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시, '유명무실' 주민참여예산제 본격운영
1년 이내 1억원 이하 단기 소규모 사업 대상

"동네가 어두워요. 가로등 설치해주세요."
"버스정류장에 추위나 미세먼지 막는 간이박스를 만들어주세요."
"값비싼 신생아 카시트를 보건소에서 대여하는 사업을 제안합니다."
"애견공원이나 애견놀이터가 있으면 좋겠어요."

양산시가 지난 15일 '2019년 주민참여예산제 운영계획'(이하 '운영계획')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주민참여예산제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할 뜻을 밝혔다.

주민참여예산제는 간단히 말해 주민이 제안한 사업에 대해 주민이 직접 예산 편성에 참여하는 제도다. 예산편성은 양산시의 권한이지만, 일부 신규사업에 대해 주민에게 편성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지역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됨으로써 행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주민들의 참여와 그에 따른 적절한 권한 부여로 참여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

주민참여예산의 대상은 제한적이다. 기존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사업이 아닌 주민들이 제안한 신규사업, 그것도 1년 미만에 최대 1억 원 이하의 단기 소규모사업이다. 

운영계획에 따르면 △시민에게 고르게 수혜가 돌아가는 사업으로 한정 △생활주변의 불편사항 해소를 위한 주민밀접 소규모사업 △지역주민의 복지증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사업 △단년도 사업(편성년도에 완료될 수 있는 사업)으로 범위를 한정했다.

△중기지방재정계획 반영 및 투자심사 대상사업 △특정개인이나 단체의 이익을 위한 사업 △인건비, 행정운영 경비, 법적 경비 등 △예산을 수반하지 않는 민원성격의 사업 △교육청·경찰서 등 타기관 소관 사업 등은 제외된다.

■ 주민참여예산 시스템 체계

주민참여예산제는 크게 △2~3월 계획수립 △4~5월 위원역량강화 △2~5월 주민의견수렴 △6~8월 제안사업 검토 △9월 위원회 개최 △10~12월 예산편성·확정 △1월 성과보고 순으로 이루어진다. 

계획수립 단계는 주민참여예산위원회(이하 '위원회')를 구성해 운영계획을 수립·공고하고, 추진방향 및 운영방안을 논의한다. 양산시는 올해 위원회 구성을 20명에서 30명으로 한층 강화했다. 위원회는 △행정복지문화분화 △경제환경분과 △도시건설분과 등 3개 분과위원회를 두고 있다. 분과위원회는 오는 7월부터 8월까지 총 3회 회의를 개최해 제안사업을 검토 및 심의하는 역할을 한다. 심의가 완료된 사업에 대해 위원회가 9월 전체회의를 통해 내년도 주민참여예산 사업을 확정하게 된다. 쉽게 말해 양산시의회를 예로 들자면 분과위원회가 상임위원회에 해당하고, 위원회 전체회의가 양산시의회 본회의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

사업제안은 주민주도형 공모사업과 지역주도형 공모사업으로 나눈다. 주민주도형 공모사업은 양산시민이 제안하는 사업으로 시 홈페이지, 메일, 방문, 우편, 팩스 등을 통해 상시적으로 접수할 수 있다. 다만, 심의는 5월말까지 접수된 제안에 한해 이뤄진다. 지역주도형 공모사업은 읍면동 별 10인 이상의 주민협의체에서 발굴한 사업으로 5월 말까지 지역회의 심의를 통해 제안할 수 있다.

예산편성 역량 강화를 위한 예산학교도 4~5월 중에 열린다.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위원 및 시민을 대상으로 기본교육, 심화교육 등을 진행한다.

주민참여예산 사업과 함께 예산편성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도 수렴한다. 양산시는 5월 한 달 동안 '2020년 예산편성에 바란다'는 설문조사를 시 홈페이지와 서면을 통해 시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9월 실시된 설문조사에서는 양산시민 총 505명이 참여해 올해 당초예산에 교육(37%)과 문화 및 관광(26%), 사회복지·보건(25%) 분야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대중교통 확충 및 체계개선', '안전취약환경 개선 및 재난예방 대응역량 강화'에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렇게 사업이 제안되고 분과위원회를 거쳐 위원회에서 결정이 되면 연말에 양산시에서 예산을 편성해 양산시의회의 의결을 거쳐 내년에 시행된다. 

■ 수원시 우수사례…전용 홈페이지 마련
주민참여예산제가 모범적으로 지자체 중 하나가 수원시다. 수원시는 전용홈페이지를 마련해 주민참여사업 제안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이곳 주민참여예산 사업제안 게시판에는 '우리동네 사업'이 꾸준히 제안되고 있다.

반면, 양산시도 이번에 주민참여사업 제안게시판을 마련했지만 찾기가 힘들다. 몇번 메뉴를 거쳐야만 들어갈 수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 전용 홈페이지 마련 등 온라인 제안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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