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좋은 곳 찾은 양산이 농사의 첫 인연
모친 위해 식용곤충 굼벵이 사육 계기
청년지원정책많아 '농업희망' 기대 커

농촌에 가면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일손부족'이 크게 꼽힌다. 산업사회가 되면서 많은 농민들이 도시로 빠져나가고, 소수로 남아있는 농민조차 고령화로 인해 일손이 더욱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청년 농부는 농업에 큰 미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산 하북에 위치한 '감림산 굼벵이'를 찾아가면 이제 대학을 갓 졸업한 얼굴로 밭일을 하는 청년이 있다. 그는 울산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한 27살에 이병한 씨다. 그의 밭에는 산딸기와 뽕나무 등을 재배하고 있지만 주종목은 사실 식용곤충이다. 식약처에 등록된 9가지의 식용곤충 중 '흰점박이 꽃무지'를 사육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굼벵이의 다른 이름이다. 

그는 우연한 기회로 농업과 인연을 맺었지만 이제는 농업에 대한 큰 꿈을 안고 있다. 그를 한번 만나보자.

양산 청년 농부 이병한 씨

◆ 우연하게 시작된 그와 농업의 인연 
이 씨가 농업을 결심한 데에는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부모님이 공기 좋은 곳 '양산'으로 이사를 오면서 그와 농업의 인연은 시작됐다. 

우연찮게 어머님의 지인을 통해 알게된 식용곤충 중 굼벵이가 간에 좋다는 정보 하나만으로 간이 좋지 않은 어머님을 위해 일선으로 뛰어든 것이다. 당시 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인 그는 친구들의 취업난을 옆에서 직접 보고  같은 길을 갈 바에야 농업의 길을 가는 게 더 비전이 있어보였다고 한다. 

농업에는 여러 분야가 있다. 평소 흔히 아는 밭작물이 대표적인 농업으로 손꼽히지만 그 외 축산업, 원예 등 분야는 다양하다. 이 씨가 키우는 식용곤충은 축산업에 속한다. 

보통 축산업은 소, 돼지 등에 광활한 면적을 필요로 하는 가축을 사육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식용곤충도 이에 해당한다. 그는 100평 남짓한 사업장에서 굼벵이들을 사육하면서 가공을 통해 제품을 만들어 낸다.

양산 하북면 감림산 인근에 위치한 이 씨의 사업장

이병한 씨는 "부모님은 내가 직장생활 하기를 원치 않았다. 개인사업체 하나쯤은 있어야 된다고 늘 말씀하셨다. 친척분들도 다 자영업하는 분들 밖에 없어 우연히 찾아온 기회에 내 계획을 말씀해드렸더니 아버지가 흔쾌히 허락을 해주셨다. 그런데 지금생각해보면 나의 이러한 결심도 부모님의 자영업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 흰점박이 꽃무지 이름하여 '굼벵이'

식용곤충은 식품 의약품 안전처에 등록된 기준으로 7종류와 한시적으로 인정되는 2종류까지 총 9가지 밖에 없다고 한다. 이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흰점막이 꽃무지가 그가 사육하는 곤충이다. 

이 곤충은 직접 사람이 먹는 제품으로 기호식품이기보다는 약제용품으로 쓰이기 때문에 특히 품질부분에 신경을 많이 써야한다. 그래서 그는 질좋은 제품을 위해 인공사육으로 번식을 하고 있다.

현재는 10만 마리 정도 사육되고 있으며, 유충과 성충을 나눠 관리하고 있다. 유충은 아직 성충이 되기 직전의 단계로 제품 재료에 해당하며, 성충은 번식을 위해 사육되고 있다. 
흰점박이 꽃무지는 탈피를 3번한다. 1번 탈피할 때마다 알에서 깨어나면 1령, 이러한 과정을 반복해 2~3령이 되는데 마지막 과정인 3령이 가장 통통한 시기이기 때문에 이과정의 유충을 대상으로 상품화 시킨다. 

3번의 탈피를 거쳐 가장 통통한 시기의 굼뱅이

이 씨는 "당뇨 때문에 손톱 밑에 변색이 온 환자가 이 제품을 직접 드시고 피부색이 정상을 되찾았다며 나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때 내가 이 일을 시작한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렇게 생산된 굼벵이들은 세척, 삶기, 건조 등의 가공을 거쳐 가루, 환, 과립형태의 제품으로 탄생된다. 1년에 1.5톤 가량 생산이 가능하다고 한다. 

상품화 시킨 '양산 감림산 굼뱅이' 제품

◆ 농업은 나에게 '큰 자부심'

그는 우연하게 찾아온 기회로 시작하게된 일이었지만, 식용곤충을 사육하던 중에 농업 전반에 크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요즘은 진주에 있는 창업대학원 진주경남과학기술대학교에 6차산업학과 석사과정을 밟으며 배우고 있다. 

그는 학업때문에 굼벵이도 처음처럼 왕성하게 사육하진 못한다. 하지만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돼 산딸기와 뽕나무 등의 밭작물도 함께 병행하고 있다. 식용곤충은 농장을 장기간 비울 수 없어, 1년에 딱 한번 작물을 거두는 산딸기를 선택한 것이다. 또 사람들이 쉽게 먹을 수 있는 작물을 고르던 중에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농업에 더 많은 가치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식품에 대한 해외 의존도가 높다. 그래서 우리나라 식품이 점점 갈 길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그는 우리 식품을 지켜낸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이 씨는 "주변에서는 흔한직업이 아니다 보니 친구들은 신기해 한다. 특히 어른들은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 어쩌면 지금 내 나이 또래들이 밟고 있는 절차를 밟지않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농업쪽에서 내가 나아갈 길은 방대하다. 또 우리나라는 청년들에게 지원정책이 많아서 사실상 큰 어려움을 겪지 않고 농업의 정상궤도에 안착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댜. 이 씨는 "앞으로 3~4년 후에는 교육농장을 통해 농업에 한발 더 다가가고자 한다. 내가 여태까지 걸어왔던 것들과는 정 반대의 길이지만 이 길에 새로운 가치를 찾아 좀 더 나아가 보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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