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정희 화가가 자신의 대표작 흔적앞에서 잠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방정희 화가가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양산문화예술회관 전시장에서 가진 첫 개인전에서 옛 집 30호와 농가의 허물어진 벽 등 40여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방 화가의 첫 개인전을 둘러 본  관람객들은 작품에서 잊혀져 가는 우리 선조들의 삶의  족적(足跡)을 미세하고 절묘한 화법으로 아주 아름답고, 무게 있게, 그리고 깊이 있게 화폭에 잘 담아 냈다고 호평 했다.

★방정희 화가 자신에 대해 간단히 소개 한다면...

 어느 덧 칠십 고개를 살짝 넘어가고 있네요. 하지만 지금은 100세 시대, 새롭게 거듭나는 듯 뭔가 자꾸만 그리고 싶은 충동을 가지는 새내기 화가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2011년 우연한 기회로 그림을 접하고, 이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유수와 같은 세월로 화선지와 인연을 맺은지도 벌써 8년째 접어들고 있네요. 
 사실 여느 주부와 같이 특별한 것 없는 그저 평범한 주부이지만, 저 인생에 흔적 하나 남기고 가야지 하는 작은 바람으로 몇 점 그린 것 같은데, 오늘 전시회에는 40여점이 전시됐네요. 새삼 저를 뒤돌아 보게하는 계기인 것 같기도 하네요. 

★그림에 대한 관심은 어떻게 가지게 되었나요?

 일상생활에서 스쳐가는 그림 사진들을 보면서 막연하게 나도 저렇게 한번 그려 볼까 하는 마음을 여러 차례 가지기도 했죠. 
 그러다 우연히 저의 스승인 심상윤 선생님을 만나서 본격적으로 그림 지도를 받으면서, 나도 충분히 저렇게 그릴 수 있다라는 용기를 얻었어요. 
 그러니까 다시말하자면, 그냥 막연한 관심에서 좀 더 구제화된 관심으로 손에 붓을 쥐는 것으로 변했다고 보면 좋을 것 같네요. 
 올해 8년째 그림을 그리다 보니, 그림 그리기는 뇌와 손근육을 발달시키는 재미있는 놀이로써 수만가지 취미생활 중 이보다 더 좋은 취미생활이 또 어디에 있을까 싶네요. 
 요즘은 그림 치료를 받는 환자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그림 그리기는 정서적으로도 아주 좋은 취미라고 권장하고 싶네요.

★작품에 대한 영감은 어떻게 얻으며, 이번 전시회를 열게 된 동기가 있나요?

 딱히 영감이라고 말하기에는그렇지만, 때로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이젤 앞에 앉아 밤을 새우는 경우도 있어요.    영감하고는 다소 거리가 좀 먼 것 같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이 런 것들이 하나의 영감 때문이 아니겠어요. 
 사실 그림에 대한 영감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해요. 일반적인 우리 생활주변이나 길거리, 관광도중에도 눈에 들어오는 수 많은 사물들이 그림에 대한 영감을 주는 하나의 요소들이라 봐도 되겠죠. 
 그동안 나름대로의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여러 곳을 찾아 다니면서 본 아름답고 소중한 우리 옛 것에 대한 추억을  더듬어면서 얻은 영감을 토대로 혼신을 다해 그린 그림을 혼자 보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으로 이번 전시회를 열게 됐어요. 
 특히 저 생애 처음인 이번 전시회를 열게된 계기는, 그림 동호인들 사이에서 `세계적으로 많은 고령의 여성들이 작품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잖게 흘러 나오고 있어요.
 예를 들면 일본의 고령 여성화가 쿠사마 야요이씨는 우리 나이로 구순(90) 인데도, 아직까지 작품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요. 
 물론 이분에 비교할 바는 아니겠지만, 저는 이제 칠순 고개를 살짝 넘기면서, 저의 칠순(古稀)을 기념하여 첫 전시회를 가졌어요, 
 그런데 지금은 100세 시대인데, 저는 아직 한참 젊은 나이 아닌가요? 

★본인 작품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꼭 자화자찬(自畵自讚)이라도 해야 한다면, 약간은 어두운 듯한 톤의 색상이 여성의 내적인 부드러움과 정적인 것을 잘 나타내는 듯한 것이 매력이라면 매력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하지만 사실 약간은 애매한 부분도 없지 않은 것 같네요. 
 특히 저의 자화상을 보면, 제 그림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고들 해요. 어쩌면 약간 밝기도한 것 같으면서도 약간은 어둡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는 그림이죠.
 화폭을 가득채운 색면(色面)에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고 정확한 구도로 저 자신이 그려진 작품이라는 평가를 많이 받아요. 
 사실 그림의 형태가 단순하다고도 느낄 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수십 가지 색을 섞어 완성한 그림보다는 오히려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깊이가 있는 그림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저의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약간은 서정적인 면이 많아 그림을 감상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그림 속에 살짝 빠저 든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듣고 있어요, 이런 점들이 바로 저 그림의 포인터이고, 매력이 아닐까 싶네요?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어떤 작품일까요?

 저 작품 중 가장 대표적인 작품을 말한다면, 이번 전시회에 전시된 달빛 목련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이 작품은 저의 집 앞 마당에서 눈 뜨면 처음 보는 나무가 `달빛 목련 30호` 의 주제가 된 목련이죠.
 처음에 분재를 할려고 화분에 담아서 키웠는데, 순백(純白)의 꽃봉우리가 고귀한 자태를 자랑하는 듯 살짝 고개를 내미는 모습이 너무나 가련해서 마당에 심었는데, 어느새 이십년이 훌쩍 넘는 세월을 함께 살아온 저희 집 대표나무가 됐어요. 
 우리 가족이 애지중지 키운 목련이 꽃을 피우면, 목련의 아름다움을 사진에 담으러 오시는 분들이 꽤 많아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동거동락하다 보니 이제 정이 많이 들어서인지, 너무 예뻐요. 
 이 그림은 목련이 활짝 핀 어느 봄날 늦은 밤에 달빛에 비춰진 하얀목련 꽃이 너무나 환상적이어서 꼬박 밤을 지새우며 화폭에 담았는데, 지금은 저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되었어요. 
 저야 이 목련하고 사연이 있어서 그런데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물론 다른 꽃들도 다 좋아라 해요.
 사실 모든 화가들이 마찬가지겠지만, 자신이 그린 그림에 애착을 가지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좋은 영감에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더한 붓 끝이 화선지에 닿는 순간부터 그림 한점 한점을 완성하기까지에는 혼신을 다하기 때문에 어느 작품 하나 하나 애착이 가지 않는 것은 없을 거예요.

★작품 활동을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일과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그림을 그리다 보면 어떤 때는 정말 혼(魂)이 다 나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언제가 정확한 날짜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약간 늦은 오후에 온종일 화실에서 그린 그림은 주차장에 그냥 두고 차하고 저만 집에 온 날이 있었어요. 
 이 때문에 지인들이 저 보고 치매 끼가 약간 있는 것 아니냐고 걱정들을 많이 해주셨지만, 저는 치매가 아니라 그림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저의 혼이 그림 속으로 살짝 빠저 들어가버린 탓 아닐까요. 
 아직까지는 절대적으로 치매는 아니거든요. 어쩌다 보면 건망증은 약간 좀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런데 이제 나이가 있잖아요. 세월 앞에 장사가 있겠어요.

★특별한 신념이나 원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누구나 나름대로 특별한 신념이나 원칙이 있겠지만, 저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라고 말하기 보다, 우리 옛 것들의 아름다움을 현대적 시각과 현대적 감각으로 그려서 남기려 해요. 
 특별하다고 하기 보다는 우리의 옛 것들을 형형색색으로 화선지에 옮기다 보면, 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우리 선조들의 삶의 족적(足跡)를 느끼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우리 역사의 단편을 배우는 것 같기도 해요.
 `옛집 30호`의 경우 아래채 뒷방문을 그린 것 인데, 약간은 고느적함도 느끼겠지만, 선조들의 손때가 묻은 문고리와 대나무로 얽어맨 문살이며, 검정고무신, 장작더미는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했던 보릿고개 시절의 고된 삶의 한 장면이 아니겠어요.
 또 허물어진 농가의 벽과 부엌, 기와 담장, 시골계단 등의 작품들은 농경시대의 한 장면을 보여주는 그림이라 해도 무방할 것 같네요.
 이러다 보니, 우연찮게 90여년 전 영국의 여류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씨가 그린 1919년경 까지 그림들을 보았는데. 옛 것들을 그림으로 그려 놓은 것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더라고요. 
 이를테면, 옛 것들을 소재로 많이 삼는다는 것이 저의 신념이고, 원칙이 될 수 있을까요? 아무튼 시간이 있을 때 마다 옛 것들을 그림소재로 그린다는 생각이며, 저의 삶이 다하는 그날까지 그림을 그리고 싶은 작은 소망을 갖고 있어요.

★앞으로 이어갈 작품생활에 특별히 도전해 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리 옛 것들의 아름다움을 현대적 감각과 현대적인 시각에서 그림으로 다시 재현해 보고 싶지만, 여건이 따라줄지 약간 걱정 스럽기도 하네요. 
 뭐라 말씀드릴 수 있는 아주 특별한 프로젝트(project)라고 딱히 밝힐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의 저 작품 중에는 우리 선조들의 발자취를 담은 "흔적"이란 작품이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지요.
 즉 다시말해 에리자베스 키스씨의 작품은 커다란 구도의 아름다움이라면, 저 작품은 현미경적으로 미세하게 우리 옛 것들의 아름다움을 찾아내, 그림으로 그려 내는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어요.
 또 앞으로 양산의 화백에서 경남의 화백으로,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화백이 되기를 희망하고, 양산 예술의 역사에 큰 획을 그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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