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도(동남문화관광연구소장관광경영학 박사)

 양산읍성의 복원에 참고할만한 자료로는 대동여지도를 들 수 있다. 또한 19세기 후반 일본인 측량기사가 실측한 양산읍성을 중심으로 한 양산 구도심 일대를 담은 실측도면이 일본 큐슈대학교에 보관돼 있다는 사실을 양산시립박물관에서 확인한바 있으므로 복원에 어려움을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큐슈대학교 소장 자료인 양산읍성 일대 실측도면에는 양산읍성과 주변 민가가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고 한다.
 대동여지도로 본 양산읍성의 성문은 모두 개거식으로 그려 놓았다. 객사, 쌍벽루, 동헌, 창포정, 관아, 창고 등의 건물도 나와 있어 개략적인 위치를 짐작할 수 있다. 객사 앞에 창포정이 있으며 창포정 옆에는 창고, 객사 뒤에는 쌍벽루가 배치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성문을 만드는 방식은 다양하다. 성문의 축조 방식은 개거식, 평거식, 홍예식(아치형), 현문식(출입문에 사다리가 달려 있음)으로 구분된다. 개거식은 성문 앞에 옹성이 설치되고, 문루 위에 초루가 들어서는 형태가 된다.
 개거식은 성곽을 축조할 때 성문의 넓이만큼 성벽을 띄어 쌓고 상부에 문루를 조성하는 방식이다. 출입구 폭만큼 간격을 두어 아무린 성벽에 인방목을 건너지르고 상부에 문루를 세운 형태다. 성벽만을 두고 보면 한 지점이 끊겨 열려 있는 형태여서 개거형(開拒形) 또는 개거식(開拒式)이다. 비교적 조성법이 간편하다. 성문의 인방재가 목재이므로 홍예를 틀거나 인방석을 올린 문루에 비하면 내구성이나 방어면에서 불리한 구조다.
 양산읍성을 복원하는 데는 언양읍성의 복원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에 있는 언양읍성은 조선시대의 읍성으로 1966년 12월 27일 대한민국의 사적 제153호로 지정되었다. 옛날부터 언양은 경주, 울산, 밀양, 양산과 연결되는 교통 중심지로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던 곳이다. 읍성이란 군이나 현의 주민을 보호하고, 군사적, 행정적인 기능을 함께 하는 성을 말한다.
 『경상도속찬지리지』에 따르면, 언양읍성은 고려 공양왕 2년(1390년)에 토성으로서 최초로 축조되었다. 조선 성종 12년(1481년)에 쓰여진 『동국여지승람』에도 여전히 언양읍성이 토성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그 규모는 둘레가 1489척, 높이가 8척, 우물 2개이다. 
 석성(石城)으로 개축된 기록은 『신증동국여지승람』과 『증보문헌비고』에 있는데, 연산군 5년(1500)에 현감 이담룡에 의해서 이루어졌다고 전해진다. 이때에 성의 규모가 둘레 3,064척, 높이 13척, 우물 3개로 커졌다. 그러나 당시의 성은 임진왜란에 의하여 무너지고, 현재 남아있는 것은 광해군 9년(1617)에 고쳐 쌓은 것이라 전해진다.
 언양읍성의 복원에 관한 시도는 1996년에 시작되었다. 울산시는 국가지정 문화재인 사적 제153호 언양읍성성곽 일부를 현존하는 높이(2.3m) 와 폭(4m) 대로 복원, 정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무려 22년이 지난 현재까지 언양읍성의 복원은 예산 확보상의 애로 때문에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양산읍성은 언양읍성의 주변환경과 비교해볼 때 성곽도 거의 남아 있지 않고, 읍성 안은 도심지로 바뀌어 많은 주택, 성당, 교회, 건물이 들어서 있어 복원은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언양읍성 복원에서 나타난 시행착오를 반면교사로 삼아서 효율적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면 시간의 단축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양산읍성 안에 위치한 모든 토지를 매입하여 복원을 한다면 가장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보상비가 많이 들어 실현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성벽은 대동여지도에 나타난 동문, 서문, 북문 주변은 복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양산읍성 내부의 관아 건물도 복원할 때 제 위치를 찾아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토지와 건물 매입이 어려울 때는 읍성 안의 적당한 곳에 건립하는 차선책도 강구해야 하겠다. 성벽도 도심지의 구조상 복원이 어려운 구간은 표지석을 세워서 위치를 표시하는 방법도 좋을 것이다.
 양산읍성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먼저 문화재청과 협의하여 사적으로 지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 다음으로 학술조사와 발굴조사가 필요하다. 언양읍성 학술조사 용역은 동아대박물관과 울산대 도시건축연구소가 공동으로 2001년 12월 착수, 2003년 1월말 완료되었다.
 언양읍성은 학술조사 용역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복원을 시작한 결과 1996년~1999년까지 4년간 진행된 보수, 정비 공사가 고증결과와 큰 차이를 보여 전면 재복원공사가 불가피한 상황이 벌어졌다. 언양읍성 종합정비, 복원 학술조사 용역을 통해 축성법과 성곽 높이, 성벽 기단폭 등을 고증한 결과 성곽 높이는 평균 6.3m로 복원돼야 하지만 정비작업은 잔존 성벽 높이 3~4m를 개보수하는 데 그쳤다.
 울산대 도시건축연구소에 의하면 고증 문헌상의 1척은 축조 당시 포백척(삼베길이를 재는 자 단위 1척^48.9㎝)을 기준으로 삼았으나, 보수, 정비과정에서 척 단위를 영조척(1척^30.3㎝)으로 환산, 적용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였다. 울산시는 결국 보수, 정비 공사를 다시 할 수 밖에 없어 예산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울산시는 2003년 8월에 언양읍성을 정확한 고증에 따라 복원, 정비하기 위해 10년 기간의 세부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2004년부터 사업에 착수하였다. 언양읍성은 1996년부터 10년 계획으로 보수, 정비 사업을 해왔으나 고증착오의 문제점이 발생하여 계획을 전면 수정하였다. 
 울산시는 2008년까지 1단계로 성곽 남쪽 터를 보호구역으로 추가 지정해 매입하고, 2011년까지는 2단계로 성곽 전역에 대한 발굴조사 및 관련 연구, 고증 작업을 펴고 성곽 내부 도시계획도로 폐지 등 도시계획도 재정비하기로 하였다. 2013년까지 3단계에는 나머지 성곽 710m와 979m를 각각 정비 복원하고 영화루, 애일루, 계건문 등 나머지 3대 문루와 함께 동헌, 객사, 감옥, 내아, 성내 장터 등 시설물도 모두 복원할 계획이다. 언양읍성 복원, 정비 사업에는 국비 741억 원과 지방비 318억 원 등 모두 1,059억 원의 사업비가 들어간다.
 남문인 영화루는 2013년 10월 2일에 복원되었다. 성안의 언양초등학교도 2015년 이전하였다. 울산대곡박물관에서는 `언양읍성 마을과 사람들`이라는 마을조사보고서를 2015년 1월에 발간하였다. 2018년 4월 11일 언양읍성 안내소를 개관하였다. 양산읍성은 언양읍성 복원에서 나타난 시행착오와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하여 향후 복원계획에 참고해야만 할 것이다. 22년이 걸려도 아직 진행 중인 언양읍성 복원을 보면 양산읍성 복원도 그리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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