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도성을 건립할 때 인간이 갖춰야할 덕목(德目)에 따라 사대문과 보신각을 세웠다. 동대문은 인(仁)을 일으키는 문이라 해서 흥인지문(興仁之門), 서대문은 의(義)를 두텁게 갈고 닦는 문이라 해서 돈의문(敦義門), 남대문은 예(禮)를 숭상하는 문이라 해서 숭례문(崇禮門), 북문은 지(智)를 넓히는 문이라 해서 홍지문(弘智門)이라 했다

그 중심에 가운데를 뜻하는 신(信)을 넣어 보신각(普信閣)을 건립했다. 오상(五常)이란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신(信)으로 인간이 갖추고 있는 다섯 가지 기본 덕목이다. 인(仁)은 측은지심(惻隱之心)으로 불쌍한 것을 보면 가엽게 여겨 정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고, 의(義)는 수오지심(羞惡之心)으로 불의를 부끄러워하고 악한 것을 미워하는 마음을 일컫는다. 예(禮)는 사양지심(辭讓之心)으로 자신을 낮추고 겸손해 하며 남을 위해 사양하고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을 뜻하고, 지(智)는 시비지심(是非之心)으로 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아는 마음이다. 그리고 신(信)은 광명지심(光名之心)으로 중심을 잡고 항상 가운데에 바르게 위치해 밝은 빛을 냄으로서 믿음을 주는 마음이다.

보신각이 4대문 중심에서 종을 울리는 것은 인의예지를 갖추어야 인간은 신뢰할 수 있다는 전통적 철학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인, 의, 예, 지 이 네 가지가 없는 사람은 사(四)가지가 없는 놈, 싸가지갸 없는 놈이 된다. 선인(善人)들의 혜안(慧眼)에 고개가 숙여질 뿐이다. 오늘을 예견한 천리안(千里眼)의 주인공이었던 모양이다.

"모든 것이 겉돌던 트럼프 방한", "청와대를 내려친 트럼프의 벼락", "트럼프의 국회 연설은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에 바친 찬사", "한국 대통령보다 한국을 더 잘 아는 트럼프의 명연설","트럼프 연설 신드롬은 한구보수정치의 저열함을 보여 줬다". 몇몇 칼럼니스트들의 촌평이다. 손님이 오면 오는 대로 가면 가는대로 시끄러운 한국이다. 아무리 싸우다가도 외교와 국방문제만큼은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강대국들에 비하면 참으로 싸가지 없는 인간들이라고 욕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중국과 함께 한국의 운명을 좌우할 초강대국이다. 온 국민이 하나 되어 상대해도 버겁기만 한 거구들이다. 약소국의 생존비법은 지혜에 달려 있다. 국민의 총화적 지혜다. 한 마음으로 외교를 펼쳐야하고 목숨 건 단결로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자국 소리가 채 사라지기도 전에 불협화음이 소란을 피운다.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국민은 불안할 뿐이다.

욕도 잘하면 유머가 되고 욕도 잘 먹으면 유익이 되는 경우가 있다. 60년대에 국보 1호라는 양주동 박사님이 게셨다. 실력과 인품을 겸비한 유명한 교수님이었다. 열강을 할 때는 십 원짜리 욕도 예사로 했다. 그러나 어떤 분인지를 알기 때문에 반항하는 학생들은 아무도 없었다. 우리가 학교 다니면서 운동할 때는 코치 선생님으로부터 욕은 수도 없이 얻어먹었다.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코치 선생님의 본마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어느 시대나 그 시대의 마지막 보루는 선생과 성직자라고 한다. 특히 성직자의 자세는 중요하다. 지금 선생이라는 분들의 교육방침은 어떤가. 사고를 넓히고 실력을 키우는 것 보다 자기의 생각을 주입시키기에 여념이 없다. 전교조 밑에서 자란 청소년들의 삶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

성직자인들 별 수가 있던가. 석가는 진리를 위해 왕자의 자리도 버린 분이시다. 에수는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피 한 방울 물 한 방울까지도 다 쏟아 부으신 분이시다. 그런데도 불교 신자나 기독교 신자의 모습은 거꾸로 가고 있다. 물질이 좋고 출세가 좋고 명예가 좋아서 안달이다. 석가 장사나 예수 장사에 눈이 어두워졌다. 스승하고는 정반대의 길이다. 이러고도 온전하기를 바람다면 언어도단이다. 매가 임해야할 때다. 내 자식이 엉뚱한 짓만 하고 있는데도 부모가 그냥 있다면 둘 중의 하나다. 부모가 아예 없든지 아니면 부모가 내 버린 자식이다.

신학교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듣는 말이 `목사가 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되어라`는 말이다. 너무나 지당한 말이 새삼스레 들리는 경험이었다. 지도자가 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되어야함은 기본 중의 기본 덕목이다. 사업가가 되려는 사람도, 학자가 되려는 사람도, 선생이 되려는 사람도, 성직자가 되려는 사람도 새기고 또 새겨야할 말이다. 제발 기본 인격 정도는 갖추고 전문가의 반열에 오르기를 바란다.

`싸가지가 없는 인간`. 분명한 욕이다. 아니 엄청난 욕이다. 하지만 말을 바꾸면 대단한 칭찬이다. `싸가지를 다 갖춘 사람` 얼마나 공경스런 사람인가. 선인들은 이것을 새기고 잊지 않기 위해 사대문으로 알리고 보신각으로 들려주었다. 싸자지가 없는 사람이었는지 싸가지를 갖춘 인간이었는지를 역사는 후대에 분명히 증거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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