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음식을 해서 모이는 서양식 파티를 포틀럭(potluck)이라고 부른다. 16세기 영국에서 손님이 가져온 음식을 `냄비에 담긴 행복(the luck of the pot)`이라고 부르며 쓰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명절의 음식을 포틀럭식으로 해 보면 어떨까. 또 삶의 방식을 퍼틀럭식으로 바꾸면 어떨까. 정치도 포틀럭식으로 운용하면 어떨까.

명절과 여성은 늘 반비례의 희비(喜悲)쌍곡선이다. `명절증후군`이 대표적 표징이다. 사전적 의미로 명절증후군은 `명절 기간에 스트레스를 받아 생기는 여러 증상을 일컫는 말`이다. 두통, 소화불량, 피로감 등의 육체적 증상이 있다. 정신적 증상으로는 우울감, 무기력, 불안감 등이 있다. 사실 명절증후군은 의학적 질병명은 아니다. 한국 명절문화가 원인이 되어 나타나는 문화적 증후군이다.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가을/ 해 지는 서녘 구름만이 내 차지다/ 동구 밖에 떠드는 애들의 소리만이 내 차지다/ 하기는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것도 아닌/ 이 가을, 저녁밥 일찍 먹고/ 우물가에 산보 나온/ 달님만이 내 차지다" 나태주 시인의 `대숲 아래서`이다. 결실의 계절이지만 모든 게 내 차지는 아니라는 지혜의 터득이다.

구름은 만들어 지는 높이에 따라 상층운, 중층운, 하층운으로 나뉜다. 삶에도 사는 모습 따라 등급이 있다. 반드시 있어야할 사람, 있으나 마나한 사람, 있어서는 안 될 사람. 이런 사람의 등급은 내가 가진 것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 내가 얼마만큼 베풀었느냐에 따라 결정 난다.

삶은 내가 먼저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가질 수 있고 가진 게 있어야 베풀 수 있다. 내 것을 내 것이라고 포켓에 넣는 것은 당연한 삶의 권리다. 그러나 언제나 움켜쥐고 내려놓지 않는 것은 비난의 대상이 된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있다. `처지를 바꾸어 생각해 봄`을 일컫는 말이다. 갖지 못한 사람은 어떨까를 생각하는 여유에 인격은 끼일 틈을 마련한다.

내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준비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학생은 공부하는 기간이고 정치인은 수련하는 과정이다. 준비도 없이 튀어 나가기만 한다면 세상은 뒤죽박죽이 되고 만다. 인격이 없는 동물농장처럼 되기 때문이다.

준비하기 전에 목적의식이 뚜렷한 사람은 허둥대지 않는다. 왜 내가 이것을 바라는지 목적이 뚜렷한 사람은 아무리 가져도 함몰되지 않는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가진 것에 눈이 어두워 더 가지려고 발버둥 치다가 구덩이에 빠지고 만다. 목적지도 모르고 출항하는 배는 결국 파선하고 마는 법이다.

반려동물에 이어 반려식물 시대가 도래 했다는 기사가 올랐다. 플렌테리어(Planterior)라는 합성어도 생겼다. 식물(plant)과 인테리어(interior)의 합성어다. 1인가구가 급증 하면서 반려동물이 아닌 반려식물을 키우는 사람도 늘고 있다. 반려식물은 손이 많이 가지 않으면서도 식물 자체의 싱그러움과 교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려식물을 키우는 가장 큰 이유는 공기정화(58.3%) 때문이다. 그냥 좋아서 키운다는 대답도 38.6%에 달한다. 인테리어를 위해서 식물을 들여 놓았다거나(36.6%) 선물을 받아 키운다(26.7%)는 사람도 꽤 많다. 반려식물의 장점은 쾌적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54.5%)에 이어 관리비용이 적게 든다(49.4%)는 이유를 꼽는다.

식물 기르기에 정신을 뺏기고 살다가도 명절이 되면 고향의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이 한국의 미풍양속이다. 만남의 기쁨은 잠간이고 헤어짐의 아쉬움은 오래 남는다. 헤어짐의 인사도 연세에 따라 달라진다. 이제 거동이 불편한 어머님의 인사는 `아들아, 잘 가.`였다. 과거의 인사는 재회를 약속하는 인사였다면 지금의 인사는 이별을 전제하는 인사다.

`사랑이란 이별이 보이는 가슴 아픈 정열`이라는 대중가요 가사가 가슴을 찌른다. 만남도 이별을 전제한 인연인지도 모른다. 서로들 너무 미워해서는 안 된다. 짧은 인생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고 아끼며 사는 자세가 필요하다. 여야 정치인들과 지도자들에게 꼭 전하고픈 말이다.

`모든 것은 사라진다.`는 것을 담아내는 것이 사진작가의 역할이라고 외치는 작가가 있다. 김아타(Atta Kim)라는 작가의 집념이다. 가진 것도 언젠가는 사라진다. 시어머니도 세상을 떠날 것이고 며느리도 사라질 것이다. 대통령도 언젠가는 자리에서 내려와야 하고 야당 대표도 떠나야만 하는 게 인생이다. 명절증후군 뿐만 아니라 `정치증후군`도 심각한 대한민국이다.

예수님처럼 모든 것을 다 나누어 준다는 것은 불가능 하다. 하지만 나도 만들고 너도 만들어 서로 나누는 `포틀럭식 삶`은 얼마든지 가능한 분야다.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가가 나를 위하여 무엇을 해 줄 것인가를 묻기 전에 내가 국가를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를 먼저 물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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