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북초, 2020년 100주년 앞두고 `예술꽃 씨앗학교` 선정
4년간 연간 1억원씩 지원…문화적 삶 향유하는 시민 양성
교직원, 지역과 문화예술교류 활성화하는 밑그림 그리며 헌신

 산업사회에서는 지식의 획득과 활용, 기술의 개발과 활용이 중요하였으나 현대사회는 지식에서 역량으로 교육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종합적인 문화역량을 갖추는 것이 개인의 성공적인 삶과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주요 요인이 되었고 문화예술은 문화역량을 위한 도구로서도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이러한 문화예술의 경험은 자신의 가치와 존엄을 인식하고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시간과 공간의 공유, 관계 맺기 등에 참여하게 한다. 이를 통해 지식습득과 이해력 발달은 물론 예술적 감수성과 상상력 향상, 자기 표현력의 증진,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도 기여한다.

상북초등학교 교사.

 문화예술교육은 학교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학교문화예술교육과 학교 이외의 공간에서 수행하는 사회문화예술교육으로 구분 될 수 있는데 학교와 사회의 두 축으로 구분하는 것은 환경과 여건의 구분이지 철학과 이론, 방법의 구분은 아니다.
 최근의 문화예술교육 흐름과 방향의 변화를 보면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선택적(수혜적) 문화예술교육에서 다양한 세대와 계층으로 그 대상을 확장하고 학교문화예술교육과 사회문화예술교육을 포괄하여 평생교육의 관점에 기초한 보편적 문화예술교육으로 확장되고 있다.
 또 교육의 내용과 방법, 목표에서도 교사들을 중심으로 하는 교과목 중심의 예술교육, 예술가들의 파견을 통한 전통적인 예술장르 중심의 예능교육에서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체험과 향유, 참여를 통해 문화적 감수성과 창의성을 발전시키는 통합적인 문화예술교육으로 확장되고 있다. 

양산상북초등학교 학생들이 국화축제 초등학교 밴드 연합 공연을 하고 있다.

 아울러, 문화예술교육 지원체계에서도 중앙 중심의 획일적인 정책 입안 및 실행에서 지역의 특성과 조건에 맞는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정책과 사업의 개발 환경이 마련되었고 이러한 문화예술의 체험과 향유 기회는 개인적 삶의 변화를 넘어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새로운 커뮤니티 문화를 창출하는 질적인 성장의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최영숙 교장선생님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직시하고 문화예술을 통한 교육을 실현해 나가고자, 학교와 지역사회의 연계 지점을 찾아가고자 노력하시는 선생님들이 있다. 우리 지역 상북초등학교(최영숙 교장)가 지난해 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지원사업 <예술꽃 씨앗학교>에 전국 8개교 선정에 경남 유일의 학교로 선정되었다. 

 필자 개인의 견해지만, 경남 안에서도 늘 변방으로만 인식되어오던 양산에서, 그것도 시내 중심부가 아닌 상북면에서 문화예술교육의 한 축을 담당한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 
 <예술꽃 씨앗학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학교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지원사업으로 2008년부터 지역 및 빈부의 격차와 관계없이 전교생 모두가 문화예술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으로 단기 지원이 아닌 4년간의 장기 지원을 통해 학생들이 문화적 삶을 향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더욱이 `학교와 지역 간 문화예술 활동으로 마을공동체 회복`이라는 학교의 사업목표 설정이 더 와 닿는다. 그동안 학교공동체가 함께 하는 빛솔축제, 영화동아리, 무용예술강사 지원사업, 다양한 문화예술 관련 동아리 운영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문화예술 향유를 위해 노력해오고 있으나 예산 확보의 지속성이 불투명하여 계획적인 프로그램의 운영이 어려웠다 한다.
 <예술꽃 씨앗학교>는 장기적이고 다양한 문화예술교육을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체계적인 운영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선생님들 모두가 의기투합하여 이루어낸 결과물이라 하겠다.
 지난해 연말 학교로 찾아뵈었을 때 교장, 교감 선생님을 비롯하여 선생님들 모두 열의에 가득 찬 눈빛으로 필자와 마주하며 학교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의견을 나누었던 모습이 역력하다.

풍물부가 학교 운동장에서 공연하고있다.

 선생님들은 방학인데도 본격적인 프로그램 시작에 앞서 장기 로드맵을 알차게 구성하고자 노력중에 있다. 2018년도 1년차에는 기반조성기로 `터 닦기`를 목표로 교내 예술교육 환경을 조성하고, 2년차에는 `기반 다지기`를 목표로 학교 안팎의 문화예술교육 저변 확대를 위해 교육연구회를 확대하고 학부모 지역주민들과의 예술활동 프로그램을 본격 운영, 3년차에는 `예술로 지역에 다가서다`를 목표로 상북초등학교 개교 100주년을 기념하여 지역과 문화예술교류를 활성화 하겠다는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이를 더 구체화하여 알록달록 색칠하기 위해 지역 안팎의 문화예술교육인들과 만나고 타 지역 학교 사례를 조사하기 위해 방학도 잊은 채 열성적인 모습들이다.

상북초 학생들의 미술작품이 중앙현관에 걸려있다.

 담당 선생님으로부터 메일이 도착하면서 이런 글까지 보태어 왔다. "우리가 어떤 일을 추진하다가 막히면 늘 보이지 않는 벽을 탓하고 돌아서곤 합니다. 하지만 교사로 살다보니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한 책임이 바로 나로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우리는 교육을 통해서 약육강식의 경쟁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이 늘 만나는 주변 사람들의 따스함을 소중히 여기고 긍정적인 태도로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가꾸어가는 모습으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거창한 프로그램이 아니어도, 멋진 무대공연이 아니어도, 이름난 예술가가 되지 못해도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이웃과 어울려 사는 행복함을 느끼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성공한 사람들보다 멋진 삶이라 생각합니다." 
 긍정의 기운과 함께 교사로서의 투철한 목표의식으로 가득 찬 글을 전해 받고 내 고향 양산에서, 10년 동안 문화교육연구소란 이름으로 교육활동을 해 온 사람으로서 일조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더 들게 된다.
 고향에 와서 좋은 것 하나를 꼽으라면 예전 은사님들을 간간이라도 뵐 수 있다는 것이다. 30여 년 전 서예를 권장해주셨던 담임 선생님, 지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시는 연극, 문학, 미술, 음악, 체육 선생님들과 지역의 문화예술교육을 이야기하며 교우할 수 있음에 더없이 행복하며 문화예술적 영감을 주셨기에 감사드린다.
 문화예술교육은 지역과 사회의 이슈가 있어야 한다. 구체적 이슈와 문제가 있을 때 예술을 통해 문화적이고 인간적인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대적, 지역적, 상황적 담론들을 지속적으로 생산해내어야 하고, 그 중심에는 사람이 철저하게 바탕 되어져야 할 것이다. 문화예술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게 하는 교육적 의미와 사회적 가치를 동반하는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관포지교(管鮑之交)로 잘 알려진 중국 제(齊)나라의 정승 관중(管仲)이 저술한 「관자(管子)」라는 책에 들어 있는 글(권수`權樹`편) 중에 `백년지계 막여수인(百年之計 莫如樹人: 100년의 계획은 사람을 키우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이라는 유명한 글귀가 있다. 
 세상은 결국 사람의 힘과 능력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한 사회, 국가, 세계가 올바르게 되기 위해서는 좋은 사람을 키워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우쳐주는 말이다. 
 문화예술을 통해 사람을 키우고 지역을 알아가는 일에 노력하는 상북초등학교의 행보에 지역사회의 많은 관심과 협조를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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