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재생 뉴딜사업 공모 선정된 신기1마을 표정

골목 좁아 낙후된 달동네, 도시재생 '쾌거'
정숙자 이장, 공무원들 앞에서 '눈물'호소
된장·간장 만드는 할매들…마을기업 설립 꿈

양산 신기1마을 경로당 앞에 모인 주민들이 도시재생 공모사업에 선정된 소식을 전해듣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신정윤 기자)

양산 신기1리마을은 비슷한 크기의 가옥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57개 가구가 사는데 2m가 채 안되는 골목길이 직선으로 줄지어 있다. 당시 리어카만 지나가면 된다고 생각해 이렇게 설계 됐다.  

이승만 대통령 시절인 1957년 태풍 칼멘으로 마을이 물에 담겼다. 당산나무가 뽑혀 떠내려갈 정도였다. 이승만 대통령은 이 마을 주민들에게 새 터와 집을 마련해 줬다. 그래서 마을이름도 신기(新基)다. 각 세대당 50평씩 할애에 새 터전에서 삶이 시작됐다. 이렇게 70년이 흘렀다. "차가 들어올 수 없어 돈이 있어도 집을 고칠 수 없었다"는 주민들이다. 70년대에는 경부고속도로가 놓이면서 마을이 반토막 났다. 울도 없고 담도 없는 마을에 고속도로 방음벽을 담처럼 살았다. 곽연화(58) 부녀회장은 "이제 달동네 소리 안 듣고 살수 있겠느냐"며 "집나간 자식들도 돌아와 마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신기1리마을이 도시재생 우리동네만들기 사업으로 최종 선정된 8일 마을 주민들은 노인회관에 모여 그간의 고통과 말 못할 세월을 풀어 놨다. 2017년부터 도시재생에 신청해 3년만에 이룬 쾌거에 주민들은 이제야 긴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젊은이들은 마을을 떠났지만 이제 다시 젊은이가 모이는 동네가 됐으면 좋겠다"는 주민들이다.  

정숙자 신기1마을 이장

"마을 동산에 둘레길 만들 생각" 
"젊은 사람이 찾는 부락 만들겠다"

10년째 이장을 맡고 있는 정숙자(69)씨는 경남도청에서 눈물을 보이며 공무원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매년 삼월 삼짓날에 올리는 당산제를 치른 당산나무에는 새끼줄이 꼬여 있었다. 정 이장은 "올해는 도시재생에 선정되라고 더 많이 당산할배에게 빌었다"고 했다.

윤복순(82) 할머니는 "시집와서 3년만에 홍수를 만났다. 칠월칠석날 밤에 강둑이 터져서 32명이 죽었다. 시신도 다 못 찾았다. 고통 받은 것은 말도 못한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손수득(62) 청년회장은 "마을이 낙후돼 있었다. 젊은 사람들이 열심히 해서 어머님 아버님들이 편한 마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마을재생은 오는 5월부터 첫 삽을 뜰 전망이다. 내년 상반기께는 도시재생이 완료될 예정이다.

마을축제를 위해 소 한 마리 잡아야 겠다며 정 이장이 너스레를 떤다.   

 

저작권자 © 양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