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정의태 시인 유고시집 '뒤로 걷는 저녁'

故 정의태

가끔씩 싱거운 농담을 던지며 좌중을 웃겼던, 하지만 그 속엔 촌철살인 같은 시구로 시대에 대한 풍자와 분노를 드러내었던 정의태 시인. 불의의 병마와 싸우면서도 마지막까지 웃음을 잃지 않았던 그 의연한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이에 고인이 된 시인을 추모하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전망출판사(대표 서정원)에서 유고시집 발간위원회(강희철 문학평론가, 김남영 문학평론가, 김요아킴 시인, 이은주 시인)를 꾸리고, 생전에 발간한 시집 이후의 작품을 하나하나 찾아내어 50편의 유작을 정리하였다. 󰡔뒤로 걷는 저녁󰡕이란 표제로 묶은 이 시집은 고인의 일곱 번째 시집으로, 시인의 시정신과 그 위의(威儀)를 느낄 수 있는 시로 우리들에게 다가온다.

유고시집 '뒤로 걷는 저녁'.

정훈 문학평론가는 작품해설에서 “시집 󰡔뒤로 걷는 저녁󰡕의 시제처럼 정의태의 시편들도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의미의 말들을 휘젓고 나와 또 다른 세계에서 완전히 새로운 얼굴을 하고 사람들 사이를 활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의 언중에 떨림처럼 번져나가는 추상같은 풍자가 비단 정치사회적 의미뿐만 아니라 ‘인간’이라는 묘한 물건에 대한 깊은 사랑이 덧씌워져 있기도 하지만, 이와 아울러 서늘하면서도 바닥을 알 길 없는 신비한 세계 속을 그가 헤아려보려는 몸짓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축축한 지성적 인간이었던 시인의 펜대를 매끄럽게 하지 못하고 마찰을 주었던 한국사회와 개인적 삶의 역경에 어린 그늘을 짐작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시인들이 그렇겠지만 시인 또한 시 쓰기만큼 곤혹스럽지만 행복했을 생의 작업은 상상하기 힘들었으리라. 차츰 차츰 더께처럼 쌓여만 갔을 감성과 지성의 업보에 서렸던 습도는 지금쯤 헐렁하고 시원한 바람에 씻겨 내려갔을까. 하지만 그의 유고 시편들은 아무래도 필자의 이런 바람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듯한 표정이다.”라고 평한다.

정의태시인은 생전에 이렇게 말한다.

입안에 늘 깔끄러운 것이 있다. 오물거려 찾아지지 않으니 삼킬 수도 없다.
어쩌면 입안의 것이 아닌지도 어디에 들앉았던 것인지도 모르는 것을 내뱉어 본다. 시가 못되더라도 악다구니처럼은 들려야 할 텐데… 그런 악다구니를 속삭이고 있다. 왜냐하면 안주 없이 마시는 술이 술 없는 안주보다는 몇 배나 더 당겨지는 거니까. 그럴 거 같으니까.
(‘얼토시’ 8 - 시작노트 중에서)

정의태 시인의 시집 '뒤로 걷는 저녁'은 제3부로 50편의 시편들로 묶은 유고집이다.

■ 정의태 시인 연보(1952~2018)
부산 출생
시집 '고독한 자의 수레' (1986, 새로출판사)
≪한글문학≫ 15집에 「소토리」, 「연대암」 등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1992)
시집 '이제 우리 가깝다 하나'(1994, 빛남)
시집 '섬에 와 섬이 된다'(2000, 열린시)
시집 '네가 이 세상에 올 줄 미리 알았더라면'(2003, 한솜)
시집 '까치는 늘 갈 곳이 있다'(2007, 말ᄊᆞᆷ)
시집 '세상의 땀구멍'(2013, 전망)_2014 세종도서 문학나눔 우수문학도서 선정
≪양산신문≫ 문화기획이사(2014)
제18회 요산문학축전 ‘문학과 도예의 만남’ 작품전시(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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