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서 죽음으로 가는 여정을 떠나기 마련이다. 그 여정을 떠남에 있어서 짊어지고 가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노화이다. 남녀노소는 물론이고 지위고하 그리고 귀천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노화는 삶의 여정에 있어서 젊음을 먹고 그 색깔을 더욱 뚜렷하게 한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찾아 오기 마련인 노화를 피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자신의 몸에서 젊음이 떠나는 것을 막기 위해 운동을 열심히 하는 이, 몸의 활력을 유지하는 데에 좋다는 사시사철 보약을 입에 달고 사는 이, 젊게 보이기 위해서 기꺼이 몸에 차갑고 날카로운 수술용 메스를 대는 이 등 사람마다 그 대처 방법은 다르지만 노화를 피하기 위해 필사적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데 그런 피나는 노력(?) 덕분인지 과거에 비해 현대인의 수명은 확실히 늘어났다. 과거 나이 60에 이르면 환갑잔치를 열어 건강한 장수를 축하 해주곤 했지만 지금은 나이 60은 오히려 청춘 취급을 받고 있기도 하고, 나이 70에도 왕성한 사회활동을 이어나가는 이가 적지 않다. 때문에 현대에 있어서 노인의 기준은 어쩌면 은근슬쩍 80이 됐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수명이 늘었다고 마냥 좋아하기에는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왜냐고? 나이는 늘었지만 경제활동 가능의 나이는 오히려 더 젊어졌기 때문이다. 즉, 직장에서의 은퇴 나이가 더 빨라졌다는 말이다. 요즘 사무직은 나이 40을 넘겨서 회사를 다니기 힘들 정도다. 물론 과장 이상 진급을 할 경우 그 퇴직이 조금 더 늦춰 질 수는 있다. 그러나 일반 기업체의 직급은 항상 피라미드형이다. 위로 진급을 할수록 진급 가능한 인원은 더 줄어드는 구조란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몇 차례 진급이 누락되면 당사자는 당연히 퇴직을 해야 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그렇게 중년에 퇴직을 하고 사회에 나와 보면 정작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중년 남성이나 여성은 사무직관련 구직에서 찬밥 신세인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렇다고 일반 산업 현장에 취업은 더욱 힘들다. 기술이 없고, 그런 험한 일을 할 체력이 뒷받침 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부분 퇴직금 혹은 대출을 내서 자신만의 점포를 마련하여 자영업에 뛰어든다. 그러나 요즘 경기가 워낙 바닥이다 보니 매출이 신통치 않아 몇 개월 후에 폐업을 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렇다. 우리 사회는 중년에 다다른 이를 위한 제2의 출발선을 주는 것에 매우 인색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유토피아가 아니다. 지천에 과일이 열리는 것도 아니고, 사시사철 따뜻하고 온갖 먹거리가 들판에 널려 있는 것도 아니다. 배가 고프면 먹어야하고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한다. 또한 추우면 보일러도 틀어야하고, 더우면 에어컨도 틀어야 한다. 즉, 중년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어디까지? 노년까지.

노년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안타깝게도 국가의 사회보장망은 모든 이들의 노후를 보장해주지 않고 있다. 물론 앞으로도 마찬가지이고. 그런 의미에서 중년들에게 제2의 출발을 보장해줄 수 있는 사회의 장치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비긴 어게인(Begin Again)이다. 실패한 이도, 실직한 이도, 부모나 남편 대신 생업 전선에 내몰린 아이나 젊은 엄마도 그들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이제는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그 제2의 출발을 통해서 누구나 아름다운 인생을 마무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 사회는 조금이나마 풍족해지고, 어쩌면 노화가 피어나는 노인이 되는 것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을 지도 모를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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