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우 상<명리학자,역사소설가>

 불가(佛家)에서는 보시라는 게 있다. 물질 보시만 있는 것이 아니라 법보시, 무지시, 사심시, 안시, 자안시 등으로 남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 부처상 같이 온화한 미소를 짓는 것 등 돈 안드는 보시도 있다. 어떤 사람은 만나면 편안하고 정이 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떤 사람은 만나면 거북스럽고 여러 모로 불편한 사람도 있다. 가장 미운 사람이 누구일까? 주는 것 없이 미운 사람이다. 남을 편하게 해 주는 첫째 자세는 긍정적이어야 한다. 긍정적인 사람이 되려면 남을 믿어야 한다. 남을 믿으면 신뢰 받을 수 있고 덕(德)을 갖추어야 한다. 이 큰 덕에는 인(仁). 의(義), 예(禮), 지(智)가 포함된다. 믿음 즉 신(信)이 으뜸이다. 중국 제일의 제갈량은 `모사재인(謨事在人)이요 성사재천(成事在天)이라`했다. 일은 사람이 하지만 이를 성사시키는 것은 하늘이라는 뜻이다. 사람은 누구나 꿈을 가지고 있으며 그 꿈을 달성시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누구나 다 자기의 꿈을 달성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좌절의 늪에 빠져 슬프하고 때로는 성취한 기둥을 잡고 기뻐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다. 노력을 하면 무엇이든지 이루어 낼 것 같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이 인생사다. 모든 일에는 길운이 따라야 한다. 전쟁도 그렇다. 촉나라 제갈량은 위나라와의 전쟁에서 목책을 설치해 놓고 유황, 염초와 폭뢰를 매설해 놓고 위나라군을 기다리고 있었다. 적군이 공격해 오는 입구에서 폭뢰가 터지자 산에서 바윗돌과 나무기둥이 떨어져 적군의 퇴로를 차단하고 식량 창고에 쌓아 두었던 염초와 폭뢰가 터졌다. 제갈양의 계략에 빠진 위나라 군사들은 절반 이상의 사상자를 냈다. 
 이렇게 되자 사마중도 그의 아들 사마소와 함께 3부자가 타 죽는 참변을 당했는데 이때 갑자기 하늘에서 구름이 모여 들더니 장대같은 소나기가 쏟아져 내렸다. 순식간에 불기둥은 가라 앉고 3부자는 극적으로 생명을 구했다. 만약 소나기가 오지 않았다면 사마중달은 죽었을 것이고 사마중달이 죽었으면 제갈량은 위나라를 치기가 손바닥 뒤집듯 쉬웠을 것이다. 그래서 제갈량은 비통해 하면서 모사재인(謨事在人)이요 성사재천(成事在天)이라 했던 것이다. 전두환에게 권좌를 내준 최규하의 사주다. 출생년월일시는 역학계에 알려져 있는 바에 따른다. 년주는 己未(비견/비견, 월주는 辛未(식신/ 비견), 일주는 己巳(*/인수), 시주는 庚午(상관/편인)이다. 기토(己土) 일간(日干)이 미월(未月)에 태어난 비견달이며, 일지(日支)는 사화(巳火)이니 인수다. 시지(時支)도 오화(午火)이니 편인이고 연간(年干)  연지(年支)도 기(己)와 미(未)이니 비견이다. 사주가 인성과 비견, 겁재로 구성되어 있어 어학에 능통하고 교육자의 자질이 있다. 신태강사주라 인성과 비겁인 화토(火土)가 용신(用神)이다. 따라서 사주격국은 종강격이다. 이 사주는 수목(水木)이 없어 덥고 건조하여 메마르다. 이런 사주는 나라가 평화스러울 때는 명상(名相)으로 이름을 날릴 수 있으나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되는 등 정치격변기인 난세에는 나라를 다스리는 치세가 부족한 사주다. 최규하의 정치 지도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음은 500년 조선의 마지막 왕인 고종의 사주명국이다. 출생 년월일시는 역학계에 알져진 바에 따른다. 년주는 壬子(겁재/비견), 월주는 己酉(편관/편인), 일주는 癸酉(* /편인), 시주는 己未(편관/편관)이다. 관살이 태과하여 권력을 잡을 만하다. 계수(癸水) 일간(日干)이 수(水)를 생해주는 유월(酉月)에 태어났다. 일지(日支)에 또 유금(酉金)이 있고 연간(年干)에 임수(壬水) 연지(年支)에 자수(子水)가 있으니 일주(日柱)가 태강하다. 따라서 강한 계수(癸水) 일주의 기운을 설기(泄氣)시키자면 미토(未土)에 착근(着根)한 기토(己土)가 채용된다. 용신(用神)인 기토(己土)를 도와주는 화(火)가 없으니 대격(大格)은 못되고 고지식한 학자풍의 사주이다. 화운(火運)이 와야 뜻을 펴고 발복하는데 70살이 넘어야 대운이 오니 비록 임금의 자리에 앉아서도 대인물이 못되어 마음은 편안하지 못해 평민만도 못하게 살았으니 이것도 타고난 운명이라면 어찌할 도리가 없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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