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에는 영축산, 천성산, 천태산, 금정산, 대운산, 오봉산 등 명산이 즐비하고, 낙동강, 회야강, 양산천 등 큰 강과 하천이 있어 걷기 좋은 아름다운 숲길, 둘레길이 많다. 

또한 유명한 명산은 아니지만 양산의 원도심에서 가까운 동산은 동산장성길이라는 명품 둘레길을 품에 안고 있기 때문에 양산시민들이 수시로 이용하고 있다. 오봉산 둘레길은 물금 신도시와 가까워 많은 시민들이 즐겨 찾고 있는데, 이용자의 체력에 맞게 걸을 수 있는 다양한 둘레길과 등산로가 있어 정상에 오르거나 능선을 종주하고, 임경대까지 갈 수도 있다.

숲을 구성하고 있는 식물과 동물은 매우 다양하고 숲의 생태계가 건강하면 인간에게도 큰 혜택을 주게 된다. 키 작은 풀에서부터 아름드리나무까지 똑같은 가치가 있다. 숲에서 살아가는 작은 다람쥐나 커다란 멧돼지도 숲의 주인으로서의 존재 이유가 있다. 통도사의 부속암자인 극락암으로 가는 길옆의 논에는 요즘 모내기를 하였는데, 얼마 전 이곳을 지나다가 논두렁길을 뛰어다니는 고라니를 목격하고 기분이 좋아졌다. 

서운암에서 저녁 무렵에 멧돼지 두 마리가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작년 2월 25일에는 양산숲길보전회 회원들과 통도사 모랭이길을 답사할 때도 멧돼지를 목격한 적이 있었다. 등산객들이 멧돼지를 보면 겁이 나고 놀랄 수도 있다. 멧돼지를 보고 놀라서 큰  소리를 지르거나 공격을 하지 않는 한 멧돼지도 사람을 피해 조용히 제 갈 길을 간다. 해발 1,081m의 영축산 자락 넉넉한 품 안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동물, 영축산과 부속암자를 찾는 등산객들도 서로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

등산객들이 숲에 있는 식물, 나무, 산나물을 무분별하게 채취하면 숲의 다양성이 훼손되고, 생태계가 파손될 수 있다. 아름다운 숲길을 걷다 보면 약초를 캐는 약초꾼들이 나무를 뿌리째 뽑고 나뭇가지를 자르거나 약초를 캐가면서 산림이 훼손된 것을 볼 수 있다. 한편 등산로상에는 멧돼지가 땅을 파 헤집어 놓거나 습지에서 진흙탕 목욕을 한 흔적을 볼 수 있다. 

인간과 멧돼지가 숲을 파괴한 것을 비교해볼 때 결정적인 차이점은 회복성에 있다. 등산객들의 실수로 산불이 발생하면 넓은 면적의 숲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원래의 숲 생태계를 회복하는데 100년이 걸릴 수도 있다. 멧돼지가 훼손한 숲은 인간에 비하면 미미하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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