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가뭄이 심각한 상황이다. 굳이 자세한 지표를 가져다 놓지 않아도 일반 국민이라면 누구나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국토가 메말라 있는 상황이다. 특히 남부지역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저수지는 메말라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고, 댐은 저수율이 시간이 흐를수록 낮아지고 있다. 덕분에 중부이하 지역에서는 농민들이 이제 곧 시작될 영농철에 물 부족을 크게 우려 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장기기상예보에서 비 소식을 찾아보기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기다리던 비 소식을 듣지 못하고 있는 농민들은 벌써부터 자비를 들여 지하관정을 뚫어 지하수를 농사에 이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지하수 개발이 여의치 않은 일부 농민은 인근 하천이나 강에 양수기를 설치해 강물을 끌어다 농지에 공급하려는 계획을 세워 두고 있기도 하다. 
 매년 반복되는 영농철 물 부족에 사람들은 흔히들 우리나라를 물 부족 국가로 스스럼없이 부르고 있지만 필자로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물론 이용할 수 있는 물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원천적으로 물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관리를 못해 쓸 수 있는 물이 부족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물을 자원으로 쓰기 위해서 두 가지 시설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하나는 물을 가두고 저장할 수 있는 저수지나 댐과 같은 저장시설이고, 또 하는 저장된 물을 적재적소에 공급할 있는 공급시설이다. 그런데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해야할 것이다. 바로 인류의 산업활동 또는 생활활동으로 소비된 후 버려지는 물의 재처리 또는 재생시설, 즉 하수 종말 처리시설(장)인 것이다. 
 하수종말처리장은 생활하수나 공장폐수를 관로를 이용하여 처리시설이 완비된 처리시설에서 일괄 처리하여 생태계에 부작용이 없을 정도로 정화시켜 방류하는 시설을 일컫는다. 과거에 비해 우리 생활권과 인접한 곳에 위치해 있는 하천이나 강의 수질이 현저히 나아진 것은 우리 양산지역도 하수처리계획이 어느 정도 완성단계에 접어든데 힘입은바 크다. 물론 아직 미진한 부분도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의 추세라면 머지않아 하수처리율이 90%이상 상회할 것이라 여겨진다. 
 그런데 문제는 하수종말처리장이 대부분 강하류 부분에 위치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하수처리장을 거친 어느 정도 정화된 물이 바로 하천 하구나 강 하구를 거쳐 바다로 흘러가버린다는 것이다. 분명 거액의 처리비 내지는 운영비를 투입하여 정화시킨 물을 바다로 흘려보내는 것은 물 이용 측면에서 보자면 매우 비효율적이다. 때문에 하수처리관련 학자들은 하수종말처리장을 하천의 상류 부근에 설치하거나 또는 최종 방류구를 중계펌핑기지 설치를 통하여 상류로 보내 방류토록 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거나 지자체에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다양한 이점이 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현재 인류의 생활 활동과 산업 활동에는 물이 반드시 쓰인다. 때문에 일정수량 이상의 하수는 반드시 발생하게끔 되어 있다. 때문에 이 과정에서 발생된 생활하수나 산업폐수를 일정한 수준이상으로 정화시키기만 한다면 상당한 수량을 확보하게 되어 있고, 이렇게 확보된 수량을 다시 하천이나 강의 상류에서 방류시키만해도 적어도 강이나 하천의 수량 확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런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기존에 설치된 하수관거를 개조하는 작업이 필요하고, 일부 구간은 아마도 전면 재시공해야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지속되고 있는 가뭄을 생각한다면 그리 과한 투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물은 꽤나 생명력이 강해 매우 뛰어난 자정능력이 있다. 또한 자연도 그렇고. 일정 수준 이상의 물이 방류되기만 한다면 나머지 정화처리 작업은 자연이 해줄 것이다. 
 물은 이용하는 대상이 아니라 관리와 이용이 동시에 필요한 자원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그렇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이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수자원관리 계획을 관리로 그 패러다임을 옮기 필요가 있다. 만약 물자원 관리가 지금의 50%만 된다고 해도 우리는 만성적인 물부족에서 어느 정도는 비켜날 수 있을 것이라 여긴다.  

저작권자 © 양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