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도<동남문화관광연구소장관광경영학 박사>

 양산읍성의 복원에 참고할 수 있도록 울산광역시의 병영성을 지난번에 소개한 데 이어 이번에는 울산읍성을 방문하여 현장을 답사하였다. 병영성의 보존 상태는 좋았으나 울산읍성은 거의 파괴되어 양산읍성과 유사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양산읍성과 달리 울산읍성은 동헌 건물이 잘 보존되어 있고 복원사업도 진행 중이었다.
 양산읍성과 울산읍성의 차이점은 역사유적 보호에서도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양산읍성은 경남은행 사거리의 안내판만 외롭게 서 있다. 울산읍성은 동헌 뒷쪽에 주차장, 소공원 등이 설치되어 있어 접근하기가 쉬웠다. 울산읍성의 성벽이 있던 좁은 골목길 벽에는 임진왜란 당시의 성벽 공방전이 그려져 있었다. 성벽과 남문 등이 있던 주변은 문화의 거리로 단장되어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울산읍성 동헌의 입구에는 `조선통신사의 길` 표지석, 가수 고복수의 `타향살이` 노래비, 울산광역시민헌장 비, 어린이헌장 비 등 근현대사 유적이 잘 정비되어 있었다. 동헌 내에는 조선시대 군수, 부사의 각종 송덕비, 보물 제441호인 울산 태화사지 십이지상 사리탑, 울산광역시 유형문화재 제10호로 지정된 효자 송도 선생 정려비가 있다. 조선 초기 울산에 살았던 효자인 송도선생에게 세종대왕이 내린 정려비에 대한 내용이 조선왕조실록에 전한다.
 울산동헌은 옛 울산읍성 안의 중심 건물로 울산도호부의 수령이 공무를 처리하였던 곳이며, 내아는 수령이 살았던 살림집이다. 동헌은 1681년(숙종 7년) 울산부사 김수오(金粹五)가 처음 지었으며, 그의 아들인 부사 김호가 일학헌(一鶴軒)이란 편액을 달았다. 1763년(영조 39년) 부사 홍익대(洪益大)가 다시 지어 반학헌(伴鶴軒)으로 개칭하였다. 일제시대에는 울산군청으로, 해방 이후에는 울산군청 회의실로 사용하였다. 1981년 복원이 이루어졌으며, 동헌과 내아, 오송정, 학성도호부아문(鶴城都護府衙門)만을 중건하여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다. 동헌 건물은 옛 모습 그대로가 아니고 축소된 모습이다. 동헌에서는 `울산동헌 금요문화마당` 행사가 열린다.
 조선시대 도호부사가 업무를 보던 울산 동헌의 정문은 가학루(駕鶴樓)라고 한다. 가학루는 통행금지가 해제되는 오전 4시 30분과 점심시간인 정오에 북을 치고 나팔을 불어 백성들에게 시간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한편 수령을 보좌하는 사령이 공지사항을 알리고 신문고 역할을 하는 데도 사용하였다. 현재도 북을 칠 수 있게 하였다. 울산시 유형문화재 제1호인 가학루는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 소실됐다가 1980년대 정확한 고증 없이 단층구조로 복원하였다.
 2014년 12월에 서울대박물관 소장품에서 일제 강점기 가학루 정면을 찍은 사진이 발견되면서 울산 문화계에서 꾸준히 제기되어온 복원 주장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되었다. 사진을 찾은 울산박물관 이선종 주무관은 지역 사학자들과 건축학자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사진에 나온 가학루와 주변 경관, 초서체로 쓰인 현판 등을 일일이 대조하고, 확인하였다. 울산광역시 중구는 이를 바탕으로 해체 작업과 문화재 발굴조사를 실시한 후 가학루를 옛날 양식인 정면 3칸, 측면 2칸과 2층 누문 등으로 복원하였다.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1477년(성종 8년)에 울산읍성이 축조되었다. 조선시대 읍성은 도성인 한양을 모델로 삼아 축조하였다. 울산광역시 중구 북정동, 옥교동, 성남동, 교동 일대에 있었던 울산읍성은 임진왜란 때 일본군이 울산 왜성(도산성 : 현재의 학성공원)을 축조하기 위해 이곳의 돌을 허물어 가져가면서 사라져버렸다. 정유재란 당시 울산지역에 본거지를 둔 왜장 가토 기요마사가 조선과 명나라 연합군과의 큰 전투를 준비하면서 울산읍성을 허물어 그 석재를 가지고 울산왜성을 만들었다.
 둘레가 약 1.7㎞인 울산읍성 안에는 20여 개의 관청과 8곳의 우물, 4대문 그리고 동서남북을 가르는 십자형의 도로 등이 있었다. 4대문 가운데 동문은 전 옥교동사무소 인근, 서문은 양사초등학교 인근, 울산읍성의 정문에 해당하는 남문은 성남동 신호등 사거리, 북문은 울산기상대 왼편 일대로 각각 추정하고 있다. 이 중 성문 이름이 알려진 것은 남문이었던 강해루(江海樓) 뿐이다.
 2011년 9월 정갑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한나라당, 울산 중구)이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정부 예산에 울산읍성 복원을 위한 관광자원화 사업비 42억 원을 반영하면서 울산읍성의 복원사업이 시작되었다. 울산읍성 복원사업은 울산 중구가 2020년까지 국비 950억 원을 포함해 모두 190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동서남북 성문 4곳을 복원하고, 역사공원을 조성하려는 사업으로 국비 지원이 사업 추진의 관건이 돼 왔다. 성문 복원은 아직 착수되지 않았다.
 울산읍성은 지정문화재가 아니어서 문화유산 관광자원화 사업 명목으로 복원에 필요한 사업비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구는 국비를 지원받아서 울산읍성 복원을 위한 기본계획 용역을 발주하고 복원사업을 시작하였다. 이와 같은 정부지원에 의한 복원방식은 양산읍성 복원에서도 참고해야 하겠다. 앞으로 윤영석 국회의원과 서형수 국회의원이 양산읍성 복원과 예산확보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여 주기를 당부하는 바이다.
 복원은 원래의 제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을 의미하는데, 울산읍성의 완전 복원은 어려운 상황이다. 성곽 상부의 구조물이 전혀 없고, 설계도나 그림 같은 이미지도 전혀 남은 것이 없다. 상부구조물이 없기 때문에 문화재 지정이 불가능하여 복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각종 개발 사업으로 파괴되지 않고 성벽 자리가 보존된다면 중건이나 재현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양산읍성은 10여m가 남아 있고, 골목길에도 성벽 돌이 일부 보인다.
 울산시립미술관 건립 예정부지에서 매장문화재가 발굴되자 울산초등학교 서쪽 북정공원에 미술관을 짓기로 배치 계획이 바뀌었다. 울산시는 복원 예정인 학성관과 울산 객사를 미술관 전시실로 활용하는 등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미술관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양산읍성의 복원에 참고할만한 자료로는 대동여지도, 일제시대 일본인 측량기사가 실측한 양산읍성을 중심으로 한 양산 구도심 일대를 담은 실측도면이 일본 큐슈대학교에 보관돼 있어 다행이다. 
 울산읍성은 동헌 건물이 잘 보전되어 있고, 객사 등도 복원 공사를 하고 있으며 문화유적도 풍부하다. 양산읍성은 동헌 건물을 복원하는 것이 커다란 과제다, 울산읍성은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고 골목길 전봇대에도 표지판이 있었다. 울산시민들의 답사와 문화행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양산에서는 벤치마킹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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