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도[동남문화관광연구소장,관광경영학 박사]

 지난주에 상북면 상삼마을이 풍수지리학적으로 배 모양으로 생겨 마을에서 함부로 우물을 파지 않았다고 전해져오는 전설이 담긴 황산선정(黃山船亭) 정자를 통해 선조들의 지혜로운 자연보호 정신을 알 수 있었다. 무분별한 개발과 과도한 자연 파괴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인간들은 자연의 보복을 받아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된다.
 황산선정 주변이 공원으로 재정비된 것은 양산시 건설과 농촌개발팀에서 제출한 상북면 상삼마을이 농림부에서 주관하는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이라는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상삼마을 창조적 마을만들기 사업을 계기로 이루어졌다. 사업비 4억 7천 1백만 원을 투입하여 2015년 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사업을 완료하였다. 
 이번에 소개하는 배내골의 배모양으로 생긴 마을의 유래에 얽힌 안내판을 정비한 것도 농림부의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덕분이었다. 2008년 1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70억 원(국비 49억 3천 8백만 원, 경남도비 6억 3천 4백만 원, 양산시비 14억 2천 8백만 원)을 투입하여 원동면 영포리 쌍포매실다목적광장과 센터, 원동면 선리의 다목적체육관, 69호선 국지도선 테마가로 조성, 마을 주차장?정자?소공원 정비 등을 실시하였다.
 필자는 배내골권역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의 권역 전담 자문교수로 참여하여 주민들에게 농촌개발과 관광사업에 대하여 특강을 하고 주민들과 선진지 견학도 함께 하였다. 당시 양산시 건설과의 김지욱 주무관이 사업의 실무 책임자로 참여하여 많은 업적을 남겼다. 현재 김지욱 계장은 올해 7월부터 양산시 문화관광과의 관광시설계에 근무하고 있는데, 그동안 농림부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의 전문가로서 활약하였다. 2008년 이후 2018년 현재까지 양산시가 농림부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약 1천억 원의 막대한 사업비를 유치하고, 성공적으로 시업을 추진했던 과정의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다. 강효정?강석욱 주무관도 많은 활약을 하고 있다.
 배내골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의 추진위원장으로 참여한 배내허브랜드의 정석진 대표도 많은 업적을 남겼다. 양산시에서 농림부의 공모사업에 최초로 도전장을 던진 추진위원장이었다.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의 중요성을 알고 계획서를 만들어 제출했다가 처음에는 고배를 마시고 두 번째 도전에서 성공하였다. 필자도 정석진 대표와의 인연으로 권역 전담 자문교수로 이 사업에 처음 참여하였다. 현재는 농림부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의 추진을 도와주고 자문하는 `양산시 마을만들기지원협의회`의 공동위원장(양신시 부시장과 함께)으로 활동하고 있다.
 선리 마을 입구에 있는 당산나무 앞 다리 부근에 `선리 선창가` 안내판과 돛단배 모형을 설치하였다. 배내골권역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을 실시하면서 배내골권역의 각 마을마다 전해오는 중요 유적과 전통문화를 알리는 사업에 정석진 추진위원장을 비롯한 추진위원들의 노고로 이와 같은 선창마을의 역사적 전통이 마을사람과 관광객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선리 선창가에는 구한말까지 물류의 핵심인 나룻배가 운행되었다고 한다. 옛날에는 강과 하천을 통하여 사람과 물자를 실어날랐으며 주요한 교통과 물류를 담당하였다. 선리 선창가 안내판에도 이같은 사실이 잘 소개돼 있다. 밀양강(남천강)에서 단장천을 거쳐 배내천까지 뱃길이 연결되어 선리에 배를 대던 선창이 있었다는 것이다. 나룻배는 밀양강을 거쳐 낙동강으로 이어져 밀양, 김해 지역과 활발하게 교류했다고 전해진다. 따라서 마을의 옛 지명이 `선창마을`이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현재는 배내골 하류에 밀양댐이 축조되어 밀양강과의 연결이 단절되었고, 배내골 단장천의 하천 상황도 배가 운항하기에는 수량도 부족하고, 강바닥에 커다란 바위가 많아 배가 다닐 상황이 아니지만 과거의 하천 환경은 배가 충분히 다닐만 했다. 배내골 단장천은 그동안 준설을 하지 않아 자갈과 모래가 퇴적되어 물을 담을 수 있는 물 그릇 자체가 대폭 줄어들었다. 구한말 배가 다니던 시절의 하천 환경과는 달라져 있는 상황이므로 외지 관광객의 눈으로 현재의 배내골 단장천을 보면 배가 다니던 옛날의 광경을 떠올리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원동면과 바로 붙어 있는 삼랑진읍의 상황도 옛날과 다르게 많이 변화하였다. 밀양시 삼랑진읍은 낙동강 하구언이 축조되기 전에는 낙동강(일랑), 밀양강(이랑), 그리고 만조시에 낙동강을 통해 올라오는 남해의 바닷물(삼랑) 세 물결이 모이는 곳이라 하여 삼랑진이 되었다는 유래가 전해온다. 조선시대에는 세금으로 걷은 곡식을 배를 통하여 운반하였고, 이를 보관하는 조창도 있었다. 삼랑진에는 양산, 김해, 밀양의 세금을 운반하는 세곡선이 드나드는 교통의 요충지였고, 이웃 마을을 연결해주는 나룻배도 활발하게 운항하였다. 삼랑진은 경부선 철도, 경전선 철도가 교차하는 교통의 길목으로 번성하였으나 삼랑진역을 거치지 않는 철도가 일부 부설되어 지금은 지역이 많이 쇠퇴하였다.
 배내골은 울산광역시 울주군에서 발원, 양산시 원동면을 거쳐 밀양댐으로 흘러 들어가는 계곡을 말한다. 영남알프스 남동부 능선을 잇는 고갯마루인 배내고개에서 배태고개까지의 70리(약 28㎞) 계곡을 의미한다. 원동면 배내골도 마을의 생김새가 배 모양으로 생겨 주민들이 풍수지리적 관점에 의거하여 배내골의 아름다운 자연을 지키고자 노력하였다. 
 배내골의 지형을 살펴보면 땅의 생긴 모양새가 배 모양으로 전형적인 행주형(行舟形)의 지세다. 마을이나 도시들 가운데 배(舟) 모양을 한 지형을 행주형(行舟形)이라고 한다. 행주형은 마을이나 도시 전체의 모양이 마치 배 모양으로 생겼기 때문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이를 의식하면서 자연에 순응하는 삶을 살아왔다.
 배내허브랜드 정석진 대표의 말에 의하면 배태고개의 높고 험난한 구간을 터널을 뜷??nbsp;직선화하자는 주장이 나왔을 때 마을의 원로들은 배모양의 배내골에 터널을 뜷으??nbsp;마을의 좋은 기운이 빠져나가서 안 된다고 반대하였다고 한다. 2020년 말까지 울산 함양간 고속도로가 배내골에 거대한 터널, 장대교각, 배내골IC도 만드는 걸 감안하면 격세지감의 느낌이 든다.
 배모양의 행주형인 배내골도 "물 들어올 때 배 띄운다"는 적극적인 사고방식으로 개발의 물결에 재빠르게 승선해야만 교통의 오지인 배내골의 발전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단순히 풍수지리적인 고정관념에 빠져 있을 것이 아니라 첨단 이동수단인 현대적 고속도로를 타고 전국 각지와 원활하게 소통하고, 관광객을 노 젓는 뱃사공으로 활용하여 마을의 축제를 활성화하고 특산품을 판매하는 것이야말로 배내골의 행주형 특성을 살리는 길이다. 일제 때 경부선 철도 부설을 반대했던 청주는 낙후되고, 대전은 신도시로 발전했던 사례는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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