적에 따라 양산천변 강변로와 택지 내부를 원활히 연결하기 위해서다.

본지가 보도했던 벌레 문제에 대해서도(지난 5월 26일자) 임시방편이지만 양산시가 이달 중으로 해충포집기 6~10대를 유수지 주변에 설치하기로 했다.

중요한 것은 꾸준한 문제제기와 관심, 그리고 소통이라고 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김홍렬 새마을지도자는 "시는 보신주의에 머물러 적극적인 행정을 주저하고 있고, 주민의견을 대변해야 할 지역구 의원들은 표가 많은 아파트에 몰려 택지 주민의 목소리는 반영이 안 되고 있다"면서 시와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최창집 개발위원은 "학교부지에 대해 지역 주민의 의견이 적극 반영돼야 한다"면서 "유수지 문제는 대구 수성못까지는 아니더라도 공원화 하거나 일부를 덮어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등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부광 이장은 "우리도 안되는 것을 되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 있는 사업을 해달라는 것"이라면서 "공공시설과 마을회관의 경우 공공청사 부지에 도서관, 민원사무소 등 통합 공공시설이 들어오고 여기에 마을회관 공간을 조금이나마 제공한다면 현안들 다수가 해결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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