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 `개산(開山)`은 사찰의 창건을 일컫는 용어로 즉, 개산일은 사찰의 산문을 연 날로 사람에 비유한다면 생일이라고 할 수 있다. 개산한 날을 전후하여 개최하는 `개산대재`(開山大齋)는 사찰의 생일잔치를 의미한다. 개산대재를 통해 사찰은 불자와 관광객들에게 불교의식의 진수를 보여주고, 사찰이 귀중하게 보존해온 괘불 같은 국가적인 보물을 선보이기도 한다.통도사는 9월 30일부터 11월 6일까지 제1372주년 개산문화대재와 영축문화축제를 진행하였다. 올해는 38일간으로 역대 가장 길었다. 통도사는 매년 음력 9월 9일을 개산일로 정하고 법회와 다채로운 부대행사를 거행하여 창건주 자장율사의 뜻을 기리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올해 개산일은 음력으로 5월에 윤달이 들어 10월 28일로 약간 늦은 편이었으나 날씨가 쾌청하고 따뜻하며, 바람이 심하지 않아 행사를 진행하기에 알맞았다. 주말인 28일과 29일에는 통도사 입장료도 받지 않아 모든 방문객들이 통도사의 개산대재와 영축문화축제를 차분하게 즐길 수 있었다. 단풍이 곱게 들어 개산대재 전시물과 조화를 이루어 멋진 사진이 나왔다. 

전국의 주요사찰은 개산대재를 성대하게 열어 사찰 창건의 의미를 되새기고 개산조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행사를 개최한다. 유명 사찰의 금년 개산대재일을 보면 한국의 3대사찰인 통도사는 10월 28일, 부산 범어사 10월 21일, 김제 금산사 10월 22일, 서울 봉은사와 영천 은해사는 10월 30일이었다. 올해는 열지 않았으나 서울 도선사, 대구 동화사, 충남 예산 수덕사도 과거 10월에 개산대재를 열었다고 한다.전국 주요 사찰의 생일이 10월에 몰려 있는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천 년도 훨씬 넘은 까마득한 옛날에 개산일을 10월로 잡은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으나 10월은 1년 농사를 마무리하는 추수의 계절이고 10월 하순경이 되면 한 해 농사도 마무리되어 불자들도 홀가분한 마음이 되는 시기이므로 사찰의 대규모 행사를 치르기에는 최적의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사찰을 창건하기 위해 대웅전 전각, 석탑을 건축하고, 불상 만드는 작업 등은 공사가 오래 걸린다. 공사가 끝나고 낙성식을 미루다가 풍요로운 수확의 계절인 10월에 개산대재를 성대하게 열었을 것으로 유추되고 있다.통도사 개산대재와 영축문화축제에서 개산조 자장율사를 기리는 영고재, 개산대재 법요식, 괘불대전, 괘불 조성체험, 괘불 이운식, 부도 헌다례, 용면과 양산의 전시, 국화 장엄, 오채현 작가의 천진불 전시, `나도 작가다 색즉심(色卽心), 심즉색(心卽色)`, `마술, 물방울, 저글링 등 각종 공연`, 전국 아마추어 창작댄스대회, 만발공양 등의 멋진 행사와 이벤트가 이어졌다. 많은 행사 중에서 앞으로도 꼭 구경하라고 권유할만한 행사는 단연코 괘불 이운식이다. 10월 29일 오전 9시에 높이 15m 짜리 괘불(걸개그림)을 산문 주차장에서 무풍한송로를 거쳐 대웅전 앞 괘불 헌공 행사장까지 약 1.5㎞ 정도 거리를 옮기는 괘불 이운식(移運式)은 보기 드문 장관을 연출하였다. 전 구간에 불자들이 도열하거나 꿇어앉아 꽃을 뿌려 행사를 빛냈다.예년의 괘불 이운식은 오전 8시 성보박물관 앞에서 대웅전 앞까지 진행하여 시간상 너무 이르고 거리도 짧아서 일반 관광객이 구경하기가 힘들었다. 이번에는 획기적으로 행사를 조정하여 대규모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대중에게 한 발 다가서는 통도사의 노력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선두에는 취타대, 나무대성인로왕보살번(南無大聖引路王菩薩幡)이 앞장서고, 그 뒤를 통도사사명기(通度寺司命旗)가 따랐다. 9시 22분 취타대 출발, 10시 8분 괘불이 도착하였다.원래 사명기는 조선시대 군대의 각 영(營)에서 절도사나 통제사 등이 휘하에 있는 군대를 지휘할 때 쓰던 깃발이다. 불가에서는 영산재나 수륙재와 같은 대규모 법회 때 의식이 행해지는 사찰을 표시하거나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사용했다. 이 통도사사명기는 북쪽을 의미하는 검은색 번신 바탕에 흰색의 번수와 흰색의 명문을 수놓았으며 형태를 보면 군대나 왕실 등의 의례에 사용되는 의장기와 흡사하다. 번신(幡身)은 운학문이 있는 검은 천에 통도사사명(通度寺司命)이라는 흰색 명문이 부착되었다.나무대성인로왕보살번은 불보살의 위덕과 무량한 공덕을 나타내는 깃발로서, 불전을 장엄하기 위하여 불전 내의 기둥에 매달거나 당간(幢竿) 혹은 천개(天蓋), 탑의 상륜부(相輪部)에 매달아 도량을 장엄하는 의장물(儀仗物)이다. 인로왕보살은 죽은 자의 영혼을 맞이하여 극락세계로 인도하는 보살로서, 사찰에서 망자의 영혼을 천도하는 우란분재(盂蘭盆齋)나 49재 때 `나무대성인로왕보살`이라고 쓴 번을 도량에 설치하여 망자들을 극락정토로 인도한다.

통도사로 들어서는 산문에서 시작되는 무풍한송로 소나무 길에는 전국 사찰에 모셔진 높이 6∼15m의 다양하고 귀한 괘불 복사본이 길게 내걸렸다. 불자들이 집에서 헌 옷을 가져와 오린 후 천 조각을 바늘로 이어 모자이크처럼 만드는 괘불 조성체험도 올해 처음 열었다. 보살들은 정성들여 괘불을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면서 사진촬영에 쾌히 응하였다. 

통도사를 방문하거나 사찰 행사에 가보면 사진촬영을 제지하는 권위의식을 지닌 일부 고루한 스님들이 있다. 스님들도 열린 마음으로 시대에 맞게 변신할 필요가 있다. 종무소 직원들도 불자와 관광객에게 더욱 겸손한 자세로 봉사해야만 하겠다. 통도사에 양산시민들로 구성된 단체를 이끌고 답사행사를 할 때 입장료를 징수하는 산문을 통과할 때 징수원들이 신분증을 일일이 확인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주고자 종무소 직원을 찾아갔다가 없어서 나중에 전화로 사유를 얘기했더니 아주 불친절하게 관료적으로 응대를 하였다.

통도사의 모든 공식행사나 괘불 이운식에는 언론 출입증을 단 사람들이 우선적이고 나머지 사진가들이나 관광객들에게는 통제가 심하다. 완장을 찬 종무소 직원들이 무례하게 사진촬영을 제지하면 통도사의 이미지만 추락된다. 이런 일반인들 중에 파워 블로거가 포함되어 있으며, 통도사의 홍보 효과면에서 불교 언론 기자, 통도사 공식SNS홍보단 보다 파워가 대단한 사람들도 있음을 명심하여 통제를 좀 더 부드럽게 해야만 하겠다.지난 초파일 부처님 진신사리탑 앞에서 의식을 진행할 때 행사 책임자인 스님은 아주 점잖게 사진가들의 협조를 당부하여 좋은 인상을 받은 적이 있었다. 통도사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신청서를 제출했는데, 초파일, 개산대재와 영축문화축제의 주요한 불교의식과 문화행사가 세계적으로 알려져 전통문화 보존에 기여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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