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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문화의 분수효과가 절실하다.
  • 전이섭 문화교육연구소田 소장
  • 승인 2019.03.1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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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섭 문화교육연구소田 소장

메일 박스를 열어볼 때면 늘 놀랍다. 하루하루 새로운 정보들이 넘쳐난다. 다양한 문화관련 기관들에서 다양한 소식들을 메일링 서비스를 받고 있는데 보면 볼수록 그저 부럽다가도 내 지역의 문화를 들여다보면 요원해 보이는 가운데, 과거로 회귀하는 듯한 느낌에 실망감과 좌절감을 감출 수 없다.

다른 지역에서는 각종 문화포럼이나 문화정책세미나 등 알맹이 만들어 나가기에 열중할 때, 우리 지역 양산은 아직도 시설 만들기 위주의 껍데기에 집착하고 있다. 그 껍데기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알맹이는커녕 사람도 놓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는 않을까?

내 나이가 40대 중반이다. 지역의 문화 활동에서 아직 내 연배의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다. 문화의 현장에서는 원로들로 가득하다. 다 뒷짐 지고 머리를 하겠다는 심사인지 손발이 되어줄 젊은이는 어디 있는가? 그래도 양산이 젊은 사람 많은 도시라 하였는데, 문화의 현장에서는 젊은 사람 구경하기가 힘들다. 이는 과연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

얼마 전에 목욕탕에서 지역의 한 인사(人士)를 만나 요즘의 근황을 물으며 “자제분은 고향에서 활동 잘 하고 있지요?”물었더니 “양산에서는 문화예술 활동에 상황이 되질 않아 떠나고 싶다 하네”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래도 부모로서 재능기부라도 해보라며 권유를 했다는데 “유학까지 보내가며 공짜 공부시킨 것 아니잖아요?, 왜 예술분야는 응당 그 대가를 떳떳하게 보장받으면 안되나요?”라며 그 자제분의 애로점을 이해하는 나는 그렇게 대화를 매듭지으며 씁쓸하게 목욕탕을 나왔던 기억이 있다. 왜? 나 역시 고향에서의 문화 활동에 기대감을 갖고 10년 전 귀향했지만, 객지를 전전했으니까.

이는 한 개인의 능력을 말함이 아니다. 그 개인이 속한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됨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지난해에 본지를 통해서도, 지역의 여러 인사들에게도 양산의 문화·예술·교육 생태계 만들기에 대해서 시스템 마련의 필요성을 이야기했었고, 그 시스템이라 함은 양산문화재단 설립으로 간주했었다. 

2014년 <지역문화진흥법>제정 이후, 2016년 <지역문화진흥법 시행령>은 지역문화진흥 계획과 사업을 입안하고 수행하는 지역문화재단 설립과 운영의 법률적 근거를 명시하며 앞으로 기초 자치단체 단위의 문화재단 설립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고, 이러한 문화재단 설립과 확산은 문화행정이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협치 구조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아쉽게도 우리 양산에는 아직까지 없다. 

1997년 경기문화재단을 시작으로 전국 15곳에 광역문화재단이 있고, 기초 자치단체로는 2000년대 초반 경기도 성남, 고양, 부천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현재 전국 73곳에 지역문화재단이 설립·운영 중에 있다. 주변에 경남을 비롯하여 부산, 울산의 광역문화재단이 있고, 경남 안에는 김해, 창원, 밀양, 거제, 사천, 거창 등 기초문화재단이 있다. 유독 동부경남에서 양산만 빼고 그 주변부로 다 있다면 양산의 문화적 입지 조건은 어떠한지 가늠하고도 남을 것이다.
시대가 급변하고 있다. ‘급변’이라는 단어가 부족할 정도로 세상의 변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요즘 시대에 그 변화의 속도에 순응을 못하고, 현상유지를 해 나간다는 것은 곧 도태를, 퇴보를 의미하는 것이라 하겠다.

그렇다고 문화재단 설립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문화재단이 왜 만들어져야 하고, 조직 구성원들이 어떤 미션을 공유해야 하며, 어떤 운영방침을 통해 나아가야 하는 가에 대해 지역민들과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문화재단이 있는 일부 지자체의 경우 문화공연장 등의 시설이나 기금 관리, 축제를 전담하는 내용을 고유목적사업으로 설정하여 시설관리공단인지, 축제조직위원회인지 모호한 문화재단도 많다. 또한 광역과 기초문화재단이 옥상옥(屋上屋) 행정기관으로 전락하여 중앙의 지침 전달과 매칭사업에만 의존하는 경우도 있고 행정의 수하가 되어 위탁사업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문화재단의 사명과 기능을 상실한 경우도 있다. 

중앙 주도형 문화정책이 지역별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채 확장되고 있는 상황을 인식한다면 지역의 기초문화재단에서는 지역의 예술가들과 함께 지역민의 요구와 이슈를 연결하여 활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보다 생활문화공동체가 예술을 필요로 할 때 연결고리로서 콘텐츠와 사람을 이어주는 역할이 중요하다 하겠다. 지역의 전통을 기록하여 정체성을 이야기 해 나가고, 누적시켜가며 지역의 일꾼들을 키워 스스로 지역의 저변을 만드는 일이 급선무일 것이다.

문화정책은 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지역의 규모와 수준에 맞는 예산을 가지고 얼마나 열정적으로 지역의 문화 미션에 동참하느냐가 성공의 여부이다. 중앙 위주의 정책을 지역으로 공급하는 문화예술교육의 낙수효과(Top down)가 아니라 지역에서 자체 기획·생산해내는 분수효과(Bottom up)가 필요하다. 우리 양산에서도 지역의 문화를 스스로 만들고, 가꾸어, 퍼져나가는 문화의 분수효과가 절실하다. 조직을 만들고 사람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앗차! 그러고 보니 이야기를 나누었던 그 인사와의 장소가 목욕탕의 냉탕 폭포수 아래였었다. 다음에 만나게 된다면 뽀글뽀글 온수가 솟아오르는 온탕에서 지역의 문화를 이야기하고 싶다.

- 田 -


전이섭 (田悧攝 / 1976~) 
일본 무사시노미술대학 대학원에서 공예공업디자인, 도쿄학예대학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동아대학교 대학원에서 교육학(교육철학)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동의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문화예술교육 외래강사를 역임했다.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의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의전팀, 마케팅팀에서 활동하였으며, 부산문화재단에서 문화교육, 문화유산, 인문학 사업들을 담당하였다. 
2008년부터 고향 상북면 대석마을에 <문화교육연구소田>을 설립하여 '실사구시(實事求是)'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며 11년째 아이들을 위한 교육활동 중에 있으며, <NPO법기도자>의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15대째 양산 토박이로 양산의 올바른 문화발전을 갈망하며 함께 지역문화를 공부하기 위한 모임을 만들고 싶어 한다.

전이섭 문화교육연구소田 소장  webmaster@yangsani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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