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농지 풀린 마을 논밭, 공장 들어설까 우려
지역사회, 지역주민에 문화씨앗 뿌리기 나서
법기도자 사무국장 맡아, 지역 정체성 살릴 고민

상북면 대석리 물안뜰마을의 논밭. 완만하게 낮아지는 지형이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이곳도 절대농지에서 개발 가능한 토지로 바뀌었다.

●상북 대석 토박이 전이섭씨, 고향을 생각하다

 전이섭씨. 그는 지역문화 가꿈이다. 상북 대석(물안뜰)마을에 6대째 살고 있는 토박이 40대 청년이다. 본지에 장문의 기고를 하고 문화와 지역주민을 이야기 하는 그는 앎에 대한 욕구가 크다. 그를 그의 연구실인 문화교육연구소田과 석계 번화가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전씨는 부산문화재단의 우수한 기획자이면서 현재 육아휴직을 하며 아이 키우기를 비롯해 그동안 중단했던 창작활동 재개와 고향발전에 대한 궁리, 논문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양산에서 부산으로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일만 하니까 소모되는 기계가 되는 것 같더라구요. 남들보다 1시간 먼저 출근하여 3~4시간 늦게 퇴근하는 일상 속에서 문화 기획 일을 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가정도 뒤로 한 채 문화의 소외자로 살고 있더라구요." 요즘은 아이들과 저녁 마을산책을 하는 게 큰 낙이란다. 
 "제 고향 양산 상북은 인구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신도시로의 발전이 편중되고 상ㆍ하북은 상대적 빈곤을 느낍니다. 지역의 토호들은 70~80년대 개발시대의 향수에 젖어있어요. 공장을 벌어먹고 살게 해준 고마운 것으로 생각하죠.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긴 해요. 그런데 문화공동체라는 말을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아쉬움이 역력한 얼굴빛이다. 
 그는 대석마을 앞 절대농지가 풀렸다고 했다. 그리고 이 곳까지 공장이 들어서 마을을 잠식할지 모른다며 걱정했다. "대석마을의 이 논밭들을 보세요. 뒤로는 푸른 산이 있고, 앞으로 맑은 내가 흐르며 완만하게 내려가는 곡선들이 전형적인 농촌의 마을이지요. 이 아름다운 곳이 공장으로 바뀐다고 상상하면 끔찍합니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자연환경이 좋은 곳에 개발의 논리로 공장 지을 생각만 하지 말고 제대로 사람이 살 수 있는 전원주택 단지를 지어서 도시민들을 유입시키고 농촌을 활기차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의 연구소는 이름 田처럼 밭에 있어 제철 채소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성씨도 밭전이고, 대대로 농경생활을 해 온 집안의 자손으로 정체성 문제라 田이란다. 목공을 위한 작업공간과 공구들이 있었고, 예전 작품들이라며 몇 몇 목공예 작품들과 한 쪽 벽면을 책으로 가득 메운 큰 책장, 아이들 교육용으로 만들었다는 작은 황토방도 있었다. 
 연구소 교실의 한 면에는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활동하는 사진들이 빼곡히 붙어있었다. "올해로 연구소 개소하고 10년 째 인데, 지금은 활동이 뜸하지만 초창기엔 지역의 여러 아이들과 자연에서 사계절 일하고, 먹고, 놀고, 배우며 참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때 사진들이에요" 그는 일본의 무사시노미술대학에서 목공예(공예공업디자인)를 전공했다. 한국 전통악기 장구 모양에서 소리가 아닌 빛이 나오는 조명을 만들기도 하는 등 일본에서도 한국 전통의 원형을 가지고 재해석한 작품을 주로 만들어 왔다. 최근엔 보광고등학교 은사 박봉 선생님의 저서 <조선을 사랑한 일본인 아사카와 타쿠미>를 소재로 소반을 만들고 있다 한다. 또 한옥의 공간이 주는 교육인간학적 의미에 대한 교육학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전통을 비롯한 자연과 지역과 교육에 천착한 그의 철학 때문이다. 
 그는 지역사회와 지역주민들을 키워드로 공동체적 삶을 고민하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지역주민은 최소한 법기도요지의 역사적 의의 정도쯤은 아는 사람들이다. "부산에서 녹을 먹고 살지만, 양산에서는 NPO법기도자 사무국장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부산요의 한 부분쯤으로 생각하는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법기요가 부산요의 뿌리입니다. 사람들이 자긍심을 충분히 가져도 됩니다. 강진 청자, 경주 안압지 그리고 법기도요지가 1963년 동시에 국가 사적으로 지정됐습니다. 강진 청자 축제는 44년째를 맞고 있어요. 우리 양산을 봅시다. 대체 무엇을 했나요? 일반시민들은 알지도 못해요. 지역 문화의 정수를 찾아 재해석하고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만들어 지역 주민들과 공유하는 작업이 절실합니다."
 그는 양산 사회와 문화를 움직이는 특정 소수를 이야기하면서 그들을 무능하면서도 배우지 않고, 진정으로 나눌 수 있는 관용도 없는 세력이라고 했다. 그리고 양산에 제대로 된 문화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문화재단을 설립해야 하는 당위성도 이야기했다. "행정의 잣대로, 편리대로만 한다면 그냥 수하조직 만드는 정도 일테니 그럴 것이라면 애당초 안 하는 게 나을 겁니다. 공무원들에게만 맡기면 처음부터 제대로 해보겠다는 노력 없이 전문가 용역을 주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공무원도 스스로 공부해야 됩니다. 행정사무감사 때가 되면 시의회에선 으름장을 놓고 전후사정도 파악 안 한 채 지역주민의 대표라고 따지기를 하는 시의원들을 그동안 부산문화재단 있으면서 많이 봐 왔어요.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우리 양산에서는 새롭게 만들어 가야합니다. 첫 단추가 중요합니다." 그는 앞으로 꾸준히 본지에 다양한 기고를 통해 양산의 문화와 양산 정신을 고양시켜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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