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태영호 저, '3층 서기실의 암호'

태영호. 발해 대조영의 후손이다. 그의 조상들이 집성촌을 이룬 곳이 전라남도 남원이다. 그는 남원에서 정유재란 때 희생된 선조들의 '만인의총' 앞에서 북에 남겨진 친족들에게 사죄한다. 그의 탈북은 두 아들 그리고 아내와 함께 였다. 큰 아들이 영국에서 공중보건학을 공부하던 중 북한 정권에서는 아들을 국내로 소환해라고 요구한다. 아들을 향한 부정, 그리고 북에 남겨진 외무성 동료들과 친족들에 대한 미안함이 이 책을 지배하는 정서다.

그는 북한이 노예사회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무력보다 소프트파워를 통한 한국드라마와 영화, 음악이 북한사회에 무분별하고 광범위하게 노출되면 결국에 북한체제가 무너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실제로 북에는 노보텔이라는 값싼 중국산 단말기가 유통되고 있다.

북의 김정은은 할아버지 김일성과 찍은 사진이 단 한 컷도 없다. 김정은의 어머니 고영희는 첩이었기 때문에 김일성으로부터 며느리로 인정받지 못했다. 고모부 장성택 또한 고영희를 인정하지 않긴 마찬가지였다. 고무부를 무참히 살해한 잔혹성은 조선 연산군이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성군이 되지 못한 드라마를 연상하게 한다.

북한에서 족보를 따지는 일은 봉건사회의 잔재라고 금기시하면서 북한 김씨왕조는 전근대적 봉건사회의 극을 달리고 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할아버지에 대한 원망 같은 것들이 섞여서 김정은이라는 캐릭터가 이뤄졌다는 것이 흥미롭다. 이렇듯 북한은 전근대적인 성리학적 개념에 명분을 중시하고 이를 삼대에 세습되는 백두산 혈통이라는 왕족으로 발현된다.

왕조사회의 외교관은 백두혈통의 외국방문에 도움을 주는 역할이 중요하다. 일례로 김정철이 유럽에서 가장 갖고 싶어하는 악기를 구매하러 왔을때 태영호는 그를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 이게 공화국을 표방하지만 실제 왕조사회 북한 외교관의 일이다.

영국 공산당 기관지 <모닝스타>마저 장문의 기사를 게재해 북한 사회를 비판한다. 또 그가 외교관으로 근무할 당시 영국의 한 미용실에서 김정은의 사진을 이용해 판촉활동을 한 일이 있었다. 김정은이 남자 대학생에게 옆머리를 자신처럼 해라고 지시한 이후다. 명색이 한 나라의 외교관이 영국 미용실에서 사진 내리라고 협박까지 했다. 그리고 북한정권으로 부터 칭찬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북한에 바티칸 교황의 방문이 결국 좌절 된 사례를 전한다. 한 할머니가 결국에 하나님을 경배하는 사실을 안 북한은 두려움에 빠졌기 때문이다.

끝으로 태영호는 이 책을 통해 남한의 젊은이들이 통일에 무관심함에 다시한번 놀란다. 인간의 사상의 자유는 그 어떠한 것으로도 통제할 수 없다. 생각을 자유롭게 펼치는 사회에서야 말로 창의가 꽃피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말처럼 어쩌면 통일이 밥먹여주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북을 비판하면 수구 꼴통 취급을 받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는가. 이같은 게 바람직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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