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의 길을 찾다] <3> 윤영주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한쪽에 도시숲, 다른 쪽에 공단 만드는 엇박자 행정"
"미세먼지, 정확한 원인분석과 그에 따른 대책 나와야"
"종합적으로 환경문제를 다루는 컨트롤 타워 필요"

"공장 늘려 인구 늘리겠다는 사고 방식 구태의연"
"대학·치과·한방·재활·어린이병원 한 곳에, 양산 유일"
"접근성·자연환경 살려 공단보다 건강·의료 투자하길"

"윤영주 공동의장이 누구지?"

지난 4월 30일 양산시청에서 열린 '양산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자리에는 다소 낯선 50대 여성이 앉아 있었다. 이 여성은 그 자리에서 양산시가 양적 성장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해 좌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양산시가 50만 인구 도시 성장 전략을 계속 추진할 경우 미세먼지를 비롯한 다양한 환경문제와 직면할 수 밖에 없다고 비판한 그 여성은 윤영주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이었다. 그가 현재 부산대한방병원 교수라는 사실도 놀랍지만, 그의 인생역정은 현대사의 굴곡 속에서 한층 이채롭다.

서울에서 태어난 윤영주 의장은 1981년 서울대 의예과에 입학했다가 학생운동, 노동운동의 길을 걸으며 1985년 제적됐고,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투옥되기도 했다. 한의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1994년 동의대 한의학과에 입학해 2001년 수석졸업했다. 서울대 의대에 재입학해 23년 만에 졸업했다. 의사와 한의사 면허를 모두 취득한 윤 의장은 2010년 부산대한방병원으로 오면서 양산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허허벌판이던 그곳에서 양산 신도시 발전을 지켜본 윤 의장은 사람의 병을 고치는 것 못지 않게 사회의 병을 고치는 것에도 관심을 가지며 지난해부터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양산사람 9년차인 그는 인터뷰 동안 양산시 행정의 모순성을 지적하며 4차산업시대에 따른 개발·성장 위주의 도시계획에서 벗어나 시민의 중지를 모아 양질의 주거 환경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양산 발전의 큰 그림을 다시 그릴 것을 촉구했다.


◆ 양산에 어떻게 오게 됐나
2010년에 양산부산대병원이 처음 생길 때 양산에 왔다. 그 때 양산은 그야말로 작고 평화로운 시골 마을 느낌이었다. 운전을 못하기 때문에 바로 병원 인근 아파트로 이사왔다. 지금도 거기서 걸어서 출퇴근 한다. 오래된 아파트지만 바로 뒤에 오봉산이 있다. 지금은 다소 줄었지만 제가 산을 좋아해 곧잘 오봉산을 오르곤 하는 것이 즐거움이다.

◆ 환경운동연합 활동은 어떻게 하게 됐나
전 386세대다.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많아 과거에도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했던 적이 있다. 전부터 환경운동연합에 관심이 있었는데 작년부터 후원회원으로 활동을 했다. 올해 전임의장이 건강 등의 이유로 그만두면서 저에게 제의가 들어와 고민 끝에 수락했다. 덕분에 양산에 대해 공부할 거리가 늘어나 매일 고생이다.(웃음)

◆ 미세먼지 토론회도 열렸지만 양산에서 특히 미세먼지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지난해 양산은 화력발전소가 있는 것도 아닌데 초미세먼지 농도가 경남에서 가장 높았다. 이건 양산의 산업단지 관리나 이동오염원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양산은 계곡형 분지 지형이라 오염물질이 흩어지지 않고 더 잘 쌓이는 것도 중요한 점이다. 이런 지형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개발과 도시계획이 계속 이루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먼저 지역별로 오염원과 배출량에 대해 정확한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분석이 나와야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수 있다. 양산시가 부족한 점이 바로 이 분석과 대책인 것 같다. 예를 들면 양산시에서는 자동차 등 이동 오염원에 대한 대책으로 노후 경유차 폐차 지원, 친환경차 보급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고 하는데, 근본적으로 대중교통이 정비되고,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할 수 있는 사업이 병행되지 않는 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보인다.

◆ 미세먼지가 아이들에게도 미치는 영향이 크다. 대표적으로 소토초가 있다.

소토초 앞에는 공단으로 들어가는 도로가 있고, 공장이 학교를 모두 둘러싸고 있어서 악취, 미세먼지 뿐만 아니라, 안전한 통학로조차 확보되어 있지 않다. 한번만이라도 현장에 가보면 학교 이전 외에는 다른 해결책이 없음을 느낄 것이다. 근처에 있던 어곡초도 공해 문제로 이전한 선례가 이미 있다. 학생들 주거지도 주변 자연마을에서 인근 신축 아파트로 많이 옮겨졌으니 학교이전이 순리다. 비용 문제는 경남교육청과 양산시에서 힘을 합해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 미세먼지 외에도 당면한 양산의 환경문제를 짚어달라

많은 문제가 있지만, 크게 3가지만 말씀드리겠다.

먼저, 한쪽에서는 도시 숲을 만들겠다고 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기존의 숲을 해치고 산업단지개발을 계속하고 있다. 용선산단 말이다. 어곡 지역은 이미 어곡산단, 양산산단, 유산산단 등 3개의 산단에 개별공장까지 많이 들어서서 이미 공기질 관리가 심각할 대로 심각한데 이곳에 또 용선산단이 지정고시 됐다. 이 계획은 취소돼야 한다. 도시숲 조성과 산림지역에 들어서는 산업단지는 행정의 엇박자이며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사업장 쓰레기 소각장인 NC양산 소각장 증설에 대한 주민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산막공단 안에 있다고 하지만 산막공단이 이미 북정 주민 거주지와 학교, 유치원 등 정온시설과 아주 가깝다. 주민들은 악취가 덜 나도록 시설 현대화를 요구하는데, 회사 측에서는 오히려 현재 60톤 시설에 더해서 140톤 용량의 소각장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NC양산 소각장은 증설 없이 현대화 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동양산과 서양산 통합을 내세우며 1028도로로 천성산 터널을 뚫겠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 천성산은 이미 KTX 고속철도의 관통으로 큰 몸살을 앓았고, 최근 산허리를 자르고 들어선 석계산단으로 또 많이 훼손됐다. 천성산은 양산의 동서를 나누는 산이 아니라 양산의 중심에서 양산을 통합하는 산으로 귀중한 자연이다.

◆ 개발 위주 정책에 대한 반성의 움직임이 있다.

사실 누가 반성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서양산 지역만 하더라도 천성산을 깎아 석계산단을 만들었고, 밤에 고속도로를 지나가다 보면 골프장이 산 능선을 대낮같이 밝히며 영업을 하고 있다. 공해 문제가 심각해 초등학교까지 이전한 어곡에는 용선산단이 지정고시되어 있고, 어곡 제2일반산업단지를 빙자해 채석을 몇 년째 하고 있다. 양산시의 행정 책임자와 공무원, 개발업자 등 반성해야 할 사람은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무분별한 개발을 막지 못한 시민사회단체만 안타까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 양산시도 환경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전반적으로 어떻게 평가하시나.

양산시에 환경 문제와 관련해 묻거나 민원을 제기하면 친절하게 응해준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인 것 같다. 환경은 시민의 건강과 생명에 관련되는 문제이므로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선제적 조치를 취해야 하는 행정 분야이다. 양산시가 환경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느냐를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평가할 만한 실적이 별로 없다.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은 765개 업체나 되는데, 점검인력은 4명뿐으로 인력도 부족하다. 환경 문제에는 생활 쓰레기 배출과 소각, 대중교통 문제, 도시개발 계획 등이 모두 중요한데, 업무 부서가 환경관리과, 자원순환과, 교통과, 도시계획과 등으로 흩어져 있어서 종합적으로 환경문제를 다룰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있으면 한다. 어디선가 이미 했던 정책들을 따오는 이벤트성 시책들이 아닌 철저한 분석과 대책으로 양산시만의 행정이 필요하다.

◆ 장기적으로 양산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는?

2030년까지 양산을 50만 인구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기본 계획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국가적으로 인구가 감소 추세이고, 산업구조도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성장 위주의 도시 계획은 재고해봐야 된다. 50만이 과연 적정한 인구 목표인가도 문제이지만, 공장을 늘려서 인구를 늘리겠다는 사고 방식은 구태의연할 뿐만 아니라 현실적 가능성도 의심스럽다.

양산은 부산, 울산, 경남의 중심에 있어 접근성이 좋은 신도시이면서도 주변 대도시에 비해 자연환경이 비교적 잘 보존돼 있는 곳이다. 또한 전국에서 유일하게 대학병원, 치과병원, 한방병원, 재활병원, 어린이병원 등이 한 곳에 모여 있는 메디칼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이런 특성을 살려 건강·의료 서비스 산업을 활성화 하고, 양질의 주거 환경을 유지하는 쪽으로 새로운 발전 방향을 잡아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기존 계획에 얽매이지 말고, 시민의 중지를 모아 양산 발전의 큰 그림을 다시 그려 보았으면 한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바란다

환경문제는 양산의 문제만이 아니고, 대한민국 나아가 지구 전체의 문제다. 공부하면 할수록 모든 것들이 서로 얽혀 있는 거대한 문제임을 깨닫게 된다. 거대하지만 또한 시민들의 작은 실천이 꼭 필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에너지를 아끼고, 쓰레기 배출을 줄이고, 승용차 운행을 줄이고, 일회용품은 사용하지 않는 등 생활의 불편을 감수하는 시민들의 실천이 있어야 발전소와 소각장을 줄일 수 있고, 맑은 공기와 물을 지킬 수 있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이 그동안 자연 환경을 파괴하는 개발을 앞장서서 막는 감시자의 역할을 주로 해왔다면, 이제는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환경지킴이 활동과 시민 교육, 실천 캠페인 등으로도 활동을 넓혀 보려 한다. 많은 관심과 동참을 부탁드린다.

윤영주 공동의장 프로필
서울대 의대 졸업
동의대 한의학과 졸업
한국한의학연구원 침구경락연구센터 선임연구원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 동서협진의학 교수
대한동서의학회 학술부회장
부산대학교 한방병원 한방내과

저작권자 © 양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