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도<동남문화관광연구소장,관광경영학 박사>

  양산시 상북면 상삼마을에 가면 황산선정이라는 정자와 쉼터가 있다. 황산선정이라는 단어는 한글로 표기하면 이해하기 어렵다. 황산선정(黃山船亭)을 한자로 쓰면 한글세대는 여전히 그 뜻을 알 수 없지만 한자교육을 받은 나이 든 사람들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황산선정(黃山船亭)은 황산선이라는 정자를 의미한다는 의미를 대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대충 의미를 파악했다 해도 구체적인 배경은 알 수 없을 것이다. 황산선정의 커다란 돌 표지석은 1995년 1월 1일에 건립되었다.
황산(黃山)이라는 말은 옛날 삼국시대에 양산의 물금지역 낙동강을 황산강이리고 부르는 데서 유래되었다. 황산하(黃山河) 또는 황산강(黃山江)이라 하였다. 장마가 지면 물금 근처의 낙동강은 누런 황톳물이 흐르는 말 그대로의 황산강이었다. 현재 물금읍 동부리, 서부리는 예로부터 황산진(黃山津), 황산역이 위치하여 그 주변에 큰 마을이 형성되어 왔다. 황산장(黃山場)은 물금장의 옛 명칭이다. 1832년(순조32) 양산읍지에 양산군의 장이 읍장(邑場)은 매순 1일과 6일, 황산장(黃山場)은 매순 5일과 10일장이었다고 나와 있다. 
신라 51대 진성여왕 당시는 통일신라 말기로 국정의 난맥상이 드러나고 측근의 권력 남용으로 나라가 어지럽게 되었다. 진성여왕은 신라 50대 정강왕의 누이동생으로 남편은 위홍 대각간이었다. 887년에 즉위하여 10년간 재위하였으며, 제52대 효공왕에게 양위하고 황산에서 말년을 보냈다. 병이 악화되어 북궁(경주)에서 붕어하여 화장한 후 황산에 뿌렸다는 기록이 삼국유사에 있다. 진성여왕이 말년 황산에 있었던 곳이 지금의 어곡동 어실마을이다. 어실(御室)마을은 임금이 잠시 살았다고 해서 전해오는 지명으로 현재는 어곡동(魚谷洞)으로 불려진다.
황산(黃山)이라는 지명은 양산에서 많이 사용되었다. 상북면 상삼마을의 황산선정도 이러한 황산에서 연유하였다. 황산에 배를 의미하는 선(船)이 붙어 황산선(黃山船)이 된 것이다. 황산선정(黃山船亭)은 황산의 배가 있는 정자라는 뜻이다. 상삼마을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배 모양으로 보인다고 한다. 즉, 풍수지리학적으로 마을 지형이 배 모양인 형국이다.
상삼마을은 배 모양으로 생겼기 때문에 마을 주민들이 식수를 사용하기 위하여 우물을 많이 파게 되면 배가 침몰된다고 굳게 믿었다. 따라서 마을의 동서남북 네 군데에 하나씩 우물을 파서 식수로 이용하고 더 이상의 우물을 파지 못하도록 규제하였다고 한다. 필자는 지난 8월 29일 상북마을의 황산선정 조사를 위하여 방문하였는데, 마침 마을 할머니들이 더위를 피해 황산선정에 모여 화투놀이를 하고 있었다. 먼저 인사를 드리고 황산선정의 유래에 대해 여쭤보니 마을의 풍수지리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주었다. 
현대인들은 이런 전설을 들으면 일단 미심쩍어하면서 잘 믿지를 않는 경향이 있다. 미신으로 치부하며 황당무계한 이야기로 여길 것이다. 하지만 과학적인 측면이나 환경보호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자연 사랑 정신을 파악할 수 있다. 우물은 지하수맥과 연결되어 있어 마을 인구가 늘어나고 무분별하게 많이 파게 되면 식수가 고갈될 위험이 커진다.
지하수맥의 변동은 요즘 국내외적으로 커다란 문제가 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정비사업으로 홍수와 가뭄을 방지할 수 있게 되었는데, 현 정부에서는 4대강 보를 개방하여 농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경남 합천에 사는 농민들은 9월 11일 환경부가 창녕함안보를 개방해 농작물이 피해를 봤다며 정부에 10억 5천 8백 5십 9만 5천 원의 피해 배상을 요구했다. 4대강 수문 개방과 관련해 농민이 정부를 상대로 피해 배상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민들은 함안군에 위치한 광암들에서 겨울철 지하수를 끌어올려 토마토, 양상추 등을 수막 재배 방식으로 경작해왔다. 수막 재배는 겨울철 비닐하우스 외부에 얇은 지하수 줄기를 지속적으로 뿌려서 일종의 막을 씌워 비닐하우스 내부 온도를 높게 유지하는 농법이다. 이 지역의 낙동강 수위는 함안보 개방 이전 4.9m 수준이다가 지난해 11월 14일 보를 개방한 뒤 약 한 달 만에 최저 수위인 3.3m까지 낮아졌다. 이후 환경부가 방류를 중단해 12월 23일부터는 수위가 4.9m로 회복됐다. 신청인들은 이 과정에서 광암들 지하수위가 낮아져 수막을 유지하지 못해 비닐하우스 속 농작물이 냉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주지역 지하수위가 2018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강수량 부족으로 최저수위 보다 평균 2.17m 높게 형성됐으나 평년보다는 평균 -0.55m, 최대 -11.37m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강수량이 적어 지하수위가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시작된 개발사업에 따른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이 원인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서부 자카르타는 매년 최대 15cm씩 가라앉고 있으며 동부는 매년 10cm, 중부는 2cm, 그리고 남부는 1cm씩 가라앉고 있다. 자카르타가 급격한 속도로 가라앉는 이유는 해수면 상승의 영향도 있지만 식수와 목욕용 등으로 도시 주민들이 막대한 양의 지하수를 퍼서 쓰고 있기 때문이다. 
황산선정 주변이 공원으로 재정비된 것은 상북면 상삼마을이 농림부에서 주관하는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이라는 공모사업에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상삼마을 창조적 마을만들기 사업에 4억 7천 1백만 원을 투입하여 2015년 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사업을 완료하였다. 사업은 도로 등 기반시설, 문화경관시설, 마을 정비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실시할 수 있다.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주민편익을 향상시키는데 국도비(79%)와 양산시비(21%)를 투입하였다.
101가구(농가 64호, 비농가 37호) 227명이 살고 있는 상삼마을의 구체적 사업 내역은 다음과 같다. 주민들이 함께 거주하는 공동 홈 조성, 황산선정 리모델링, 마을 안길 정비, 쉼터 정비, 마을주민 역량 강화 등이다. 건물 신축(RC조 50㎡) 1동, 황산선정 보도블럭 포장(인조 화강석) 332㎡, 칼라 아스콘 포장(보도용) 234?㎡, 마을 안길 도로 확포장(폭 3.5m, 면적 442㎡), 블록 담장 설치(높이 2m, 길이 126m), 쉼터 정비 보도 블록 포장(인조 화강석) 166㎡, 지역 역량강화(리더 교육, 주민교육, 선진지 견학, 컨설팅) 등의 사업을 실시하였다.
2016년 말에 끝난 상삼마을 창조적 마을만들기사업은 양산시 건설과(문영진 과장, 김지욱 팀장, 강효정 주무관, 강석욱 주무관) 주도로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양산시는 농림부의 일반농산어촌개발 전국 공모사업에서 눈부신 성과를 올리고 있다. 농촌마을의 전설과 전통문화 보존에 힘쓴 양산시 건설과에 박수를 보낸다. 황산선정에 스토리텔링 안내판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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