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독서논술경시대회 심사평

지정도서 「한 스푼의 시간」(구병모 저, 예담)은 아내와 사별하고 조금은 낡고 가난한 동네에서 혼자 세탁소를 운영하던 한 중년의 남자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들이 보낸 로봇과 함께 생활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가 담긴 소설입니다. 이야기 속 주인인 세탁소 주인인 명정과 로봇 은결, 그리고 세탁소의 단골손님들 각자의 삶의 이야기가 아프면서도 따스하게 다가옵니다.

`인간과 로봇이 가족이 될 수 있는가?` 이 질문에는 다양한 답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는 가족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시호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곳의 상사에게 데이트폭력을 당했을 때 시호의 가족이 보였던 반응 등을 보았을 때, 과연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라고 해서 가족의 의미를 완성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듯이 말입니다.

또한 은결은 인공지능로봇으로 세탁소에 오고 난 후 다양한 학습을 거치며 프로그래밍된 내용이 점차 진화됩니다. 이 과정에서 원래 입력된 명령어대로 행동하는 패턴에서 벗어나 자신의 의지대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모습까지 보입니다.

많은 학생들의 가족의 의미, 인공지능과 인류와의 공존을 위한 방안 등에 대한 생각과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주요 심사는 논제에 대한 확고한 자신의 주장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근거와의 적절성, 그리고 논제의 조건을 충실히 따랐는지와 관련된 부분 등에 중점을 두고 심사하였습니다. 일부 작품들이 이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다소 아쉬웠으나, <논제 1>에서 `반려동물`, `1인 가구` 등 최근 현대사회에서 보여 지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와 모습들을 제시한 점이 인상적이었으며, <논제 2>에서는 제도적인 접근에서부터 시작하여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 그들을 통제하는 방법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접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대회를 목적으로 접한 책이었지만 `한 스푼의 시간` 속 주인공들과의 만남을 통해 여러분들의 삶이 더욱 따뜻하고 풍성해지셨기를 바랍니다.

초등작품 심사의 경우 또한 얼마만큼 주어진 논제에 가까운 방향으로 논술하였는지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대부분의 작품 내용이 주어진 논제를 충실하게 따르고 있었지만 글의 맥락상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되어 버려서 수습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글도 다소 있었습니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타인이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는 것이라는 판단하에 심사위원과 읽는 이로 하여금 논제와 일맥상통하면서 자신의 논점을 잘 표현한 작품을 우수 작품으로 선정하였습니다.

늘 책을 가까이 하면서 학습 뿐만 이날 인생 속에서 책 읽기가 큰 힘이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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